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착한 코미디가 통하고 있다.
3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라스트 갓파더'는 2일 30만명을 동원, 121만 6077명을 불러 모아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헬로우 고스트'. '헬로우 고스트'는 2일 15만 7509명을 동원해 누적 169만 8630명을 기록했다.
신묘년 새해를 맞아 '라스트 갓파더'와 '헬로우 고스트' 두 코미디 영화가 극장가에 원투펀치로 쌍끌이 흥행을 이끄는 것. '라스트 갓파더'와 '헬로우 고스트' 흥행은 절묘한 개봉 시점에 큰 도움을 받았다.
연말연시 극장 나들이에 나선 가족 관객들에게 12세 이상 관람가인 착한 코미디가 주효한 것이다. 이는 두 영화에 아이부터 노모까지 동반한 가족 관객이 많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특히 '라스트 갓파더'는 영구라는 캐릭터가 향수를 불러 일이키는 점과 심형래 감독의 이미지 메이킹이 한 몫을 톡톡히 했다. 20.30대 관객에겐 식상할 수 있는 영구표 코미디가 중장년층에겐 향수를, 미성년 관객에겐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주류 영화계에서 외면당하지만 미국 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심형래 감독의 성공 스토리가 '디 워'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관객이 극장을 찾는 데 일조하고 있다. 호기심 반, 응원 반의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것.
하비 케이틀 등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들이 영화에 힘을 실어주면서 깔끔한 코미디로 완성됐다는 점도 '라스트 갓파더' 흥행 동력 중 하나다. 예고편에서 기대를 높인 웃음 폭탄은 불발에 가깝지만 연말연시 훈훈한 코미디라는 게 주효했다.
'라스트 갓파더'는 '디워' 만큼 한방도 없지만 논란도 없는 상태다. 때문에 '디 워'처럼 3일만에 100만명을 넘는 폭발적인 흥행은 아니다. 그럼에도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절묘한 개봉시점과 효과적인 마케팅, 30년만에 불어 닥친 한파에서 오는 실내 엔터테인먼트 효과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피칠갑 영화들에 지친 관객들이 상대적으로 부담 없는 가족 코미디를 찾는 것도 흥행에 일조하고 있다. '황해'와 '헬로우 고스트'의 엇갈린 흥행이 반증이다.
지난달 22일 '황해'와 동시에 개봉한 '헬로우 고스트'는 꾸준한 흥행으로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스크린수는 '라스트 갓파더' '황해'에 비해 100여개 적지만 객석 점유율은 더 높다.
'과속스캔들'을 경험한 관객들이 또 한 번 차태현표 감동 코미디를 찾고 있는 것. 데이트 무비로도 적격이다. 반면 '황해'는 '추격자' 3인방이 다시 뭉친데다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잔혹하다는 입소문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라스트 갓파더'와 '헬로우 고스트' 흥행이 코미디 영화 부활에 힘을 실어줄 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한국 코미디 영화는 조폭 코미디 몰락 이후 한동안 실종된 상태였다. 2008년 12월 개봉한 '과속스캔들'이 820만명을 동원했지만 이는 사건에 가까웠다.
올해 극장가에는 이준익 감독의 역사 코미디 '평양성'이 1월 개봉하는 것을 시작으로 코미디영화가 줄줄이 뒤를 잇는다. 강우석 감독도 따뜻한 감동 야구 영화 '글러브'를 선보인다. '과속 스캔들' 강형철 감독은 '써니'로, 장진 감독은 '로맨틱 헤븐'으로 관객과 만난다. '마마' '마이썬' '인생은 아름다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챔프' 등 감동물도 차례로 개봉한다.
지난해 잔혹한 스릴러 틈바구니 속에서도 소박한 웃음은 통했다. 저예산 영화 '방가?방가!'의 흥행이 대표적인 예다. 연말 '라스트 갓파더'와 '헬로우 고스트' 흥행은 관객들이 편안한 웃음을 찾기 시작했다는 반증이다. 로맨틱 코미디 '쩨쩨한 로맨스'도 흥행에 성공했다.
관객들은 눈물보단 웃음, 잔혹한 복수보단 유쾌한 성공에 눈을 돌리고 있다. 조폭 코미디의 몰락 이후 제작이 드물었던 한국 코미디 영화도 새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호불호는 차지하더라도 '라스트 갓파더'가 코미디 영화 부활에 한 몫을 할지, 또 '추격자'가 연 스릴러붐을 '황해'가 스스로 종결할지, 1월 극장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