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대물' '프레지던트' '웨스트 윙' '체인지' |
대통령들의 안방극장 나들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SBS '프라하의 연인'에선 여자 주인공의 아버지로 대통령이 등장했고 KBS 2TV '꽃보다 남자'의 윤지후는 할아버지가 대통령이었다.
특히 최근 등장한 드라마들은 조연캐릭터로 등장하던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 최초 여성대통령의 이야기를 그린 SBS '대물'과 한국판 '웨스트 윙'을 표방한 KBS 2TV '프레지던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미일 대표 정치드라마랄 수 있는 '대물'과 '프레지던트', 미국의 '웨스트 윙'과 일본의 '체인지'를 전격 비교해봤다.
우선 주연배우들의 면모를 살펴보자. '대물'의 주인공은 MBC '선덕여왕'의 미실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고현정이다.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 서혜림으로 분한 그녀는 하도야(권상우 분)의 도움 아래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서의 걸음을 뗀다.
KBS 2TV '프레지던트'의 주인공은 '왕 전문 배우' 최수종이다. 이미 사극에서 높은 시청률로 안방극장 파워를 과시한 그이니만큼 KBS 2TV 수목극의 부활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미국드라마 '웨스트윙'의 주인공은 대통령 역만 네 번째인 대통령 전문 배우 마틴 쉰이다. 드라마 방영 당시 제드 바틀렛 대통령 열풍을 일으킨 바 있으며, 10년이 지난 지금 버락 오바마와 닮은 이상향의 대통령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일본 드라마 '체인지'는 일본 아이돌그룹 SMAP 멤버 기무라타쿠야가 주연을 맡았다. '시청률의 사나이'로 불리는 그는 편안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연기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주인공들의 전직 또한 제각각이라 눈길을 끈다. '대물'의 서혜림과 '체인지'의 아사쿠라 케이타(키무라 타쿠야 분)가 각각 앵커와 초등학교 교사로 정치와는 동떨어진 전직을 가진 데 반해, '프레지던트'와 '웨스트 윙'의 주인공들은 정치권에 몸을 담고 있는 인물들이다. '프레지던트'의 장일준(최수종 분)은 시민운동가 출신 3선 국회의원이며, '웨스트 윙'의 제드 바틀렛(마틴 쉰 분)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의 경제학자로 주지사를 지낸 정치인이다.
서로 다른 과거를 가졌지만 이들이 정치계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조금씩 닮아있다. 서혜림은 아프간 취재에 나선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정계에 발을 딛게 되고, 장일준 또한 유신정권 시절 자신을 대신해 학생운동 총책임자의 누명을 쓰고 죽은 형을 대신해 대통령이 되고자 결심하게 된다. 아사쿠라 케이타 또한 정치인인 아버지와 후계자로 키우던 형이 비행기 사고로 죽게 되자 지역구를 이어나가기 위해 정치권에 뛰어든다. 단, 제드 바틀렛은 친구 리오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하게 된다.
각 드라마의 특징 또한 확실하다. '대물'은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상적인 검사와 정치인을 보여주며, '프레지던트'는 정통 정치드라마에 한국적 정서를 가미해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웨스트윙'은 '경제이슈를 저녁 식탁의 화젯거리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로 기획됐으며, '체인지'는 기무라 타쿠야를 비롯해 아베 히로시, 후카츠 에리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유쾌한 이야기를 통해 정치 드라마의 진지함과 코믹함을 잘 버무렸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한미일 3국의 정치드라마를 비교해보는 것 또한 이들 드라마를 좀 더 풍성하게 즐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