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종결? '글러브''헬로우' 휴먼코미디 강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01.2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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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칠갑 스릴러에 반작용일까? 신묘년 연초 극장가에 휴먼 코미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가 22일까지 55만2149명을 동원,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가 68만 9825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헬로우 고스트'는 누적 293만3427명으로 3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며 3위에 안착했다.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한 영화들이 모두 휴먼 코미디다.

'글러브'는 충주 성심학교 청각장애 야구부의 실제 이야기에 퇴물투수의 성장기를 얹었다. 강우석 감독 특유의 웃음 코드가 영화 곳곳에 활력을 더하고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눈물겨운 1승 도전기가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메가마인드'는 안티 히어로 메가마인드의 유쾌한 활약상을 그린 드림웍스표 애니메이션. '헬로우 고스트'는 삶에 지쳐 자살을 시도한 한 남자가 귀신을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휴먼 코미디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웃고 울리는 영화들의 흥행은 지난 연말부터 예고된 결과다. '추격자'로 스릴러붐을 일으킨 '황해'가 누적 226만명으로 흥행몰이에 실패한 반면 심형래표 코미디 '라스트 갓파더'가 순항했다. 두 대작 사이에서 2위를 지키던 '헬로우 고스트'는 '개싸라기'가 났다. '개싸라기'란 시간이 지나며 점점 입소문이 돌아 흥행이 도는 '슬리퍼 히트'를 일컫는 영화계 속어다.


지난해 한국영화는 '하녀' '방자전' '이끼',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심야의 FM' 등 피칠갑을 한 스릴러가 붐을 이뤘다. 이는 '추격자' 흥행 성공에 따른 스릴러 장르의 양산과 한국영화 산업의 위축 등이 아우러진 결과였다. 영화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으면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스릴러에 초점이 맞춰진 탓이다. 어려워진 경제, 어수선한 시국, 잔혹한 살인사건 등 사회 환경도 사적 복수에 탐닉하는 분위기를 더했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 틈바구니에서도 소박한 웃음은 통했다. 저예산 영화 '방가?방가!'의 흥행이 대표적인 예다. '쩨쩨한 로맨스'도 흥행에 성공했다.

결국 스릴러붐은 '추격자' 사단이 만든 '황해'로 종결되고, 그 자리를 따뜻한 코미디가 대신하고 있다. 관객들은 눈물보단 웃음, 잔혹한 복수보단 유쾌한 성공을 선호하고 있다. 조폭 코미디의 몰락 이후 제작이 드물었던 한국 코미디 영화도 새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당분간 휴먼 코미디영화 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러브'에 이어 27일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이 개봉한다. '과속 스캔들' 강형철 감독은 '써니'로, 장진 감독은 '로맨틱 헤븐'으로 관객과 만난다. '마마' '마이썬' '인생은 아름다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챔프' 등 감동물도 차례로 개봉한다.

남북 단일탁구팀 실화를 그린 '코리아' 등 감동을 담보한 스포츠물도 제작된다.

한 영화 제작자는 "한국 코미디는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스릴러가 줄어들고 코미디가 많아지는 것은 제작자와 투자자, 관객까지 편안한 웃음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올해 한국영화는 '7광구' '고지전' '퀵' 등 블록버스터부터 '혈투' 같은 역사극, '만추' 같은 멜로 등 다양한 영화가 선보인다. 물론 '아이들' 같은 스릴러도 관객과 만난다.

스릴러붐이 줄고 코미디영화가 늘면서 다양한 영화들이 두루 선보이는 것은 한국영화산업에 봄이 돌아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2011년, 한국영화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물할 수 있을지, 1월 웃음과 감동을 담보로 한 영화들이 시험대에 먼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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