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진 ⓒ홍봉진기자 honggga@ |
"참 꾸준하다."
배우 강성진에 대한 인상이다. 데뷔 이래 줄곧 인간적이고 소탈한 역할을 맡아왔던 그는 어느새 연기경력 20년 차에 접어드는 베테랑 배우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최근 KBS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까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그가 출연하는 새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는 북한 휴전선 감시 초소 병사들의 좌충우돌 월드컵 관람 작전을 그린 작품.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로 돌아가 유들유들하고 장난스러운 김응태 중병 역할을 맡았다. 북한 군복을 입고 한국을 응원하는 연기를 펼친 지 불과 수개월. '천안함 발표'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점하는 요즘 그의 심경은 어떨까. 강성진을 만나봤다.
한국인 강성진
"아 정말 최근에 천안함 사태라던가 정치적인 사안들이랑 영화를 엮어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게 뭐 북한이랑 싸우거나 하는 얘기도 아니고, 우리도 그런 일이 터질 줄은 정말 몰랐다니까요?"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강성진이 선수를 쳤다. 인터뷰를 하기 불과 몇 시간 전, 민군 합동조사단 측에서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피폭된 것으로 결론을 내린 터였다. 하긴 주인공들이 모두 북한 병사들이니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는 '꿈은 이루어진다'가 월드컵용 기획영화라는 시선도 탐탁치 않아했다. 배우 입장에서는 그런 계산 없이 주어진 내용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물론 월드컵효과로 흥행이 잘 된다면 좋은 일이지만, 영화는 영화로 즐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관객들에게 영화도 월드컵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즐겨줄 것을 부탁했다.
"영화 속에서 북한 병사들이 한국을 응원하듯이, 북한 팀의 경기를 볼 때 아무래도 우리는 북한을 응원하지 않겠어요? 영화에 대해서도 딱 그 정도만. 응원하는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거죠. 너무 심각하지 않게"
강성진 ⓒ홍봉진기자 honggga@ |
배우 강성진
강성진은 참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동시에 모두가 현실적이었다. 심지어 악역 캐릭터도 어딘가 인간적인 구석이 있었고, 그 때문에 미워만 할 수는 없었다. '세상에 나쁘기만 한 사람은 없다'는 그의 지론. 이는 곧 강성진의 오늘을 만든 경쟁력이기도 했다.
"주연 캐릭터라면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쉽게 동화되어 빠져들 수 있지만 조연은 그렇지가 않아요. 분량이 적기 때문에 리얼리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감하기 힘들거든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캐릭터를 파악할 때 현실성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하게 되는 거죠"
그는 '배우는 작품에 의해 선택을 받는 입장'이라며 그 동안 해왔던 역할들이 자신의 색깔처럼 굳어져 계속해서 비슷한 성격의 역할을 맡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배우로서 한 번쯤 꼭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단다.
"제가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게 진한 감동을 주는 휴먼드라마, 그중에서도 특히 가족애가 담긴 영화에요. 외화 중에선 '코러스'나 '빌리 앨리어트'같은…"
사랑으로 제자들을 포용하고 감싸는 선생님이나 묵묵히 자식을 믿어주는 아버지 역할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자칭 '가족주의자'인 그의 선택답다.
영화인 강성진
강성진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재수 시절 영화의 매력에 빠져 영화계로 뛰어든 그의 오랜 꿈은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란다. 오랫동안 '영화인'으로 남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제가 스태프로 참여한 마지막 작품이 '투캅스2'인데, 그 때 안성기 선생님과 박중훈 선배를 만나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죠. 연기자로서의 삶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제일 큰 영향을 끼친 분들이시고… 아직까지도 영화인으로의 삶에 있어서 닮고 싶은 모습이 많아요"
그는 '주유소 습격사건'때 함께 출연했던 유지태가 감독으로 데뷔한 것에 대해서도 자신이 뜻한 바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좋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 스스로도 꿈을 위해 틈틈이 시놉시스를 쓰고 있다고. 벌써 완성시킨 것도 몇 편 된단다.
"시놉시스는 나왔는데 막상 각본이 안나와요. 대학 워크샵 때도 단편영화를 주로 찍었던 것 같고… 10장, 20장 짜리는 쓰겠는데 장편 극본은 도저히 손을 못 대겠더라구요."
자기 같은 사람을 위해 시나리오 초고 작가가 있는 것이 아니겠냐며 너스레를 떠는 강성진. 그는 분명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