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남'김남일, 후배들 앞 코믹댄스 왜?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10.06.2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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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민 아나운서 홈페이지


마치 구름 위에 붕 떠있는 기분처럼, 찜질방에서 하루 종일 뒹굴고 나왔을 때처럼 푹 퍼진 것처럼, 며칠 동안 여행을 갔다 집으로 막 돌아와서 두 다리 쭉 펴고 누웠을 때처럼... 지난 열흘 동안의 기분이 꼭 이렇다.

아니 왜? 매일매일 찜질방으로 출퇴근했었던 거냐구? 아님, 어디 외국 여행이라두? 아니다. 그저 대~한민국의 월드컵 경기 시청만으로 기분이 이렇다. 평소에는 옆집 강아지보다두 더 관심 없는 게 스포츠지만, 월드컵 기간만 되면 축구 사랑이 불끈불끈 치솟는 걸 어쩌랴.


그러니 대~한민국 경기가 시작되기 이틀 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약간의 흥분과 약간의 긴장, 약간의 설레임, 약간의 초조함 등등 이런 온갖 감정들이 복합되어서 말이다. 이런 기분이니 그리스전과 아르헨티나전이 있었던 지난 열흘 동안 늘 몽롱~한 기분이었다. 뭐, 이게 어디 나뿐만인가.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 이런 걸.

안타까움으로 밤잠을 설쳤던 지난 17일, 그 후 월드컵 관련 뉴스들로 시끌벅적했다. 뭐가 잘못됐다느니, 누구 때문이라느니 하는 상처투성이 기사들로 말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훈훈한 소식이 있었으니 바로 ‘김남일의 코믹댄스’다.

대표팀의 거의 맏형인 그가 훈련 중에 후배들 앞에서 ‘작렬, 코믹댄스’를 보여주면서 후배들을 웃겨주면서 위로해줬단다. 역시 김남일은 의리파.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생각해주는 속깊은 사람, 그래, 맞는 것 같다. 내가 만난 그도 꼭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김남일 선수를 처음 만난 건 2002년 월드컵 직후, 그가 한창 ‘진공청소기’로 인기몰이를 했을 때였다. 그 당시 경기장에서의 터프한 모습뿐만 아니라, 경기 직후의 재치있는 어록들로 워낙 인기였던 거 다들 기억하시리라. 그러니 방송가에서도 가만히 있었겠는가. 김남일 특집을 준비했었고, 그 때문에 김남일 선수를 만나게 됐다.

솔직히 그를 만나러 가는 날, 아침부터 좀 속이 부대꼈다. 이유는 그 전에 다른 몇몇 선수들을 만났던 경험 때문이다.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 다른 선수들을 만났었는데, 어찌나 묵뚝뚝한지... 잠깐 만나는 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었고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뭔가 내가 잘못했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좀 씁쓸했었다. 그랬으니 김남일 선수를 만나러 가기 전에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그럴 수밖에.

하지만 이게 왠일인가! 그는 전혀 달랐다. 일단 그 특유의 부리부리한 눈에 장난기가 가득했던 모습으로 너무나 친근하게 웃었던 모습이 첫인상이었다. 당시 그의 매니저도 함께 있었는데, 다른 선수들의 경우 웬만한 일에 매니저가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지만, 김남일 선수는 달랐다. 너무나 편하게 모든 이야기에 직접 솔직하면서도 재미있게 대답했으니까.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담당 PD랑 ‘야~ 김남일 선수, 진짜 좋은 사람인 거 같더라. 진국이던데~?’하는 대화를 했던 게 지금도 생생하다. 참고로 다른 선수 이야기를 하자면, PD와 함께 만났을 때 근처 카페에서 얘기하자는 제작진의 얘기에, ‘됐다, 그냥 잠깐이니 차안에서 얘기하자’며 비좁은 차 안에서 거짓말 안하고 약 3분만에 이야기를 끝냈던 경험도 있었으니 김남일의 모습은 더더욱 인간적이었을 수밖에.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의 인간적인 모습은 방송국 제작진 앞에서만 그랬던 게 아니란 것이다. 그와 중고등학교 때 함께 축구하던 동료들의 증언(?)을 들어보니,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축구화가 찢어진 친구를 보면 자기 새 축구화를 주고, 친구의 찢어진 축구화를 자기가 신고 다니기도 하고(당시 그의 집안도 넉넉한 편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또 부모님이 안 계신 친구가 실수로 주차되어있던 자가용에 약간의 흠집을 낸 경우도 있었는데, 그 때는 자신이 모아놓은 돈 30만원을 탈탈 털어서 합의(?)를 하는 등 그의 의리있는 모습은 줄줄이 소시지처럼 줄줄줄이었다나.

그런 사람이니 이번에도 자신의 후배들을 위로해주고 편하게 해주려는 그의 모습이 어쩜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도. 예전에 박지성 선수가 ‘의리에 관해서는 남일이 형을 따라갈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군만마와 같다’고 고백할 정도니 그는 후배들의 사기 충전에 필요하다면 코믹댄스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것도 하지 않을까 싶다.

자 자, 김남일 선수 이야기를 하는 동안 점점 더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다시 증세가 시작됐다. 긴장, 흥분, 초조, 설렘 등등이 짬뽕(?)된 감정들 말이다. ‘작렬, 코믹댄스’의 약효가 나이지리아전에서도 발휘되어야될텐데... ‘작렬, 16강 진출’로. 그렇담, 새벽, ‘대~한민국’ 외침은 조용히 해야 되나? 아님, 다들 깨있을테니 신나게 해야 될까?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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