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넘버 원'(왼쪽)과 '전우' |
한국전쟁 60년을 맞아 제작된 대형 블록버스터 드라마가 비슷한 시기 첫 방송을 시작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MBC '로드 넘버 원'(극본 한지훈·연출 이장수 김진민)과 KBS 1TV '전우'(극본 이은상·연출 김상휘 송현욱)다.
'로드 넘버 원'은 60년만에 이뤄진 사랑과 우정의 약속을 메인 카피로 삼은 휴먼 멜로 대작을 표방한다. 전쟁의 참상 속에 피어나는 사랑과 우정을 그리겠다는 각오다.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 최민수, 손창민, 줄리엔강, 남보라, 김진우 등이 출연한다. 멜로 드라마의 대가 이장수 PD와 탁월한 액션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진민 PD, '태극기 휘날리며'의 한지훈 작가가 뭉쳤다.
'전우'는 1975년 방송된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 시대 착오적인 반공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는 우려 속에 출발했지만, 제작진은 실감나는 화면을 통해 전쟁물이란 장르에 충실한 작품을 선보이는 한편 반전과 평화란 새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각오다. 최수종, 이덕화, 이태란, 김뢰하, 김원희, 남성진, 류상욱, 홍경인, 이승효 등이 출연한다.
스타트는 '전우'가 먼저 끊었다. 지난 19일 첫 방송된 '전우'는 시작부터 아무런 설명 없이 전쟁신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시가전을 15분 넘게 내보냈다. 레드원 카메라를 이용해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장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는 평가. 다만 비주얼에 비해 드라마가 약하고, 우려했던 반공 메시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청률은 순조로웠다. 첫날부터 16%(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돌파했다.
23일 첫 방송된 '로드 넘버원'은 전혀 다른 전략을 택했다. '로드 넘버 원' 역시 첫 출발은 한국전쟁 2년 전 벌어진 빨치산 전투였다. 그러나 짧고 임팩트 있는 전투신을 넘어 첫 방송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멜로를 담당할 세 주인공의 인연과 감정선이었다. 성인과 아역을 오가는 긴박한 속도감와 영상미가 돋보였지만 너무 빠른 '폭풍전개'에 난색을 표한 시청자들도 있었다. 시청률은 부진했다. 경쟁작의 선전 탓에 9.1%로 첫 출발을 알렸다.
첫 회에서 드러난 두 드라마의 다른 전략은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말 밤 방송되는 '전우'가 참혹한 전쟁신으로 이 시간대 시청률을 주도해 온 남성 시청자들을 만족시킨다면, '로드 넘버 원'은 100% 사전제작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전쟁과 멜로를 안배, 여성 시청자들까지 안고 가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전쟁의 비극을 통해 이 땅에 다시는 이같은 전쟁이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기본적으로 같다.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밴드 오브 브라더스'나 '퍼시픽' 같은 대작에 눈높이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청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안았다. 전혀 다른 전략을 택한 두 작품이 이같은 과제를 어떻게 달성해 갈 것인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