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영화 '해결사', '시라노; 연애조작단', '그랑프리'의 스틸 |
모두들 지난해 '아바타'의 광풍을 기억하실게다. 링크장치를 통해 외계행성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족으로 변신하는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 새로운 신체를 얻어 조종한다는 설정은 '아바타 소개팅'과 '아바타 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 뜨거운 형제들'의 핵심 모티브가 됐다.
올 추석에는 이 같은 '아바타', '아바타 소개팅'의 설정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들이 곳곳에 포진해 눈길을 끈다. 자의, 혹은 타의에 따라 누군가의 대리자가 된 영화 속 캐릭터들. 그 사연은 이렇다.
◆제대로 약점 잡힌 아바타…'해결사'의 태식
'해결사'의 태식은 약점을 잡힌 채 조종사에 휘둘리는 아바타다. 전직 형사 출신으로 범죄해결사무소를 운영 중인 그는 불륜현장을 덮쳐 한 탕 해보려다 꼼짝없이 살인 누명을 쓰게 된다. 상황을 모면키 위해 의문의 전화 속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게 된 그는 중요한 증언을 앞둔 윤대희(이성민 분)를 납치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물론 태식 역시 호락호락 당하기만 하고 있진 않는다. '공공의 적' 시리즈로 돌+아이 형사의 전형을 보여준 설경구가 연기한 만큼, 그는 뼛속까지 반항기로 가득 찬 '불량 아바타'다. 형사콤비 상철(오달수 분)과 종규(송새벽 분)의 도움아래 나름의 방식으로 아바타 조종사 장필호(이정진 분)와 그 배후세력의 정체를 캐나가는 태식. 마침내 사건의 실체와 마주한 그는 멋진 반격으로 불량 아바타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다.
◆이것이 고객 지향형 '아바타 소개팅'…'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상용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아바타 소개팅'을 스크린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연애에 숙맥인 남자가 타깃이 되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시라노 에이전시'의 조종에 따르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바타 소개팅'의 한 장면이다. 극중 인물들의 역할도 조종사(병훈, 엄태웅 분)와 아바타(상용, 최다니엘 분), 소개팅 녀(희중, 이민정 분)로 '아바타 소개팅'과 꼭 맞아 떨어진다.
차이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아바타 소개팅'의 조종사와 아바타가 공동 운명체인데 반해 병훈과 상용은 계약과 지난 사랑으로 얽힌 복잡한 사이. 영화는 연애를 대행하는 병훈과 전면에 나선 상용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정체를 감춘 채 연애를 이끌어온 조종사와 조작을 통해서라도 마음을 얻고 싶은 아바타. 당신의 선택은 어느 쪽인가.
◆말과 교감하는 능동적 아바타…'그랑프리'의 주희
영화 '그랑프리'의 주희(김태희 분) 역시 '아바타 주식회사'의 준비된 아바타라 할만하다. 못 다 이룬 꿈을 아바타를 통해 실현하는 것은 '아바타 주식회사'의 핵심 테마. 우석(양동근 분)의 도움 속에서 못 다 이룬 꿈을 다시 꾸는 그녀는 기수의 꿈을 접은 우석의 아바타로 출격, 사랑과 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위해 질주한다.
주희는 우석의 아바타인 동시에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능동적인 아바타다.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기꺼이 링크 장치에 몸을 싣는 제이크 설리와도 비슷한 인물. 명마 탐라와 교감하는 그녀의 모습은 언뜻 이크란과 교감을 나누는 나비족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