ⓒ칸필름마켓에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시'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 |
얼어붙은 칸필름마켓에 한국영화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일부 수입업자들이 외화를 고가에 싹쓸이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2일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개막과 동시에 칸필름마켓이 열렸다. 칸필름마켓은 세계 최대 영화 견본시로 각국의 해외 바이어 1000여명이 몰린다. 올해는 몇 년째 이어진 경제 위축에 그리스발 경제 위기가 겹쳐 예년보다 각국 바이어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마켓 시사도 예년보다 20% 가량 감소했다. 경제 위기로 영화 제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관심을 끌만한 작품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울상이 바이어들이 태반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영화들은 선전하고 있다.
이병헌 주연 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필름마켓이 열리자마자 프랑스에 판권이 팔렸다. 권상우와 차승원, 김승우, 탑 등이 출연한 '포화 속으로'도 마켓이 시작되자마자 독어권 유럽과 베네룩스 3국에 판매됐다.
전지현이 중국 출신 미국 영화 감독 웨이왕과 호흡을 맞춘 '설화와 비밀의 부채'도 폭스 서치라이트에 북미 판권이,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세계 8개국에 팔렸다.
경쟁작인 '시'와 '하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겁다. '시'는 황금종려상 유력한 후보라는 소문에 마켓시사가 일찌감치 마감됐다. 시사 직후 구 유고, 스페인, 대만, 그리스 등에서 판권을 사갔다. 프랑스에 판권이 팔린 '하녀'는 갈라스크리닝 이후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 위기로 영화 구입에 한층 신중해진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영화에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그러나 영화 수입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필름마켓에선 한국영화 해외 판매와 외국영화 수입이 양축을 이룬다. 국내 수입업체 상당수가 칸을 찾는 이유다.
한국 수입업자들은 칸필름마켓에서 몇 년째 봉 취급을 받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철저하게 협력해 가격을 깎고 있는 외국과는 달리 메이저 회사들을 중심으로 수입영화 가격을 끊임없이 올리는 까닭이다.
실제 올해 일본 수입업체들은 프리프로덕션에 있는 영화들은 아예 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무의미한 경쟁을 줄이고 각자 원하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 경쟁하기로 합의한 것.
반면 한국은 올해 한 메이저회사가 괜찮다싶은 영화들은 잇따라 고액을 제시, 입도선매하다시피 했다. 당연히 일본에는 싼 가격에 팔리는 영화가 국내에는 몇 배 비싼 가격에 팔린다. 이러다보니 해외 영화들은 한국 수입업자들이 오면 일단 가격경쟁부터 시키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또 다른 메이저회사가 고액을 제시하며 해외 영화들을 싹쓸이해 눈총을 샀다. 군소 수입업자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메이저가 시장질서를 확립해야 하는데 오히려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이러면 중소업체들은 다 죽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물론 시장경제에서 가격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래도 독점이 낳는 폐해가 어떤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다른 나라는 질서 속에 경쟁을 하는데 한국은 왜 해마다 싹쓸이 논란이 이는지, 칸필름마켓에서 지켜본 한국영화의 두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