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과 윤정희(오른쪽) ⓒ 이동훈기자 |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의 영예를 안은 '시'의 이창동(56) 감독과 배우 윤정희(66)가 금의환향의 기쁨을 전했다.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는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에서 열린 '시' 칸 수상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칸 수상의 소감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및 논란이 인 영화진흥위원회 마스터영화사업 제작지원 0점 논란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윤정희는 칸 수상에 대해 "집을 지을 때 기초가 중요하듯, 영화는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하다"며 "저희 영화가 칸에서 큰 환영을 받은 것만으로도 기쁘다. 칭찬을 많이 받은 게 재산이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의 관심은 '시'가 황금종려상이나 여우주연상이 아닌 각본상을 수상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냐는 것이다.
이창동 감독은 "윤정희 선생님이 고생하신 것을 생각해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보상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다음 기회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에 윤정희는 칸영화제 참여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윤정희는 "어떤 러시아 평론가는 제가 상을 받지 않은 게 화가 난다고 이야기 했고 어떤 분은 저를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그것만으로 이미 수상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두 사람은 향후 함께 작업을 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않겠냐"고 답했다. 지금 어떻게 서로에게 약속을 하는 것은 구속이 되는 것이고 훗날 다시 작업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동 감독은 "윤정희 선생님이 머리가 더 하얗게 되고 주름살이 늘었을 80살, 90살에 만나보고 싶다"고 전했고 윤정희도 "90살까지 연기하는 게 꿈이다"며 화답했다.
이날 이창동 감독은 오전 경상남도 봉하 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이 감독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질문에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창동 감독은 봉하마을 찾은 사실에 대해서는 "23일 1주기에 못 갔기 때문에 늦게라도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 갔다"며 "가서 참배하고 여사님도 뵈었다"고 말했다.
또 극중 후반부의 '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에 대해 "누군가의 죽음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며 "하지만 특정한 이의 죽음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마지막 시의 의미를 한정시킬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저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개인의 생각이기 때문에 특정인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이창동 감독은 영진위 마스터 사업 지원 0점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시'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 손자와 함께 살고 있는 미자(윤정희 분)가 난생 처음 시 쓰기에 도전해, 세상에 대한 아픔을 시로 표현해내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