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에서부터 강우석, 이준익, 정진영, 정재영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
치킨에는 맥주, 삼겹살에는 소주. 자연스레 떠오르는 익숙한 조합처럼 영화계에도 '환상의 복식조'가 존재한다. 굳은 믿음으로 거듭 역할을 맡기는 명장 감독들과 그들의 분신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배우들의 찰떡궁합.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아니죠. 그 감독 연출 그 배우 출연, 맞습니다.
◆강우석 감독의 영화 안에서 성장한 정재영
먼저 20일 개봉한 '글러브'의 주역들부터 살펴보자. 한국 최고의 흥행감독으로 손꼽히는 강우석 감독은 전작 '실미도', '강철중: 공공의 적 1-1', '이끼' 등에 이어 다시금 정재영을 발탁, 충주성심학교 청각장애 야구부원의 눈물겨운 도전기를 그려냈다.
정재영은 강우석 감독의 작품에서 거듭 비중을 넓히며 믿음직한 파트너로 성장했다. '실미도'에서 형형한 존재감을 뽐냈던 그는 '강철중: 공공의 적 1-1'에서는 설경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 판 대결을 펼쳤으며 '이끼'의 천 이장 역으로 부일영화제,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글러브'에서는 어린 배우들을 이끄는 확실한 원톱 주연배우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황산벌'서 '평양성'까지 이준익 감독과 정진영의 우정
정진영은 이준익 감독의 작품에만 벌써 5번째 출연했다. '키드캅' 이후 이준익 감독의 실질적인 감독 데뷔작이라 할만한 2003년 '황산벌'의 김유신으로 분했던 그는 '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 '님은 먼 곳에' 등에 출연, 1000만 신화부터 흥행의 쓴맛까지 모두 함께해왔다. 8년 만에 돌아온 '평양성'에서도 함께 한 그는 분명 이준익 감독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 중 한 명이다.
이준익 감독은 지난해 11월 열린 '평양성'의 현장공개 행사에서 "정진영에 대해 '영화 동지'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고, 이에 정진영 또한 "동지보다 더 끈끈한 부부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며 화답하기도 했다.
왼쪽 위에서부터 김지운, 류승완, 류승범, 이병헌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
◆이병헌, 김지운 감독의 페르소나
김지운 감독과 이병헌의 조합도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옴니버스 영화 '쓰리'로 김지운 감독과 첫 인연을 맺은 그는 '달콤한 인생'의 선우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창이, '악마를 보았다'의 수현을 거치며 김 감독의 페르소나로 거듭났다.
사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은 이병헌의 말대로라면 '없으면 왠지 허전한 담배' 같은 관계다. 이병헌은 지난해 8월 '악마를 보았다' 시사회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지운 감독의 멜로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류승완 감독과 류승범, 형제는 용감했다
마지막으로 두말하면 입 아픈 류승완, 류승범 형제다. 류승범은 2000년 친형인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시작으로 '다찌마와 리',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등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형제애를 과시했다.
각자의 분야에서 꾸준히 성장해온 두 사람이 예전의 류승완, 류승범이 아니듯, 과거의 호흡에 원숙미를 더한 두 사람의 재회는 '부당거래'에서 특별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류승완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류)승범이는 내가 구사하는 유머가 어떤 것인지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아는 배우"라고 만족감을 표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