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균 기자 |
'악마를 보았다'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에 진출, 리암 니슨 주연 영화의 메가폰을 잡을 계획이어서 영화계 안팎의 시선을 끌고 있다.
영화계에 따르면 김지운 감독은 미국의 준메이저 제작,배급사인 라이언스 게이트가 제작하는 영화 '라스트 스탠드'를 연출하기로 합의했다. '라스트 스탠드'는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이 출연하는 액션 오락물. '트랜스포머'를 제작하고 이병헌을 '지.아이.조'에 합류시키는데 공을 세운 디 보나벤추라 픽처스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김지운 감독은 촬영 계획 및 세부 일정 등을 놓고 라이언스 게이트 등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김지운 감독은 '악마를 보았다'를 끝낸 뒤 할리우드 진출작을 놓고 한창 논의를 가졌다. 그는 '악마를 보았다' 개봉 당시 "조만간 할리우드 영화 연출을 할 것 같다"며 "미국에서 미팅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지운 감독은 당초 프랑스의 스튜디오카날과 라이온락 프로덕션, 테렌스 창의 미국제작사 등과 故 클로드 소테 감독의 1971년작 '맥스'를 리메이크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맥스' 리메이크가 사정상 연기되면서 '악마를 보았다' 촬영을 시작했다.
김지운 감독은 '달콤한 인생' '놈놈놈' '장화홍련' 등 장르영화 연출에 일가견을 갖고 있어 그동안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계속 받아왔다.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 영화 메가폰을 잡는 것은 오우삼 감독이 할리우드에 진출한 것과 비견할 만하다.
할리우드에 한국배우 진출은 꾸준했지만 감독 진출은 없었다. 오우삼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뒤 중화권 감독과 배우 진출이 왕성해졌듯이 한국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성공해야 다른 감독들과 배우, 스태프들의 진출에 그만큼 탄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동안 한국영화계는 세계 최대 영화시장인 할리우드를 꾸준히 두드렸다.
1970년대 이두용 감독이 '침묵의 암살자'를 연출한 것을 필두로 신상옥 감독이 현지에 제작사를 차려 '닌자 키드'를 연출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그 뒤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이 미국 에이전시에 러브콜을 받았지만 메이저 스튜디어 영화 연출은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안병기 감독이 자신이 연출한 '폰' 할리우드 리메이크 제의를 받았지만 아직 촬영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이승재 LJ필름 대표도 현지에 제작사를 차리고 수년째 도전 중이다. 강제규 감독이 꾸준히 할리우드 영화 연출을 모색했지만 결국 합작영화 형태로 '마이웨이'를 연출하게 됐다. 장동건이 주연한 '전사의 길' 역시 합작영화로 미국에서 개봉한다.
이번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에는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도 한몫했다. 할리우드 진출에 적극적인 CJ엔터테인먼트는 라이언스 게이트와 한미 공동제작영화인 '코리안 웨딩'을 공동 제작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1492픽쳐스와 영화 공동제작을 발표하기도 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김지운 감독이 라이언스 게이트와 작업하는데 보조를 함께 하고 있다.
이에 대해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번 영화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김지운 감독을 서포트하는 개념"이라며 "김지운 감독 뿐 아니라 할리우드에 진출하려는 한국감독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 함께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언스 게이트는 '포비든 킹덤' '투로모우' '쏘우'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로 20세기 폭스, 파라마운트 등 메이저 스튜디오에 이은 규모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MGM을 합병할 의사를 보여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고 있다.
라이언스 게이트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열리는 아시안필름마켓에 처음으로 세일즈부스를 연다. 라이언스 게이트가 부산영화제 중 김지운 감독 프로젝트를 공개할지도 관심을 끈다. 리암 니슨이 올해 부산영화제를 찾으려 했다가 무산된바 있기 때문이다.
과연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에 한국감독 바람을 불어넣게 될지, 영화는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