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극장가에 한파가 먼저 불어 닥쳤다.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한 '심야의 FM'이 26일까지 85만명에 그쳤다. 2위인 '파라노말 액티비티2'가 이날까지 20만명에 불과하니 극장이 텅 비었다는 소리가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28일 '부당거래'가 개봉하면서 영화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부당거래'가 얼어붙은 극장가를 녹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황정민과 류승범, 유해진이 호흡을 맞춘 영화다. 지난 19일 기자시사회가 열린 뒤부터 트위터를 통해 "류승완의 최고작"이란 소리가 넘치고 있다.
'부당거래'는 대통령까지 관심을 두고 있는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이 조직폭력배를 통해 가짜 범인을 만들고, 그 사실을 악덕 검사가 눈치 채면서 벌어지는 위험한 거래를 그린 영화다. 대통령이 경찰서를 찾아가고, 스폰서 검사가 등장하는 등 영화는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가득하다.
하지만 영화는 현실을 고발한다기보단 캐릭터에 공감시키는 데 주력한다.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 능력이 있어도 번번이 승진에 물을 먹는 경찰이자 직장인인 한 남자, 그리고 열등의식에 사로잡힌 조직폭력배, 처가의 도움으로 승승장구하면서도 조직폭력배에 뇌물을 먹고사는 검사. 류승완 감독은 세 인물이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에 초점을 맞췄다.
류승완 감독의 장점은 액션 연출이 아니라 연출의 리듬감이다. 그는 이 사실을 '부당거래'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2NE1의 노래처럼 리드미컬하게 풀었다. 이 과정에서 독보인 것은 캐릭터에 대한 포착이다.
속을 알수 없는 경찰 황정민과 위악적인 검사 류승범, 비열한 조폭 유해진까지 세 남자는 각자의 위치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배우들의 호연에 캐릭터 설명이 길지 않아도 단숨에 관객이 몰입된다. 류승범은 어느덧 황정민 유해진과 같은 반열의 배우가 됐다.
류승완 감독은 황정민과 류승범의 대립각에 유해진을 넣어 균형을 잘 잡아냈다. 캐릭터와 균형에 공을 들인 나머지 황량한 도시의 질감은 사라졌지만 비열한 거리 대신 비열한 사람들의 '꼬꼬무'(꼬리에 꼬리 물기)로 관객을 사로잡을 만하다.
'부당거래'가 개인을 통해 시스템을 비판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부당하다. '부당거래'는 부당한 현실보다 부당한 거래, 그보다 부당한 남자들의 이야기다. '다찌마와리'와 '짝패', '주먹이 운다' 등 류승완 감독의 전작을 각각 좋아한 관객들 모두가 즐긴 만하다. 청소년관람불가인 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