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구 '자블라니' 논란..목수가 연장탓?

김성지 기자 / 입력 : 2010.06.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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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초반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들. 11경기를 치른 15일 현재 경기당 평균 골은 1.64골로 2002 한·일월드컵(2.52골)이나 2006 독일월드컵(2.3골) 보다는 확실히 떨어지는 수치다. 일부 언론들은 주요 원인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블라니의 성질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블라니에 대한 이런 평가는 속단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 일단 대회 평균 득점을 논할 정도로 경기 일정이 진행되지 않았다. 본선 64경 기 중 11경기만 진행된 상황에서 평균 득점율을 논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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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남아공 월드컵 초반의 저조한 득점율이 자블라니 탓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자블라니에 대한 평가도 역설적이다. "잡기 힘들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평가와 함께 영국과 미국전에서 영국 골키퍼 로버트 그린이 실책하는 모습이 방송에 수차례 방영됐다.

하지만 잡기 힘들다는 이 이론대로라면 다른 경기에서는 골키퍼들의 고전과 함께 많은 골이 났어야 하지만 오히려 경기당 평균 득점은 지난 대회들에 비해 더 떨어지는 추세다.


공격수들의 볼 컨트롤 어려움을 탓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 독일 등 전통의 강국들은 대회 초반의 다소 낮은 팀워크 속에서도 여전히 수많은 유효슈팅을 기록하며 상대를 괴롭히고 있다. 득점을 단순한 공의 적응 유무로만 따질 수 없는 부분이다.

오히려 자블라니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 축구의 흐름이 수비 축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이렇다 할 공격수 없이도 2006년 월드컵 우승을 거머쥐었다. 단기 토너먼트에서 수비축구가 강하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단기전 시 각 팀 감독들은 주로 수비 안정을 기반으로 공격을 꾀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승패에 민감한 국가 대항전에서의 조심스러운 축구 덕에 화끈한 득점 경쟁이 실종된 것이다.

한 고교 축구 코치는 "이제 수비와 관련된 전술은 거의 나올 만큼 나와 수비축구가 주류가 됐다"며 "과거 치고 달리는 위주의 축구는 이제 힘들다는 것이 축구계의 통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아프리카 팀들의 약체화도 한 몫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빠른 발과 특유의 개인기로 공격축구를 구사하는 아프리카 팀들의 전력이 전체적으로 약화되면서 다 득점 경기가 줄었다. 나이지리아가 아르헨티나에 영패한 것이나 카메룬의 일본전 패배가 그 방증이다.

아울러 개최지나 조 편성에 따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2002 한·일 월드컵 같은 경우 한국과 일본의 자동 출전으로 세계축구에서 비교적 약체로 평가 받는 아시아 국가들의 출전 기회가 넓었다. 남미나 유럽 강호들과 약체 국가들의 경기에서 다 득점 사례가 잦았던 것도 평균득점을 올리는 것에 일조 했다.

일례로 독일과 사우디의 조별예선 경기에서 독일은 사우디를 8대 0으로 대파했으며 브라질은 중국을 4대 0으로 이겼다. 두 경기에서 난 골만 12골로 보통 경기에서 날 수 있는 골의 몇 배에 해당한다. 평균득점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단순히 수치만으로 이번 월드컵과의 비교는 불가능하다.

매 대회마다 공인구에 대한 논란은 있었다. 하지만 그 때도 스타는 탄생했고 골을 넣을 선수들은 넣어줬다. 대회초반의 적은 골을 자블라니 탓으로 돌리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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