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요즘 너무 행복해..입대 아쉬움은 약간"(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02.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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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기자 honggga@


이 남자, 요즘 행복하다.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현빈앓이를 일으키더니 늦은 나이에 해병대 입대로 사회적인 신드롬을 낳고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다.

주연을 맡은 영화 '만추'와 '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가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생애 처음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다. 글자 그대로 화양연화다. 인생에 꽃 같은 순간을 보내고 있다.


현빈(30)은 지금이란 꽃을 피우기 위해 오랜 기다림을 가졌다. 출연료 한 푼도 받지 못한 작품을 연이어 했다. 그래도 의리를 지키기 위해 그 감독의 영화를 기다렸지만 그나마 엎어졌다. 하고 싶었던 영화는 입대 문제로 포기해야 했다. '시크릿 가든'은 원래 장혁이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자존심을 버리고 작품을 택했다.

'만추'는 개봉 날짜가 하염없이 늦춰졌고, 그 사이 노개런티로 '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를 찍었다. 준비하는 기다림은 이제야 비로소 빛을 보고 있다.

'만추'는 이만희 감독의 1966년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 남편을 살해한 후 감옥에 간 여자가 72시간 동안 특별휴가를 나왔다가 버스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내용을 담았다. 현빈은 돈을 받고 여자에 위안을 주는 남자 훈을 연기했다. 여인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남자. 하긴 현빈의 친절에 흔들리지 않을 여자가 몇이나 될까?


10일 '만추' 기자시사회가 끝난 뒤 현빈과 마주했다. 기자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현빈의 수많은 팬들이 몰려 차질이 생길 정도였다. 그래도 이 남자, 담담했다. 이런 광경을 즐기기보다 먼 곳을 보는 듯했다. 그는 꽃보단 열매를 맺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의 화양연화는 지금이 아니라 미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5년 여 만에 신드롬이 생겼다. 영화 두 편이 베를린영화제에 가고 최고 순간을 누리고 있는 것 같은데.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 신드롬이 일었고, 지금 또한 그렇게 됐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은 있다.그 때는 그냥 좋았다. 신인인데 현빈이란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게 됐다는 것에 행복하고 기쁘고 좋았다.

그런데 그 때는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사랑받는 것을 잘 못 느낀 것 같다.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누리고 있고 즐기고 있다. 영화 개봉이 드라마 덕을 전혀 못 봤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에 대해 굉장히 자신이 있다.

요즘엔 너무 좋은 일들만 많이 생기고 있어 하루하루 행복하다. 지치고 피곤한 것도 있지만 행복하고 기분 좋게 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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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기자 honggga@


-'만추'에 여백을 채워갈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울버린 헤어스타일 같은 것도 그렇고.

▶헤어스타일 같은 경우 캐나다에서 '올드보이' 최민식 머리 해주셨던 분이 현장에서 만들어줬다. 여백을 채우기가 힘들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다. 감독님과 스크립트와 함께 영어로 된 대본을 받아서 다시 한국어로 변역해 연기를 했다. 그리고 그 연기를 다시 영어로 했다. 연극 연습 하듯이 감독님과 촬영감독님, 탕웨이와 동선 연습까지 다 하고 촬영했으니 특별할 수 밖에 없다.

-고 김수용 감독의 원작을 리메이크했는데 본 적 있나.

▶볼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리메이크 작품인 드라마 '친구'를 경험해본 터라 원작을 보는 게 도움이 된 부분도 있지만 마이너스가 된 부분도 있더라. 이미지가 머리에 남는다.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감독님에게 자료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보지 말라고 하셨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교감하는 게 가장 숙제였고 가장 걱정이 컸다. 다른 언어를 쓰는 배우와 다른 문화의 배우들끼리 만나서 가장 큰 감정인 사랑을 표현하는 게 숙제였고 부담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해결됐다.

-연극처럼 연습을 했다면

▶탕웨이와 모텔에서 격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려 하는 장면을 초반에 찍었다. 고민이 많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찍어야 해서 큰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감독님 방에서 배우들 스크립터까지 모여 리허설을 철저히 했다. 중국 식당 촬영도 전날 실제 식당에 가서 리허설을 했다. 동작 하나, 대사 하나하나 모든 것들을 철저히 계산했다.

