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근 기자 |
안경을 벗으면 슈퍼맨이 되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안경을 쓰면 멋쟁이가 되는 남자가 있다. 안경 하나로 사람이 달라질까?
최다니엘을 보면 그렇다. 그는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처음으로 안경을 쓰고 등장, 시니컬한 매력을 발산했다. 안경을 쓰기 전 최다니엘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다니엘 헤니 친척쯤 되는 외국계 배우로 알던 사람도 적잖다. 아니면 독실한 기독교 신자쯤으로 기억하거나.
최다니엘이 또 한 번 안경을 썼다. 16일 개봉하는 '시라노:연애조작잔'에 그는 사랑마저 남에게 부탁하는 어리바리한 남자로 등장한다. 최다니엘은 영화 속에서 안경을 쓰면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아는 남자로 탈바꿈한다.
안경 하나로 사람이 바뀔 수 있을까? 안경 뒤에 가려져있는 최다니엘을 들여다봤다.
-안경은 언제 처음 썼나. 안경을 쓰면 더 잘생긴 것처럼 보여진다고 생각하나.
▶안경은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처음 썼다. 안경을 쓰든 모자를 쓰든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냥 내 모습 그대로 만족하고 산다.
-'시라노'에 어떤 점이 끌렸나. 어리바리한 인물인데 통상 전작에서 멋있는 역으로 주목받았으면 비슷한 것을 하게 마련인데.
▶캐릭터는 별로 마음에 안들었다.(웃음) 이야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 이야기에 참여하고 싶었다.
-스타덤에 오르면 다음 작품에 캐릭터를 먼저 보기 마련인데 이야기라니.
▶이런 말하면 욕먹을 지도 모르지만. 척하는 게 싫다. 너무 '아트'만 찾으면 '마스터베이션'이 되기 쉽지만 너무 대중적인 것만 찾으면 식상하기 쉽다. 중간에서 줄타기를 하고 싶다.
-어렵다.
▶어려워서 그렇다기보단 입맛의 차이인 것 같다. 쌀국수에 매운 소스를 넣어서 먹는 사람과 안그런 사람의 차이랄까. 좋은 영화를 사람들이 안본다는 데 그게 패스트푸드만 먹는 아이들의 잘못일까, 패스트푸드를 먹인 부모의 잘못일까.
-의외로 수다스럽고 나이보다 생각도 깊다던데. 영화 촬영장에서 술도 많이 마시고.
▶원래 1년에 맥주 한두잔 마시는데 10년치 먹을 술을 다 마신 것 같다. 사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끝나고 심리상태가 좋지 않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었다. 뭐든지 하기 싫었는데 이 영화를 하면서 치유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이렇게 행복하게 일한 게 처음인 것 같다.
-'지붕킥'으로 스타덤에 올랐는데 심리상태가 좋지 않았다니. 의도치 않은 구설수나 연기에 대한 강박 같은 게 있었나. 예를 들어 황정음과 루머라든지.
▶황정음씨 남자친구한테 맞았다는 소문도 들었다.(웃음) 원래 마음을 주고 신뢰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까지도 내 이야기를 안 믿더라. 그런 게 안타깝긴 했지만 구설수에 신경쓰지는 않았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굉장히 컸다. 앓아가면서 연기했으니깐.
-'지붕킥'을 하고 행복한 게 하나도 없었나.
▶하나 있다. 내가 쓰일 장이 많아졌다는 거. 다른 건 유혹이고 편의였을뿐 좋은 구실은 아니었다.
이명근 기자 |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스타를 갈망했을 법도 한데.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형과 저를 키우시다가 다단계를 잘못하셔서 집안이 어려웠었다. 고모집에서 살기도 했고. 그러다 고등학교 때 스타를 만들어주겠다는 학원광고를 보고 '아 스타되면 돈 많이 벌 수 있지' 이런 생각으로 처음 일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헛된 생각인줄 알게 됐고. 연기에 대한 고민이 점점 더 커지고. 갈망의 대상이 바뀌었다고나 할까. 지금은 집안 형편이 많이 좋아졌다.
-'시라노'에서 좀 더 멋졌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는 여성팬들의 원성도 있었는데.
▶아마추어적인 생각일 줄 모르지만 난 연습과 실전이 공존하는 것 같다. 실전에서 시도를 해보고 망하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욕을 하면 받아들고 칭찬하면 감사하고 그런다. 되게 게을러서 뭔가가 되게 더디다. 그런 모습을 사람들이 안 믿어줘서 내가 설 수 있는 공간이 적어지면 할 수 없다. 어차피 언젠가 사람은 모두 죽지 않나. 그 안에서 할 수 있는대로 살아야지.
-영화처럼 사랑하면 희생하는 편인가.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른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것 같다. 내가 상처를 줬으면 다음 번엔 상처를 받고. 또 다음 번에 상처를 주고. 나중에 지나고 생각하니 다 아프더라.
-영화 맛을 봤을텐데 다음 작품인 TV드라마 '더 뮤지컬'을 하는 게 의외인데.
▶단순하다. 영화 한 번 했으니 드라마 했으면 했다.
-'지붕킥' 마지막 장면처럼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순간이 있다면. 또 '시라노'처럼 작전을 펼쳐서 얻고 싶은게 있는지.
▶유에프오(미확인비행물체)를 본 적이 있나. 난 많다. 어제도 예전에 살던 선사유적지 근처에 혼자 갔는데 밤하늘에 빨간 불빛이 계속 움직이더라. 그런데 자세히 보려 그쪽으로 가니 사라지고. 난 하늘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유에프오를 볼 때마다 꼭 주위에 사람이 없다. 시간을 멈춰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걸 보여주고 싶다.
작전을 펼쳐서 얻고 싶은 건 없다. 내가 하고 싶어야 하는 거니깐. 순간이동? 이런 건 하고 싶다.
-하늘을 혼자 쳐다볼 땐 보통 외로울 때인데.
▶글쎄 그런 것 같다. 저녁 노을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그렇구나, 난 외로웠던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