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 속의 영웅 이만기는 전설이 아니라 현실에 살아있었습니다. 졌습니다."
강호동이 '씨름의 전설' 이만기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14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는 영원한 천하장사 이만기와 강호동의 씨름 맞대결이 벌어졌다.
직전 방송에서 울릉도로 단풍 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던 '1박2일' 팀은 기상 악화로 울릉도로 떠나지 못하고 다른 여행 장소를 찾다 이만기와 즉석 통화를 시도했다. 강호동은 대선배인 이만기에게 함께 씨름을 할 수 있겠냐고 조심스럽게 제안했고, 이만기는 다소 고민하다 강호동의 제안을 수락, 이날 대결이 이뤄졌다.
"준비됐나"라고 묻는 강호동에게 이만기가 화통하게 "준비됐다. 언제든지 온나"라고 답하면서 두 사람의 역사적인 대결이 이뤄졌다.
두 사람의 대결은 지난 1990년 이만기가 은퇴 직전 가진 제44회 백두장사 결승전 이후 무려 20년만이다. 당시 이만기가 강호동을 꺾고 은퇴를 선언했다.
이만기는 통산 우승 36승으로 '모래판의 황제'라는 별명 그대로 씨름계의 전설로 남아있다. 강호동 또한 현역 선수 시절 통산 12승의 돌풍을 일으키며 '씨름계의 악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만기는 오랜만에 만난 강호동에 대해 "그 때 씨름 후배가 아니었으면 많이 맞았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만기는 그러나 "(강)호동씨는 처음 만났을 때 '한 번만(샅바) 잡아달라'고 했다"며 "이 친구 앞으로 크겠다고 생각했다"고 후배 강호동을 높이 샀다. 그는 "체형이 정말 씨름을 잘 할 수 있는 체형"이라며 "목도 짧고"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만기는 경기 시작 전부터 탄탄한 다리 근육을 과시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여전히 탄탄한 이만기의 다리 근육에 '1박2일' 멤버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난을 걸었던 강호동은 이만기의 반격에 나동그라지기도 했다.
20년만의 대결은 치열한 샅바 싸움으로 시작했다. 강호동과 이만기는 서로 유리하게 샅바를 잡기 위해 한 치의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드디어 시작된 재대결. 서로를 들어 올리던 강호동과 이만기는 그러나 샅바를 놓쳤고, 재경기에 들어갔다.
이어진 재경기 시작과 동시에 강호동은 들배지기를 시도했지만 이내 막혔고, 이어진 이만기의 반격에 강호동이 급반격 했지만 결국 이만기가 첫 승을 따냈다.
강호동과 이만기가 첫 번째 경기에서 체력 소모를 너무한 나머지 제작진은 3판2선승제로 변경을 제안, 양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두 번째 경기는 강호동이 현역 시절 필살기인 들배지기를 이용, 이만기를 순식간에 들어올려 씨름판에 매쳤다.
스코어 1대 1. 20년만의 재대결의 승자가 단 한 번의 대결로 가려지는 순간, 모두가 숙연한 가운데 강호동과 이만기가 다시금 샅바를 잡았다.
이만기는 들었고 강호동은 버텼다. 이를 악문 강호동은 그러나 끝내 이만기의 힘을 당하지 못하고 모래판에 등을 댈 수밖에 없었다.
강호동은 "제 마음 속의 영웅 이만기는 전설이 아니라 현실에 살아있었다"며 "이만기 선생님 졌습니다"라고 깨끗이 승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