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한국전쟁에 가려진 '작은' 영화들③

[★리포트]

임창수 기자 / 입력 : 2010.06.1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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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포화 속으로', '나쁜놈이 더 잘잔다', '요술', '청설'의 포스터


그리스 전의 승리로 월드컵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어수선해진 6월의 극장가. '포화 속으로'는 단연 가장 눈에 띄는 영화다. 113억의 제작비와 권상우, 차승원, 탑, 김승우 등 톱스타들의 출연, 한국전쟁 60주년의 시기적 의미까지. 6월의 극장가는 월드컵과 한국전쟁의 소리 없는 전장(戰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웬만한 영화들은 명함조차 내밀기 힘들어졌다. 한국에서 월드컵이나 한국전쟁만큼 센 이야기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 물론 그럼에도 담담히 출사표를 던진 용감한 영화들도 있다. 월드컵과 한국전쟁이라는 두 공룡 사이에서 까치발을 들고 선 이들의 틈새시장 공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음악으로 빚어낸 청춘의 미묘한 감성…'요술'

영화 '요술'의 키워드는 '청춘'과 '음악'이다. 예술학교 학생들인 지은(서현진 분)과 명진(임지규 분), 정우(김정욱 분)를 오가는 미묘한 감정들은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채색되고 음악을 매개로 전달된다. 남녀의 삼각관계와 음악에 대한 열정과 경쟁이라는 진부할 수 있는 설정은 여기서 힘을 얻는다.

질투와 열등감,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청춘 그 자체다. 가장 많은 가능성을 가졌지만 그 때문에 언제나 불확실함과 혼돈을 내재한 청춘의 역설. 영화는 외롭고 붐비는 마음을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잘 표현해냈다.


'요술'은 구혜선이 감독으로서 연출한 첫 장편 영화로 관심을 모았다. 제 11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으며, 서현진, 임지규, 김정우가 주연을 맡았다. 24일 개봉예정.

◆놈·놈·놈들이 펼치는 막장 청춘 활극…'나쁜 놈이 더 잘잔다'

'나쁜 놈이 더 잘잔다'는 3류 밑바닥 청춘들의 치열한 몸부림을 그렸다. 노력할수록 일이 꼬여만 가는 재수 없는 놈 윤성(김흥수 분)부터 이기적이고 싸가지 없는 놈 종길(오태경 분)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개념 없는 놈 영조(서장원 분)까지. 영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는 막장 청춘들을 통해 세상살이의 징글맞음을 보여준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이들의 고단한 현실은 취업난에 허덕이며 고고익선의 토익점수 사냥에 나선 현실 속 젊음들의 막막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잠이 옵니까' 소리를 들어가며 학창시절을 보낸 20대가 만나게 되는 세상은 교과서에서처럼 아름답지만은 않고, '나쁜 놈이 더 잘자는' 세상은 탓해봐야 끄떡없다.

권영철 감독의 장편데뷔작 '나쁜 놈이 더 잘잔다'는 2009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었다. 김흥수, 조안, 오태경, 서장원이 주연을 맡았다. 24일 개봉예정.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청설'

'청설'은 조용하고 잔잔한 사랑이야기다. 청각장애인 양양(천이한 분)과 티엔커(펑위옌 분)는 수화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다. 대사의 대부분을 대신한 수화는 두 사람의 예쁘고 착한 사랑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부족함이 없다. 인물들의 풍부한 표정과 경쾌한 분위기는 오히려 대사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며 보는 이의 마음을 자극한다.

영화는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어 할 예쁜 사랑을 포근하게 그려냈다. 서로를 위해주는 샤오펑(첸옌시 분)과 양양 자매와 넉넉한 마음을 가진 티엔커의 부모님까지. 영화 속 인물들도 온통 아름다운 사람들뿐이다. '내 말을 들어달라'는 뜻의 제목 '청설'에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미소로 화답하고 그 속에서 티엔커와 양양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사랑을 그려낸다.

'청설'은 '잠자는 청춘'으로 제3회 싱가포르 아시아영화제 최우수각본상을 받은 대만 감독 청펀펀의 세 번째 작품이다. 대만의 청춘스타 펑위옌과 대만 최고의 샛별로 통하는 천이한이 주연을 맡았다. 17일 개봉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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