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셉션'과 '이끼'의 포스터 |
강우석 감독의 '이끼'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이 여름 극장가 관객 동원을 주도하고 있다. 각각 개봉 12일과 5일 만에 200만, 1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상황. 사실상 극장가의 질서가 두 영화의 양강 구도로 재정립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쌍끌이 흥행으로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인셉션'과 '이끼'. 두 영화의 공통된 흥행 포인트를 짚어봤다.
◆탄탄하고 치밀한 설정
두 작품은 공히 잘 짜여진 이야기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꿈속의 꿈, 또 그 꿈의 심연까지 침입해 들어가는 '인셉션'의 여정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숨겨진 마을의 비밀을 차근차근 파헤치는 '이끼'는 긴장의 완급을 잘 조절하며 관객들의 몰입을 이끈다.
꿈속의 세계를 규정하는 '인셉션'만의 장치들은 영화가 가진 최대의 매력이다. 뇌의 활동량 증가에 따라 꿈의 단계가 깊어질수록 시간이 늘어난다는 설정이나 '킥', '토템', '림보' 등의 용어는 꿈에 대한 '그럴듯한 거짓말'을 훌륭히 완성해냈다.
'이끼' 또한 탄탄한 원작의 스토리를 충실히 옮겨오면서 영화만의 색깔을 살려냈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원작의 긴장감 넘치는 전개는 유머가 가미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치환됐으며, 등장인물들은 인간적인 매력을 덧입으며 보다 입체적으로 변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결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두 영화의 결말 또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셉션'의 결말은 언뜻 해피엔딩으로 보이지만 위화감을 남기고, '이끼' 또한 원작과는 다른 상업영화다운 결말로 절묘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특히 극중 돔 코브의 토템인 팽이의 회전을 비추며 끝맺는 '인셉션'의 결말은 영화가 관객들을 타겟으로 한 '인셉션'이었음을 일깨우는 것 같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꿈을 깨는 신호로 사용했던 음악 'Non Je Ne Regrette Rien'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다시 울려 퍼지며 관객들에게 "꿈에서 깨어나라"고 말하는 듯하다.
영지(유선 분)의 의미심장한 표정이 클로즈업되며 끝나는 '이끼'의 엔딩 신 또한 다양한 해석을 낳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끼'의 연관 검색어로 '이끼 결말', '이끼 반전'이 등록되어있는 것은 물론, 포털사이트에 영화 결말에 대한 질문 또한 활발히 올라오고 있다.
◆명장 감독에 대한 신뢰
두 영화의 또 다른 흥행 포인트로는 감독들에 대한 믿음을 꼽을 수 있겠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로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약 1조 1977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대표적인 흥행감독. 영화 '인셉션'은 그런 놀란 감독이 16살 때 처음으로 구상하고, 지난 10년간 프리 프로덕션을 거쳐 완성한 드림프로젝트로 기대를 모았다.
명성에 있어서라면 '이끼'의 강우석 감독 또한 뒤지지 않는다. 한국 최초로 개인 통산 3000만 관객 동원 기록을 달성한 그는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흥행감독이다. 게다가 '이끼'는 그런 그가 처음으로 남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강 감독의 연출은 원작의 인기와 더불어 숱한 논란을 낳으며 '이끼'를 개봉 전부터 극장가 화제의 중심으로 밀어 넣었다.
두 감독의 특성은 영화의 관객층도 갈라놓았다. 치밀한 설정이 돋보이는 최신작 '인셉션'에는 서울, 경기지역 관객과 마니아층이 움직이고 있고, 강우석 감독과 배우들이 신뢰를 주는 '이끼'에는 지방관객과 중년관객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객층에 차이가 있는 만큼, 두 영화는 당분간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쌍끌이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