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씨름 꿈나무에 강호동이 준 꿈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0.08.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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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전남 해남 땅끝 마을에 사는 김모(12, 초5)군은 씨름 천하장사가 꿈이다. 하지만 근근이 폐지를 줍는 일로 생계를 꾸려가는 70대 조부모 밑에서 살고 있는 김군에게 연간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 씨름을 하기란 벅찬 일이다.

이런 김군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씨름을 처음 시작하던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가슴에 품었던 '롤모델' 강호동과 만나게 된 것. 단순히 김군이 초등학교 씨름선수이기 때문에 천하장사 출신 강호동을 만나게 된 것은 물론 아니다. 극한 어려움 속에 빛이 보인다고 했던가. 더 이상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씨름을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에서 김군은 '꿈'같은 일을 겪게 됐다.


지난 3월 김군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은 김군을 꿈나무 지원사업에 추천,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게 하려했다. 그러나 조부모와 살고 있는 김군에게는 서류상으로 부모가 존재하고 있어 지원대상이 될 수 없었고 결국 탈락했다.

김군의 안타까운 사연에 어린이재단은 도울 방도를 찾다, 김군이 지원사업에 낸 자기소개서에 강호동이 '롤모델'이자 그 같은 천하장사가 되고 싶다는 내용을 보고, 강호동 측에 김군을 응원해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마침 강호동은 지난 2005년부터 이 재단에 조금씩 후원을 해오고 있었고, 김군의 사연을 들은 강호동은 지난 3월부터 월 일정액을 재단을 통해 김군에게 직접 전달하기 시작했다. 처음 김군의 사연을 들은 강호동은 자신의 후원금이 김군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직접적인 후원을 정중히 거절했지만, 천하장사를 꿈꾸는 아이의 꿈을 키워주고 인생의 롤모델로 조언을 해줬으면 하는 재단 측의 부탁에 결국 응했다.


재단 측은 대신 강호동이 김군에게 직접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김군에게 알리지 않았다. '연예인' 강호동의 지원을 받는 김군에 대한 외부의 시각을 고려한 것이다.

지난 7월 30일 오전 7시께. 김군은 어린이재단 관계자들과 해남을 떠나 경북 울진의 한 시골마을까지 장장 12시간에 걸쳐 차를 타고 이동했다. 장시간 여행에 김군은 심한 멀미로 한 끼도 못 먹을 정도였다.

오후 7시. 십여 시간을 달려온 김군은 꿈같은 일을 겪는다. 바로 자신의 '롤모델'이자 '우상'인 강호동을 만나게 된 것. 재단 측은 KBS 1TV '사랑의 리퀘스트'측의 도움으로 2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을 촬영 중이던 강호동과 김군의 만남을 주선했다.

'1박2일' 촬영 스케줄상 10분정도로 예정됐던 이날 만남은 그러나 1시간이 넘게 이뤄졌다. 김군의 사연을 알고, 그 꿈을 안 강호동이 김군에게 씨름을 포함해 이것저것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 이수근 이승기 MC몽 김종민 은지원 등 다른 멤버들도 김군을 응원하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김군은 이 자리에서 강호동에게 "천하장사를 10번 하셨는데 저는 20번을 하겠다"라며 "고2때 천하장사가 되는 게 1차 목표"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혀 강호동을 흐뭇하게 했다.

자라나는 후배를 기특하게 본 강호동은 김군에게 샅바를 달라고 한 뒤 '열심히 해라. 훈련할 때 힘들 수도 울 수도 있지만 그걸 버텨내야 천하장사가 될 수 있다'고 응원문구를 적었다. 이 샅바가 김군의 '보물 제1호'가 됐음은 물론이다.

어린이재단관계자는 4일 오후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유명 연예인들의 경우 통 크게 거액을 쾌척해 한 번에 돕는 걸 바라는 사회적인 시선에 상당히 부담을 느낀다"며 "강호동씨의 경우 조그만 도움이라도 한 번 도움을 주기 시작하면 끝까지 지원하는 '의리'가 강한 것 같다. 김군의 경우에도 '한 어른이 한 어린이의 꿈을 길러주면서 자라나는 것을 바라보고 싶다'며 김군이 천하장사가 되는 데 지속적으로 후원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씨름 천하장사 출신으로 부단한 노력으로 '국민MC' 반열에 오른 강호동은, 자신을 그 자리에 있게 한 시청자와 국민에 대한 보답을 이처럼 조용하면서도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강호동의 자신감 넘치는 호탕한 웃음이 더욱 빛을 발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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