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동이', 이병훈표 사극의 새로운 가능성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0.10.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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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동이'(극본 김이영·연출 이병훈 김상협)가 12일 종영하며 7개월여 간의 여정을 마쳤다.

'동이'는 그간 MBC가 선보여 왔던 여타 조선왕조 사극들과 사뭇 달랐다. 이병훈 PD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전작과는 다른 시도를 보여주려 했다.


비록 시청률 면에서 전작 '허준' '대장금' '이산' 등에 미치지 못했으나, 이 같은 발전적인 시도들은 벌써부터 이병훈 PD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화두가 된 것은 단연 캐릭터의 재해석이었다. 숙종은 기존의 근엄한 왕의 이미지를 탈피,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모습으로 '깨방정'·'허당' 등의 수식어를 얻었다.

'동이'의 숙종은 요녀 장희빈에 휘둘리며 어진 중전을 내몬 어리석은 왕이 아니었다. 화내고 웃고 눈물 흘리는 인간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모습으로 공감을 이끌어 냈다.


사극에서 숱하게 다뤄졌으되 늘 변함없던 장희빈의 캐릭터는 '동이'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숙종과 마주 앉아 국사를 논하고, 위험을 무릎 쓰고 자기사람을 구하러 가는 모습은 생소했다. 그러나 이는 숙종이 일개 궁녀였던 장희빈을 총애하게 된 과정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이러한 숙종과 장희빈의 변화는 나름의 논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병훈 PD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숙종은 절대 권력을 행사했다"며 "그렇다면 행동에 있어서도 크게 제약을 받지 않았으리라 착안했다"고 밝혔다.

장희빈에 대해서도 "중전의 자리까지 오를 정도로 총명했던 여인"이라며 "똑똑하고 매력이 넘쳐 숙종의 사랑을 받는 모습으로 그렸다"라고 설명했다.

천성이 선하고 올곧은 여주인공 동이조차 앞서 사극과는 다른 현대적인 매력이 돋보였다. 스스로를 풍산이라 칭하며 궐을 누비고, 감히 임금의 등을 밟는 동이는 유쾌하고 발랄한 이미지가 부각됐다.

이는 기존의 이영애와 한지민 등이 보여준 단아하고 차분한 캐릭터에서 일보 진화한 캐릭터다. 이병훈 PD는 "똑똑하고 캔디 같은 인물이다. 노비 출신이라 품위 있는 면보다는 명랑하고 유머 넘치는 캐릭터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캐릭터의 재해석은 시청자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궈냈다. 역사적으로 정해진 결말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 캐릭터의 변형은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그간 하나의 이미지로 고착화된 역사 속 인물들이 얼마든지 새로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동이'에서 시도한 새로운 가능성은 검계의 등장이다. '동이'는 서민들의 비밀결사 조직인 검계를 드라마 소재로 내세워 기존 사극과 차별화했다. 또 동이를 검계 수장의 딸로 설정,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천민들까지 보듬는 동이의 인생관을 강조하고자 했다.

그러나 검계를 전면에 내세운 '동이' 초반 시청률은 10% 대로 저조했다. 이병훈 PD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드라마를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극본과 연출의 문제다. 드라마 전개상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준비와 장치가 부족한 탓이다"라고 성찰했다.

이후 검계 이야기가 뒤로 빠지고 동이와 숙종의 러브 스토리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시청률이 20%와 30%를 넘나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 같았던 검계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오랜 시간 숨죽여 왔던 검계는 정치적인 면에서 별다른 이야기를 구성하지 못하고 동이와 숙종의 애절한 생이별을 강조하는 역할로 마무리 됐다.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이 같은 소재의 투입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같은 시도는 다음 사극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소재의 발굴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동이' 마지막회에서는 백성들의 고충과 억울한 사연을 풀어 주고, 예전처럼 숙종과 궐 밖을 누비는 동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몇년 뒤 동이의 능을 찾은 천수(배수빈 분)는 동이를 닮은 한 천인 아이를 보게 되고 "너는 귀한 사람이 될게다. 마음에 귀한 뜻을 품으면 된단다"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천민 출신 동이의 파란만장한 성공기를 담은 동이가 마지막 회까지 '귀한 뜻이 귀한 사람을 만든다'는 뜻 깊은 메시지를 전하며 행복한 대단원을 내린 셈이다.

'동이' 후속으로는 오는 18일부터 김남주 정준호 채정안 박시후 주연의 '역전의 여왕'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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