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체인지'…韓日국가원수는 보궐선거 출신?

임창수 기자 / 입력 : 2010.10.21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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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왼쪽), 기무라 타쿠야 ⓒSBS,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SBS 드라마 '대물'의 서혜림(고현정 분)이 드디어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강태산(차인표 분)의 거듭된 권유에 남송 지역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된 그녀는 훗날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 된다.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하는 서혜림의 행보는 일본 드라마 '체인지'의 최연소 일본 총리 아사쿠라 게이타(기무라 타쿠야 분)의 그것과 일치해 눈길을 끈다.


정치인이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그는 여당인 정우당의 거물의원 칸바야시 쇼이치(테라오 아키라 분)에 의해 최연소 총리의 자리에 오른다. 드라마 속 한, 일 양국의 국가원수가 모두 보궐선거 출신인 셈이다.

이 같은 설정에는 다 이유가 있다. 기획의도와 극중 상황에 비추어 보건데 주인공들의 정치 입문에 보궐선거라는 설정이 가장 큰 설득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두 드라마는 모두 정치에 무관심하던 주인공들이 우여곡절 끝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 세상을 바꿔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를 통해 어렵게만 생각되는 정치가 사실 가까이 있는 우리의 일임을, 우리의 관심과 참여가 세상을 바꾸는 힘임을 전하고 있다.


보궐선거는 바로 이러한 '일반인의 정치권 입문'에 가장 설득력 있는 장치다. 정치에 관심 없던 주인공들이 오랜 준비 끝에 도전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총선에 나선다는 설정은 현실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정치에 무관했던 인물들이 정치에 도전한다는 설정에도, 새로운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하기에도 보궐선거만한 장치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당장 남송 지역 후보가 없는 민우당(대물)과 꼭두각시 총리대신이 필요한 정우당(체인지)의 입장까지 가미되면 보궐선거는 주인공들의 썩 그럴듯한 정치 데뷔무대로 재탄생된다. 정당의 입장에서도 기존의 후보가 아닌 새로운 후보를 내놓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니 보다 현실적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보궐선거 출신으로 국가원수의 자리에 까지 오른다는 설정 외에도, '대물'과 '체인지'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더 눈에 띈다.

우선 극중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의 면면이 그렇다. '대물'의 경우 '선덕여왕'의 미실 역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했던 고현정과 한류스타 권상우, 묵직한 무게감의 차인표가 포진했고, '체인지'의 경우 '시청률의 사나이' 기무라 타쿠야를 비롯해 톱 여배우 후카츠 에리, 미중년 매력남 아베 히로시가 출연했다. 출연진 모두 한, 일 양국 최고의 배우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들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였던 인물들이 뒤통수를 맞는다는 점도 닮았다. '대물'의 강태산은 서혜림을 정계로 끌어들이는 장본인이지만 후에 서혜림에게 대권을 빼앗겨 스스로 발등을 찢는 결과를 초래한다.

'체인지'의 칸바야시 쇼이치 또한 아사쿠라 게이타를 꼭두각시 총리로 세워두고 권력을 휘두르려하지만 기존 정치가들과는 달리 국민의 안녕을 위하는 아사쿠라 게이타는 다른 정치인들까지 감화시키며 날로 인기를 높여간다.

한, 일 양국의 시청자들이 '대물'과 '체인지'와 같은 정치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얼까. 많은 국민들이 현실정치와 기존의 정치인들에 대한 염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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