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수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
"매우 공격적인 음악...뭐야...이거 내 목에 기계소리 빼."
가요계의 개성파 싱어송라이터 싸이가 최근 발표한 정규 5집 '싸이 파이브'의 타이틀곡 '라이트 나우'(Right Now) 첫 부분 노랫말이다. 싸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년만에 새 정규앨범인 5집을 낸 것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에서도 근래 들어 국내 가요계에서 이른바 '오토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에 대해 당황스러움과 걱정을 드러냈다.
싸이는 이 자리에서 "컴백을 앞두고 제일 당황했던 게 오토튠이었다"라며 "(오토튠 사용이)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 트렌드지만, 정작 무대에서 저 노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김태우와 DJ DOC 잘되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라며 "생목소리로 울부짖을 때도 이를 반가워 해주는 정서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싸이가 언급한 오토튠은 각양각색의 기계음을 통해 원래 목소리를 보정하거나 변화시키는 장치 혹은 그 기술 자체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오토튠은 가요팬들과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 보통 기계음이란 표현으로 쓰인다.
싸이가 밝힌 것처럼, 요즘 국내 주류 가요계에서는 기계음이 사용된 노래들을 너무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차라리 기계음이 쓰이지 않은 노래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여기에는 현재 국내 가요계가 보이그룹과 걸그룹 등 아이돌그룹들이 대세가 된 점및 일렉트로닉 등이 유행하고 있는 점 등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아이돌그룹들은 댄스 음악을 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일렉트로닉과 하우스 등이 유행하면서, 국내 아이돌그룹들도 이 장르에 팝댄스 및 힙합 등을 결합 시킨 곡들을 다수 탄생시켰다. 이러한 성향의 곡들은 기본적으로 강렬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신나고 강한 곡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기계음을 많이 쓴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기계음이 쓰인 곡들을 너무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기계음 사용에 대한 가요 팬들과 관계자들의 시선은 좋고 나쁨 등 2가지로 극단적으로 갈린다. 기계음 사용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대중들의 귀를 속이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기계음 사용에 너그러운 쪽에서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러 편집 기법을 이용해 감동을 더욱 극대화 시키듯, 기계음도 가요팬들에 더 큰 기쁨을 주기 위한 한 방법"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양 측에서도 분명 접점은 있다. 가창력과 음악성에서 실력을 미리 인정받은 뒤, 오로지 곡의 느낌을 더 잘 살리겠다는 순수한 의도에서의 기계음 사용은 이른바 '욕먹을 일'이 아니란 점이다.
유명 작곡가 조영수는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최근 2NE1의 음악에 기계음이 많이 쓰였다는 지적이 있는데, 2NE1의 경우 신나고 강렬한 댄스곡을 하는 팀이고 기본적으로 가창과 랩 부분 등 여러 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팀"이라며 "이런 팀이 기계음을 쓰는 것은 자신들의 생각한 해당 곡의 느낌을 팬들에 더 잘 전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에 대놓고 비판 받아서는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일부 가수 및 그룹의 경우 모자라는 가창력을 감추려고 기계음을 과도하게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분명 잘못된 행위"라며 "요즘 가요팬들은 MR제거 등을 통해 원래 가창력을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에, 기계음 사용이라는 임시방편을 쓰기 보다는 가창력을 키우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조영수는 "결론적으로 말해 기계음의 경우, 곡의 느낌상 꼭 필요한 부분에서 적절하게 사용된다면 해당 가수 및 가요팬들 양측 모두에 더 큰 즐거움을 제공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