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용가리' '디워' 등 SF 괴수물과는 완전히 다른 장르에다, 완전히 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작품이지만, 역시 '심형래 영화'라는 평가가 대세다. '심형래 영화'를 '심형래 영화'로 만드는 것, 그의 영화에 꼭 있는 게 무엇이기에?
◆권선징악
1980년대, 1990년대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던 심형래는 1984년 영화 '각설이 품바 타령'을 시작으로 '우뢰매' 시리즈,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 등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 수십편에 출연했다. 1992년 '영구와 흡혈귀 드라큐라'부터는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코미디를 사랑하는 어린이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출연했던 심형래는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목표로 선악구조가 단순하고도 명확한 영화를 만들어왔고, 이 권선징악의 메시지는 제작자이자 감독인 영화인 심형래로 자리매김한 뒤에도 변하지 않았다. 이는 '디워'나 '라스트 갓파더'가 어린이를 비롯해 폭넓은 세대에 어필하는 데 큰 몫을 해냈다.
'용가리'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현대에 되살아난 고대의 괴수를 무찌르는 이야기였고, 썩 괜찮은 CG를 선보였던 '디 워'는 괴수영화의 명맥을 이어가는 한편 윤회를 거듭해 현세에서 만난 연인들이 결국 사랑의 힘으로 승리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마피아를 끌어들인 '라스트 갓파더'조차 화해와 사랑을 이야기한다.
◆B급정서
초기 심형래의 영화들은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익숙한 이야기, 익숙한 캐릭터를 보고 즐길 수 있는 어린이용 코미디물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익숙한 슬랩스틱 코미디와 유행어가 반복되는 '영구' 시리즈는 일부 마니아와 아이들은 열광하지만 성인들에게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B무비로 취급받았다.
탈 코미디를 시도한 1994년작 '티라노의 발톱'을 비롯해 1999년작 '용가리'와 2007년작 '디 워' 등 일련의 심형래표 괴수영화에도 B무비의 성격이 농후하다. 일본 특촬물을 연상시키는 '티라노의 발톱'이나 '용가리', 파란 눈의 주인공과 조선시대 포졸, 판타지 게임같은 악의 군단과 거대 괴수가 뒤엉키는 '디 워'에는 심형래의 경계 없는 상상력이 넘실댄다.
그러나 B급 정서라고 얕잡아볼 일이 아니다. 영구가 등장하는 첫 영화였던 '영구와 땡칠이'는 1987년 개봉 당시 비공식 관객 270만 명이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용가리'는 270만달러 규모의 해외 선판매를 성사시키며 가정용 비디오물로 인기몰이를 했으며, '디 워'는 800만의 히트작이다.
그 저력은 1994년 '영구와 우주괴물 불괴리' 이후 16년여만에 찾아온 '라스트 갓파더'에서도 발휘되는 중이다. '띠리리리리리'를 읊조리는 영구를 추억하며 극장을 찾은 이들이 200만을 돌파했다.
◆폭풍논란
충무로가 굳이 인정하려 들지 않는 코미디언 출신의 영화감독이라는 점에서, 기존 한국영화 제작 시스템과는 한발 다른 지점에서 철저한 상업 오락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심형래는 아직 주류영화의 변방에 있다. 그 때문일까? 그가 할리우드 선판매로 영화 제작자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용가리' 이후, 그의 영화는 매번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용가리'의 해외 선판매가 거짓말이라는 출처 불명의 논란부터 '디 워'의 제작비, 완성도, 흥행 이유, CG기술, 애국심 마케팅 등 요소요소를 두고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MBC 아침 프로그램은 결말 부분을 캠코더로 찍어 공개했다 집중 포화를 맞기도 했다.
'디 워'가 히트한 2007년 여름은 그 정점이었다. 독립영화 감독 이송희일, 제작자 김조광수씨가 블로그에 거침없는 '디 워' 비판을 쏟아냈고,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도 가세했다. MBC '100분 토론'이 ''디 워', 과연 한국영화의 희망인가'를 주제로 삼았을 정도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같은 논란은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고, 800만 흥행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신작 '라스트 갓파더' 또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디 워' 당시 독설을 쏟아냈던 진중권 문화평론가는 "관심없다", "안보겠다"고 밝혀 또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수출보험공사로부터 140억을 지원받았다는 일부 주장으로 또한 홍역을 치렀다. 이 논란은 "30억 보증을 받았을 뿐"이라는 투자 배급사의 해명으로 일단락되기도 했다. 미국을 목표로 한 심형래표 코미디가 과연 현지에서 통할 것인지를 두고도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역시 '심형래 영화'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