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속 정보석 ⓒSBS제공 |
'주얼리 정'은 최고 인기 시트콤 MBC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의 인기 캐릭터였다. 여기에는 주얼리 정 역할의 정보석의 물오른 코믹 연기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정보석은 '지붕킥'에서 소심하고 열등감 넘치지만 자신의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세경에게는 알 수 없는 경쟁심을 느끼는 어찌 보면 찌질 한 밉상 캐릭터를 소화했다. 하지만 그 캐릭터는 정보석을 만나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주얼리 정'으로 다시 태어났다.
정보석은 '지붕킥'에서 장인(이순재 분)과 아내(오현경 분)에기 기를 못 펴지만, 래퍼 주얼리 정으로 변신했을 때만큼은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이 장면을 기억할 때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랬던 그가 달라도 요즘은 너무 달라졌다. 떠나간 '주얼리 정'을 그리워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정보석은 악질 중에서도 최고 악당으로 돌아왔다.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 속 조필연으로.
처음 조필연 역에 캐스팅됐을 당시 정보석은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내 안에 숨어 있는 악인의 모습을 꺼내 잔인한 모습 보여드리겠다"라며 "앞으로 나를 두려워할 정도로 잔인하게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10일 '자이언트'가 첫 방송된 후 약 3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의 호언장담은 사실이 됐고, 그가 맡은 조필연은 살인도 서슴지 않는, 보기만 해도 섬뜩한 인물이 돼 버렸다.
적지 않은 배우들이 시트콤에서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한 뒤 이 이미지를 벗기 위해 오랜 시간 발버둥친 것과 비교하면, 정보석은 너무도 짧은 단시간에 한 번의 파격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셈이다.
극중 권력욕과 돈 욕심에 사로잡힌 조필연이란 캐릭터와 만난 정보석의 눈빛에서는 요즘 날선 카리스마가 흠뻑 느껴진다.
SBS 드라마국 관계자는 "'자이언트'가 최근 MBC '동이'의 선전 속에서도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는 정보석씨의 열연이 큰 몫을 하고 있다"며 "섬뜩하기까지 한 정보석씨의 연기가 더 많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으는 흡입력 있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분간 '주얼리 정'은 잊어야 할 듯하다. 긴 여정에서 이제 겨우 절반을 온 '자이언트'에서 날선 정보석의 연기는 한 동안 더욱 빛을 발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