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용 웡트라쿨 ⓒ임성균 기자 tjdrbs23@ |
선한 눈의 킬러.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이다. 사람을 죽이는 직업을 가진 주제에 눈이 선하다니. 더구나 그 주인공이 장기 밀매와 아동 착취를 일삼는 일당의 일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국 관객들에게 타나용 웡트라쿨을 소개하는데 이보다 더 적합한 표현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영화 '아저씨'는 크고 깊은 눈을 가진 이 태국 배우에게 원빈과 대립각을 이룰 킬러 람로완 역을 맡겼고, 타나용은 이를 계기로 한국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타나용 웡트라쿨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눈을 반달로 만들어 보이는 그에게서 원빈과 뜨거운 시선을 교환하던 고독한 킬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연이은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느라 아직 완성된 영화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지치거나 힘든 내색은 전혀 없었다.
촬영 현장에서의 좋았던 기억과 정 들었던 감독, 배우, 스태프들과의 재회,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팬들의 사랑까지.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이 태국 배우는 처음 한국 드라마를 볼 때까지만 해도 생각도 못했던 한국에 다시 와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저씨'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감이 좀 나는가.
▶사실 영화를 찍을 때만해도 이렇게까지 잘 될 줄 몰랐다. 영화 개봉 후에 페이스 북에 거의 1000명에 가까운 한국 팬 분들이 방문해서 친구 신청도 해주시고 글도 많이 남겨주셨는데 그런 것을 보면서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한국 분들이 람로완이라는 캐릭터에 많이 매혹되신 것 같아서 기쁘게 생각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원래는 모델로 활동했었다고 들었다.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나.
▶모델 일을 하면서 찍은 사진이 잡지에 실렸는데 태국 TV 채널의 한 감독님께서 그 사진을 보고 접촉해오셨다. 그게 계기가 되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아직 주연작은 사극인 '쿤석' 하나 뿐이다.(웃음)
-일본 영화 '어둠의 아이들'에 출연했었다. 자국 영화와 일본 영화, 한국 영화를 찍으며 느낀 차이점이 있다면.
▶세 나라 모두 전체적인 영화 촬영 형식은 거의 같다. 다만 한국에서 영화를 촬영할 때 스태프 분들이 "목이 마르지는 않은가" "덥지는 않은가" 물어보며 굉장히 친절하고 따뜻하게 챙겨주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외국인이라 그런 것 같은데, 태국에서 영화를 찍을 때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챙겨주는 부분이 없었다. '어둠의 아이들'도 촬영을 태국에서 해서 마찬가지였고.
-태국에서도 악역으로 이름을 알렸고 '어둠의 아이들'에서도 악역이었다. 기존 악역들과 '아저씨'의 람로완 간에 차이점이 있다면.
▶람로완 같은 경우는 악역이지만 매력적이면서도 새로운 캐릭터다. 사실 처음에 역할을 접했을 때는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했다. 태국 영화의 경우는 주로 오버액션하는 연기가 많은데 (이정범)감독님은 항상 '감정을 억제해라' '너무 드러내지마라' '오버하지 마라'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걱정도 되고 긴장도 많이 했었는데 점차 캐릭터에 이입이 되면서 적응해간 것 같다.
타나용 웡트라쿨 ⓒ임성균 기자 tjdrbs23@ |
-극중 사용된 무술이 동남아 전통무술을 조합한 것이라고 들었다. 따로 액션연기를 위해 익힌 무술이 있나.
▶오랫동안 무에타이를 배웠다. 하지만 '아저씨'의 무술은 한국에 와서 처음 접해본 새로운 스타일이었다. 무술감독님이 어떤 부분을 살리고 혼합시켜 표현할지 조언을 해주신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촬영 중에 특히 기억에 남았던 신을 꼽는다면.
▶소미가 밴드 붙여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속에서 굉장히 많은 감정들이 섞여서 나와야 하는 신이었다. 화장실 액션 신도 굉장히 고생을 하며 찍었는데, 사실 액션이 포함된 두 신은 어느 것이 더 힘들다고 꼽기 힘들 정도로 힘들었다. 영화상에서도 정말 중요한 장면들이라 2~3일 동안 밤을 새며 혼신의 힘을 다해서 찍었다.
-영화 촬영 전에도 한국 작품을 접한 적이 있었나.
▶태국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많이 방영되고 있어서 자주 접했다. 한국 드라마를 보며 느낀 것은 남자 배우든 여자 배우든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잘 살려낸다는 것이다. 특히 '꽃보다 남자'의 F4나 '선덕여왕'의 미실, 덕만 같은 캐릭터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 드라마에 꼭 출연해보고 싶다.
-원빈과의 액션연기는 어땠나. 마지막 격투신도 있고 부딪히는 장면이 꽤 있었는데.
▶원빈과는 체육관에서 무술훈련을 할 때 처음 만났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와서 악수를 나눈 것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는 방콕 스케줄 때문에 한국에 짧은 일정으로 와서 많은 대화를 하지 못했었는데 만날수록 좋은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훈련할 때도 실수로 진짜 몸이 부딪히거나 아플 때 나는 아픈 티를 다 냈는데, 원빈은 그런 내색을 한 번도 안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2PM의 닉쿤도 태국 출신인데 혹시 알고 있나.
▶개인적인 친분이 있거나 실제로 만난 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의 아는 동생이다. 나이도 어린 친구가 멀리 한국까지 와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걸 보면 같은 태국인으로서 기쁘기도 하고 칭찬해주고 싶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더 가능성이 많은 친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