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이문세, '슈퍼스타K2' 출연자들, 윤도현 밴드(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
아이돌 열풍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된 가운데 굵직한 신인들과 기성 가수들이 고른 균형을 이루며 경쟁을 펼쳤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대중적인 보급은 트위터 열풍을 이끌었고, 전국민의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엠넷 '슈퍼스타K'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거듭하며 올 가요계의 복병으로 통했다.
K-POP 열풍이 아시아를 휩쓴 올해는 이제 내년으로 무대를 옮긴다. 내년 가요계에 개성과 능력으로 충만한 이들의 역할은 보다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0 가요계가 남긴 이색적인 기록을 되짚어봤다.
◆ 스마트폰 인기에 '모빌리언 뮤지션' 등장
'스마트폰' 열풍은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해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확인하거나 트위터로 지인들과 소통하는 것은 이제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이는 가요계에도 마찬가지였다. 스타들의 일상은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고, 스마트폰은 가수들의 표절 검사 도구로 쓰이기도 했다.
게다가 홍보 방식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굳이 언론사를 거쳐 보도자료를 보내지 않아도 트위터 하나면 많은 팬들에게 직접 스케줄을 알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트위터로 신곡을 공개하거나 게릴라 콘서트를 공지하는 가수들이 늘어난 것은 올해 가요계를 대표하는 홍보 전략이었다.
특히 스마트폰을 음악 작업에 활용하는 ‘모빌리언(Mobilian)’ 뮤지션들도 크게 늘었다. 모빌리언은 스마트폰 확산에 따라 모바일 환경을 적극 활용하는 세대를 의미하는 신조어. 휴대폰을 통화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데 활용하던 모바일족(族) 보다 진화한 개념이다.
힙합 가수 데프콘은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하는 가요계의 대표적인 모빌리언 중 한 명. 요새 트위터의 재미에 푹 빠져있다는 그는 스마트폰 내 작곡 관련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간단한 음악의 틀을 잡고 이메일로 전송한다. 윤도현 역시 새 앨범 발표와 동시에 소셜 네트워킹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형태의 웹사이트(www.ybrocks.kr)를 오픈해 팬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해왔다.
◆ '슈퍼스타K' '쎄시봉'..7080과 복고음악의 열풍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슈퍼스타K'는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아티스트 등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참가자들이 참여해 주목받았다. 앞서 탈락한 김그림을 시작으로 김지수, 강승윤, 장재인까지 모두 싱어송라이터 이미지를 무기로 다른 참가자들과는 차별화된 자신들만의 선을 그어왔다.
어쿠스틱 음악이 가진 진정성과 연주 실력은 가수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 기타연주와 독특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장재인은 단 몇 번의 무대로 자신의 음악색을 대중에 확실히 각인시켰고, 강승윤과 김지수도 허스키한 음색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무장해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특히 강승윤이 발표한 '본능적으로'는 기성 가수들의 틈에서 눈에 띄게 선전했다. 팬들이 강승윤을 보며 선호하는 이유는 17살의 어린 청년이 풍기는 순수함과 음악에 대한 열정, 기타 연주, 그리고 보기와는 달리 허스키한 음색이 주는 의외성 등이 귀여운 반항아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는 것. 세련된 외모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기타 연주를 통한 뮤지션 이미지 메이킹도 한 몫 한 셈이다. 젊음과 복고 음악이 결합한 이색적인 이미지에서 10대 여심이 크게 흔들렸던 한 해 였다.
여기에 포크 음악은 MBC '놀러와'에 출연한 쎄시봉 4인방을 통해 더 큰 인기를 누렸다. 조영남 김세환 등 가수들의 감성 음악과 입담은 7080 문화를 재조명하고 40~50대 팬들의 향수를 크게 자극했다.
◆ 윤종신 이문세의 재발견..공연 방송서 크게 두각
실력파 두 가수의 명곡들이 되살아난 한 해였다. 이문세는 '슈퍼스타K2'에 마련된 '이문세 스페셜'을 통해 1980년대부터 이어져온 이문세의 명곡들이 젊은 도전자들에 의해 다시 불려져 화제가 됐다. 이문세는 자신의 히트곡과 함께 젊은 세대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뮤지션의 위상을 각인시켰다.
이문세의 재조명 열풍과 함께 그는 자신의 역대 최대 공연 ‘2010 이문세 The Best’로 티켓파워를 입증하기도 했다. 9개월 동안 투어 공연을 누빈 '붉은노을'은 10만 명의 관객이 관람하며 성공적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윤종신 역시 예능인이 아닌 음악인으로 우뚝 섰다. 개그맨 뺨치는 입담으로 예능 늦둥이에 등극했고, '슈퍼스타K'에서 보여준 솔직하고 예리한 평가로 냉철한 심사위원으로도 통한 그는 90년대부터 이어온 발라드계의 대표 뮤지션 자리를 다시금 확고히 했다.
'슈퍼스타K'에 2년 연속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며 많은 이들은 다시금 음악인 윤종신을 떠올렸다. 그룹 015B의 객원보컬로 가요계에 데뷔한지 벌써 20년. '슈퍼스타K'에서 보여준 그의 냉철하지만 꼼꼼한 심사평은 적어도 요즘 젊은이들에게 그가 음악인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킨 계기가 됐고, 그의 훌륭한 프로듀싱 감각과 특유의 안목은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돼 세대를 관통한 감성음악으로 사랑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