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미디의 큰 별이 차례로 사라져 후배들과 팬들이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원로 코미디언 백남봉이 29일 오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향년 7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1969년 TBC 라디오 '장기자랑'으로 데뷔, 넉살좋은 입담으로 한국형 스탠딩 코미디를 일궈냈다. 특히 그의 성대모사는 남보원과 더불어 양대 산맥으로 불릴 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고인의 비보는 지난 2월 시대를 풍미한 한국 코미디의 산증인 고 배삼룡과 겹쳐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고 배삼룡은 1969년 MBC TV 개국과 함께 코미디언으로 정식 데뷔했다. 고 백남봉과 같은 해 데뷔, 사람들을 웃고 울린 일등공신이다.
백남봉과 배삼룡은 노년에도 왕성한 활동으로 어려운 시대에 웃음을 주려 노력해왔다. 백남봉은 환갑을 훌쩍 넘긴 2006년 '청학동 훈장나리'라는 앨범을 내고 가수로 활동했다. 2005년에는 케이블에 출연, 막내딸과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고 배삼룡이 80년대 신군부로 인해 방송활동이 중지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코미디 열정을 불태웠던 것처럼 백남봉 역시 사업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백남봉은 각종 사투리를 구수하게 썼던 빚을 갚고 싶단 생각에 노년에도 전국을 자전거로 돌면서 지방 행사도 거리낌 없이 찾아가면서 웃음을 전하는데 앞장섰다.
고 백남봉은 2000년에는 희극계 발전에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연예예술상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고 배삼룡은 2003년 대한민국 연예예술대상 문화훈장을 받았다. 대한민국에 웃음을 선사했던 두 사람에게 뒤늦게나마 영예를 안긴 것이다.
훈장이 아니더라도 고인들이 선사한 웃음은 후배들과 팬들에 알알이 새겨져있다. 고 배삼룡이 타계했을 때 팔을 걷어 붙였던 후배 코미디언들은 고 백남봉이 가는 길에도 함께 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희극계의 큰 별이 졌지만 그 정신은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