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남아공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 3시 30분부터 남아공 더반 스타디움에서 16강 티켓을 놓고 나이지리아와 한판 승부를 벌여, 2 대 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한국팀은 1승 1무 1패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온 국민이 기뻐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영화계다. 한국 축구대표 선수들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선전을 펼치면 펼칠수록 극장에 관객이 뚝 떨어지는 효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 대 나이지리아 경기는 '윈-윈'했다.
23일 오전6시30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2일부터 23일 현재까지 '포화 속으로'는 9만3134명을 동원,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다. '포화 속으로'는 21일 9만 8000명이 관람했지만 23일 오전3시30분 한국 대 나이지리아 경기가 예고돼 있어 관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비록 한국 대 나이지리아 경기가 새벽에 열리지만 대중의 관심이 온통 월드컵에 쏠리면 관객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22일 8만6000명이 극장을 찾고 새벽에도 극장에 줄이어 월드컵과 '윈-윈'했다. 이는 새벽까지 영화를 즐기다 월드컵 중계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은 극장에 관객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황금 시간대인 토요일(26일) 오후11시30분에 열리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대 그리스전이 열린 지난 12일 극장을 찾은 관객은 46만여명으로 지난 5일보다 관객이 20만명 이상 줄었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르헨티나 경기가 열린 17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포화 속으로'는 6만 3430명의 관객을 동원, 전날 12만명보다 절반이 줄었다.
영화계는 한국이 월드컵에서 얼마나 선전할지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칫 2002년 월드컵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는 극장이 텅 비다시피 했다. 당시 6월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244만명으로 5월 332만명, 7월 413만명보다 현저히 줄었다. '후아유' 등 당시 개봉작들은 쓴 맛을 톡톡히 봤다.
당장 24일 개봉하는 '맨발의 꿈'과 '나잇 앤 데이'는 첫 주말 16강전 경기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포화 속으로' 역시 마찬가지.
한국이 우루과이를 겪고 8강에 진출할 경우는 7월 개봉 영화도 직격탄을 맞는다. 한국이 8강에 오를 경우 7월3일 경기가 열린다. 역시 황금시간대인 토요일이다. 7월1일 개봉하는 '파괴된 사나이'도 여파가 예상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8강 경기는 새벽3시30분에 열린다는 점이다.
16강을 넘어 8강, 그리고 4강까지 2002년의 신화를 다시 이룰 경우는 영화 흥행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대중의 관심이 블랙홀처럼 온통 월드컵에 빨려들어 갈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한국영화계는 웃어도 울지 못하는 좌불안석 시대가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