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이동훈 기자 photoguy@ |
배우 정겨운은 '운 좋은 남자'란 부러움에 찬 소리를 종종 듣는다.
2004년 모바일드라마 '다섯 개의 별'로 연예계 첫 발을 내딛은 뒤 '건빵 선생과 별사탕' '행복한 여자' '미워도 다시 한 번' '천만번 사랑해'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닥터챔프'까지 내로라하는 작품에 주조연급으로 출연하며 남부러울 것 없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무명기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첫 주연작이 2007년 인기리 방영된 KBS 2TV 주말극 '행복한 여자'다. 그런데도 정겨운은 '운 좋은 남자'란 평가에 손사래를 친다.
"3년여 만에 첫 주연을 했어요. 저도 이제는 탄탄대로를 걷겠구나 싶었지만 주인공을 해도 꼭 잘되라는 법은 없더라고요. 한 번도 제 뜻대로 일이 된 적이 없어요. '행복한 여자'가 끝나고 오디션을 보는데 계속 낙방만 했죠. 휴~ 그때 진짜 자숙하며 배우란 직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신인에 첫 주연까지 했으니 은근히 신인상을 바랐지만, 현실은 신인상은커녕 연이은 오디션 낙방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그는 9개월간 본의 아닌 휴식기를 가졌다.
"빨리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예상이 빗나가는 세월을 보냈죠.(웃음) 그러다 '달콤한 인생'과 '태양의 여자'를 만나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물론 본인의 뜻대로 삶이 개척되지 않은 데는 자신의 부족함이 큰 원인이었다고 털어놨다. 바로 '행복한 여자'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종창 PD가 2년 후 '미워도 다시 한 번'이란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을 불러줬지만 감독의 바람만큼 캐릭터를 살리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이다.
"감독님이 원하는 캐릭터를 잘 못 살렸던 것 같아요. 지금 그 캐릭터를 맡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멋쩍은 듯)"
정겨운 ⓒ이동훈 기자 photoguy@ |
다행히 그는 '닥터챔프' 속 박지헌 캐릭터는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이라고 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농익은 연기를 보여줄 기회라며 회심의 미소를 날리며.
"이제는 농익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하. 연기를 해보니 경험이 하나 둘 쌓이며 자연스레 느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지금 '행복한 여자'를 하면 진짜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정겨운은 "아홉수란 말은 자신에게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82년생, 한국 나이로 올해 스물아홉이지만 올해만큼 만족스러운 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여러모로 제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20대의 마지막, 아홉수라고 하는데 저는 되게 좋은 일만 많았어요. 그래서 지금이 제일 행복합니다. 이 여세를 몰아 '닥터챔프'도 열심히 찍을 거예요.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