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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악마를 보았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죽이고 싶은', '소라닌'의 포스터 |
올 여름 스크린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나가는 '이끼'부터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 등 핏빛 스릴러가 극장가를 점령한 것. 그렇다면 주변 인물 혹은 자신의 죽음과 마주친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은 어떨까. 죽음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를 한번 들여다봤다.
◆꿈 속에서도 널 못 잊어 (자책형) '인셉션'의 돔 코브
'인셉션'의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아내 멜(마리온 꼬띨라르 분)의 죽음에 끝없이 방황하는 캐릭터다. 아내와 꿈속 세상에 왕국을 건설했던 그는 이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타인의 꿈속에서도 무의식중에 그녀를 불러내 위험을 자초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멜을 잊지 못하는 그는 끊임없이 꿈속을 탐닉한다. 꿈속의 꿈, 또 그 꿈속의 심연을 유영하던 그는 마침내는 림보 단계까지 내려가 아내의 죽음을 극복해내고야 만다.
◆너 때문에 내가 미쳐 (각성형)…'악마를 보았다'의 수현
'악마를 보았다'의 수현(이병헌 분)은 연쇄살인마 경철(최민식 분)의 손에 약혼자를 잃고 분노로 괴물이 된다. 경철에게 당한 것 이상의 고통을 주겠다고 약혼녀 앞에서 약속한 그는 잡았다 놓아주기를 반복하며 경철을 괴롭힌다.
하지만 처절한 그의 복수극은 선뜻 응원하기가 쉽지 않다. 짐승을 잡기 위해 스스로가 짐승이 된 그의 여정은 머리에 피가 몰리는 느낌을 선사하며 감정의 소진을 촉발한다.
◆화난 엄마를 누가 말릴 쏘냐 (폭발형)…'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김복남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김복남(서영희 분)은 외딴 섬 무도에서 낮에는 남편에 쥐어터지고 밤에는 시동생에 강간을 당하며 기구한 생을 살아온 여성. 딸 하나만을 바라봐왔던 그녀는 딸의 죽음을 계기로 폭발, 마을 사람 전체에게 복수를 꾀하게 된다.
여섯 가구, 9명의 마을 사람을 살해한 그녀는 분명 살인귀다. 하지만 그 살인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면 그녀에게 무작정 돌을 던질 수는 없을 터. 영화는 제63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대다. 제14회 PiFan영화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후지필름 이터나상 등 3관왕의 영예를 안았으며, 제4회 CinDi영화제 버터플라이 상을 수상했다. 오는 9월 2일 개봉한다.
◆그래도 노래는 계속 된다 (계승형)…'소라닌'의 메이코
'소라닌'의 메이코(미야자키 아오이 분)는 직장을 그만두고 방황한다. 답답한 현실 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힘이 되는 것은 동거중인 연인 타네다(코라 켄고 분)의 존재. 그녀는 타네다가 오토바이 사고를 계기로 표류중인 자신의 청춘과 똑똑히 마주한다.
타네다가 남긴 기타를 잡고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곡을 연주하는 메이코. 그녀는 땀에 젖어 노래하며 고민과 혼란에서 벗어나고 이를 통해 한층 성장한다. 26일 개봉.
◆죽이고자 살아남는 아이러니 (의지형)…'죽이고 싶은'의 민호
'죽이고 싶은'의 민호(천호진 분)는 뇌졸중으로 병실에 누워있는 환자다. 툭하면 자살을 시도하며 죽을 궁리만 했던 그는 같은 병실에 상업(유해진 분)이 입원하고부터 기필코 상업을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생존의지를 불태운다.
한쪽 팔밖에 쓰지 못하는 그는 병실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갖은 도구로 상업을 죽이려 애쓰고 상업 또한 기억을 되찾으면서 민호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다. 엇갈린 기억으로 서로에게 칼을 겨눈 두 남자. 누구의 기억이 맞는지는 전적으로 누가 먼저 상대를 쓰러트리느냐에 달렸다. 2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