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균 기자 tjdrbs23@ |
강혜정이 돌아왔다.
처음으로 도전하는 연극 '프루프'를 통해서다.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아트원시어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나타난 그녀는 결혼 전과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백일이 지난 아이의 엄마지만 조막만한 얼굴, 소녀같은 분위기는 여전했다. 또렷한 음성,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맡은 역은 아버지의 천재성을 그대로 물려받은 천재 수학자 캐서린. 더블 캐스팅된 이윤지가 극도의 예민함으로 그녀의 광기를 그린다면 강혜정은 응축된 에너지로 또 다른 천재의 이면을 그릴 예정이다. '웰컴 투 동막골'에서 바보 연기를 했던 강헤정은 '천재 과학자가 잘 어울린다'는 소속사의 권유로 이 작품을 처음 집어들었다고. 그러나 강혜정은 "나는 상당한 노력파"라고 웃음을 지었다.
-출산 전과 변함없는 모습이다. 복귀를 앞두고 긴장하지 않았나.
▶누구나 비난에는 긴장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대한 긴장은 한다. 그렇다고 급행 다이어트를 할 정도로 제 몸을 학대하지는 않았다. 아픈 거 싫다. 모유수유가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머지는 연습을 하면서 칼로리를 조절하는 정도? 연극 연습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요구하더라. 시간이 금방금방 간다.
연습할 때마다 한 시간 정도는 바디 트레이닝을 미친듯이 한다. 스트레칭서부터 자기 체중을 이용한 근력 운동까지. 그런 작업을 통해 효과적으로 몸 만들기가 되더라.
-어떻게 '프루프'란 작품을 연출했나?
▶제가 작품을 선택할 땐 대본과 함께하는 이윤지씨가 다였다. 그것만 보고 결정을 했다. 처음엔 너무 어렵게 봤다. 수학 용어가 막 나오는데, 저는 태어나서 도서관에 딱 한 번 가봤다. 그것도 오빠 찾으러. 그런데 '십진 분류법' 등등 이야기가 나오니 뭐냐 하며 읽었다. 그런데도 점점 매료되는 부분이 있더라. 누구나 기질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데 엄마 아빠 때문에 받아들어야 하는 것, 그걸 받아들여서 얻는 것과 잃는 것, 또 그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일 없겠지만 찝찝한 것. 천재성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미쳐버리는 그런 기질. 그것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연기하기는 쉽지 않다.
-소속사에서 천재 수학자 역할이 잘 어울릴것 같다고 했다던데.
▶제가 인정한 적은 없다.(웃음) 뭔가 반항적인 느낌, 잘 다듬어지지 않는 느낌들이 있고 저를 보면서 생각나는 느낌이 있지 않겠나. 그런 느낌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이렇게 말을 하지만 제가 인정하는 건 아니다. 저는 상당한 노력파다. 보이지 않을 뿐이지. 지금도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언젠가 연극을 할 것 같은 배우였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나?
▶그런 생각을 안 할수가 없었다. 주변 선배들 중에 '연극 한 번 해봐. 잘 할 것 같아' 하는 분들이 많았다. '나도 해 보면 어떨까' 생각한 적은 상당히 많았고, 기회도 간혹 잇었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이 굉장히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 그 전엔 '프루프' 같은 작품이 아니었고. 만약 시작을 했다면 좀 더 부딪힐 수 있는 나이, 좀 더 실수를 할 수 있는 나이에 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이른 건 아닌 것 같다.
-강한 캐릭터나 부담되지는 않았나.
▶이 캐릭터는 정말 강하다. 에너지를 정말 많이 필요로 한다. 제가 맡은 이전 캐릭터도 그런 부분이 있었지만 이 캐릭터는 대놓고 강하다. 일단 제일 큰 부담은 제가 노출된다는 거다. 필름을 통해 한차례 걸러지는 게 아니라 날것같은 모습을 보여주니까. 그렇긴 한데 이렇게 강한게 딱 찍어주는 게 확실한 부분이 있다. 잘 이해하고 소화해서 차곡차곡 쌓아서 보여준다면 좋은 작품 하나 만들었다는 만족감이 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