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각본상을 수상한 '시'는 거장 이창동 감독의 5번째 작품으로 '오아시스', '밀양' 등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의 고통을 통해 삶의 의미를 통찰한다.
그러나 다소 격정적이었던 전작들과는 달리 시종일관 잔잔하고 차분한 호흡을 유지한다.
손자 종욱(이다윗 분)과 함께 살아가는 미자(윤정희 분)는 엉뚱하고도 호기심이 많은 여인으로, 동네 문화원에서 시 강좌를 수강하면서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새로이 보려 노력한다. 하지만 손자와 얽힌 사건으로 일상이 생각만큼 아름답지만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미자가 처한 현실은 조용하지만 답답하게만 흘러간다. 손자의 비행을 딸에게 알릴수도 없고 기억력은 자꾸만 감퇴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일상의 고단함에 젖은 채 시를 찾아나선다.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이 감독은 영화 '시'를 통해 성범죄와 시라는 어울리지 않는 소재를 조합해 삶과 인생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선뜻 시로 남길수 없는 아름답지 못한 영화 속 일상은 우리가 사는 삶이랑 별반 다르지 않으며, 그 고단함을 어떻게 견뎌낼지는 전적으로 관객들의 몫으로 남는다. 영화는 정서적 울림을 빌어 '그럼에도 당신의 시를 쓰라'고 외치는 듯하다.
'시'는 19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윤정희의 1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을 비롯해 미래파 황병승 시인, 민주당 국회의원 최문순 등이 카메오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지난 13일 국내에서 개봉한 '시'는 지난 5월 13일 국내에서 개봉해 22일 오전 4시 30분 기준 7만 8067명의 관객을 동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