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란은 타블로가 미국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것이 맞다는 경찰의 발표 이후에도 현재 진행형.
한사코 인터뷰를 고사하던 성 PD는 "방송은 끝났지만 타블로에게도, 왓비컴즈에게도 사건은 끝나지 않은 것 같다."며 "우리 방송은 타블로를 위한 방송도, '타진요'를 위한 방송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PD수첩'에 몸담았던 성 PD가 한 연예인의 학력 검증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안티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이하 '타진요') 회원들의 끊임없는 제보 때문이었다. 'PD수첩' 제보 게시판에만 수백건의 글이 올라왔고, 이는 성 PD가 'MBC스페셜' 팀으로 옮긴 뒤에도 계속됐다.
성 PD는 "왜 이게 난리가 났을까. 그것이 처음 시작이었다. 당시가 6월 말이었는데 그것이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고 회상했다.
타블로와의 만남은 쉽지 않았다. 성 PD는 "당시만 해도 타블로는 방송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다소 불신이 있었던 것 같다"며 "나는 고발 프로그램 출신답게 보고 확인한 것 위주로 하겠다 생각했다. 중립적 취재는 당연하다. 타블로를 대신 변호하지 않았다. 처음엔 나 역시 긴가민가 했다"고 털어놨다.
"'드라이하게' 하려고 조절했다. 탐사보도는 아니었지만 핵심이 '팩트(fact)' 확인에 있었다. 타블로와의 인터뷰는 딱 2번이었고, 그것도 제한적으로 썼다.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했다."
'타블로 스페셜'은 원래 1부작이 예정이었다. 그러나 1부를 타블로 학력 검증에 대부분 할애하면서 한국 사회에 대한 고찰 등은 2부로 밀렸다. 더욱이 2부가 방송되던 날 당일 나온 경찰 중간발표 때문에 허겁지겁 방송 내용을 정리하느라 빠진 부분도 생겼다.
"1부가 나간 뒤에 '타진요'는 사실 전혀 설득이 안 됐는데 2부를 앞두고 고민이 됐다. 이 프로그램은 '타진요'를 위한 방송이 아닌데 서른가지 넘는 의혹을 하나하나 증명할 수도 없고. 저희가 분명히 하고 싶었던 부분은 모든 '타진요'가 악플러라는 식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이 그렇게 의심할 근거가 있었다는 걸 충분히 다뤘다. 다만 정의감이 잘못 표출될 경우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인터넷 문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거나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데 방송이 이용되지 않길 바랐다. 인터넷이 양날의 검이라는 부분을 다루고 싶었는데 다소 빠졌다. 그 부분이 아쉽다."
그는 "권력도 과잉수사가 문제 아닌가. 연예인 한 명의 학력을 검증하기 위해 병무청, 검찰, 경찰이 동원됐다"며 "'타진요' 분들이 정정방송을 하라며 CNN 쪽에만 보낸 메일이 100통 이상이 됐다. 이밖에도 많은 서구 언론사에 그만큼의 메일을 보냈다. 그 열정과 정의감이 다른 쪽으로 표출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타블로 논란이 한창 뜨거웠던 시절 뜨거운 감자를 다루면서 성 PD는 이른바 '신상이 털리는' 경험도 했다. 성 PD의 사진과 연락처, 이메일 등이 공개돼 '타진요' 게시판에 큼지막하게 올라가기까지 했다. 빗발치는 전화, 항의메일 속에도 전화번호나 이메일을 바꾸지 않고 지금에 올 수 있었던 것은 고발 프로 출신의 강단 덕분이었을까.
"그래서 그런가(웃음) 취재는 정말 많이 했다. 그것을 다 내보내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보니 타블로를 옹호하려 한 모든 사람들이 신상이 털렸다. 인터뷰 대상을 섭외하기 어려웠던 게 '한국 네티즌이 너무 무섭다'는 거였다. 그래도 열성적인 분들이 직접 자료를 찾아 들고 취재에 응해주셨다.
인터뷰를 꺼리기는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자문은 가능하지만 인터뷰는 어렵다는 분들이 방송에 나간 분 이외에도 너무 많았다. 물론 타블로가 졸업한 것이 맞다는 답장을 수십통 한국에 보냈다는 스탠퍼드대 교수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이들이 이번 사건을 두고 다른 이야기를 했다. 어떤 사람은 학력만능 사회를 꼬집었고, 어떤 사람은 불신사회를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현대인들의 표출 못할 분노를 이야기했다. 성 PD는 그런 여러 이야기를 가능한 한 방송에 담았다. 그가 보는 이번 사건은 어떤 모습일까.
"세 요인이 있는 것 같다. 인터넷, 한국사회, 그리고 타블로. 인터넷의 비(非)대면성이나 죄책감을 덜어주는 구조가 한국 사회의 병역, 학력에 대한 집착이나 불신과 맞물렸다. 또 타블로는 상식 밖의 뛰어난 능력이 있었고. 자신의 억울함을 나서서 호소하기보다는 침잠하는 스타일의 사람이었다."
성 PD는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타블로 하나 억울한 걸 왜 공중파가 방송을 해' 하고 생각하다가 방송을 보고 '저 정도인 줄 몰랐네' 하는 분들이 계셨다"며 "타블로 아니라 누구에게나 이런 일이 닥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