-리틀 장동건이란 이미지가 있었는데 요즘에서야 비로소 벗어던진 것 같은데.

▶장동건 선배와 워낙 친분이 있다보니 리틀 장동건이란 소리는 기분이 나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다만 앞으로 가야 될 것은 동건이 형 만큼 그것 이상으로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분명히 있다. 목표를 늘 그렇게 찾고 있고, 그렇게 되면 좋겠다. 배우로서 인정은 아직 못 받는 것 같다. 연기에 대한 재미를 이제야 좀 느끼는 것 같다.

-이제야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끼는 데 입대하는 게 아쉽지 않나.

▶그게 가장 아쉽다. 다른 것은 아쉽지 않다. 인기나 다른 것들은 정말로 솔직하게 거짓말 하나 안하고 전혀 아쉽지 않다.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끼는 와중에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입대하는 게 참 아쉬울 뿐이다.

그런 한편으론 또 다른 2년이 기대가 많이 된다. 2년 동안 내가 지나치고 몰랐던 것들, 사람 김태평을 찾아가는 2년이 될 것 같다. 기대가 많이 되고 흥분도 많이 된다. 분명 들어가면 다를 수도 있지만 그건 들어가서 찾고 싶다. 내 원래 세계로 가는 기분이다.

-왜 해병대를 택했나. 연평도로 배치 되도 괜찮나.

▶예전에 경찰대 가고 싶었고, 테러 진압부대를 가고 싶었다. 이런 것들이 영향을 준 것 같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국방 의무를 해야 하면 원래 갖고 있던 로망과 해병대가 해병대 부합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연평도 배치는 그 때 가봐야 알 것 같다. 부모님들은 슬퍼하실 것 같다.

-여자친구와 결별설이 끊임없이 나도는 데 줄곧 침묵을 지킨다. 이유가 있다면.

▶개인 사생활을 공개해야 하는지 그 기준이 굉장히 다른 것 같다. 기준점이 모호한 것도 있다. 팬들은 알아야 한다, 알려줘야 한다는 분들도 있고 사생활은 사생활이다라는 분들도 있다. 개인적으론 다 보여드리고 싶진 않다. 내 생각은 그게 맞다. 내 것을 다 보여드리면 뭘 보여줄 수 있겠냐. 지금 이것에 대해서 왈가불가를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안 좋은 결말을 원하는 건지 ,좋은 결말을 원하는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탕웨이와 다른 여배우들을 비교하자면 어땠는지.

▶차후에 작품을 다른 나라 여배우와 하면 정확한 대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언어 쓰는 우리나라 여배우와 하면 정말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탕웨이와는 말이 다르다보니 많은 것을 나누진 못했다.

-대사보다 눈빛이나 동작으로 감정을 전달하려 노력했다던데.

▶영어는 늬앙스를 어떻게 처리하냐를 중요하게 여겼다. 언어가 표현이 안됐던 분들은 하나하나 계산했다. 예를 들어 모텔신은 감독님 방에서 꽤 오래 동안 연습을 했다. 계속 반복해서 다양하게 해봤다. 신체접촉이 있다 보니 더 철저하게 계산을 하지 않으면 안됐던 부분도 있고. 이야기를 하면서 풀어나가면 되지만 그게 안되면 행동으로 옮겨야 했다. 리허설 때는 어떻게 해도 다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연습했다.

-TV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저예산 독립영화를 많이 했는데. 또 베를린영화제에 가게 됐는데.

▶좋아서 한 작품들이지 영화제에 갈 영화를 선택한 적은 없다. 두 영화가 갈지도 몰랐고. 메이저나 마이너를 따진 적은 없고 무조건 시나리오를 본다. 베를린영화제에 가는 것은 국제영화제에 처음 가보기에 큰 영광이고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돈 못받는 작품도 했고 노개런티로도 참여한 작품도 있다. '시크릿 가든'이 터지기 전까지 초조하지는 않았나.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자원봉사도 아니고 모든 영화를 무료로 할 수는 없다. 그런 상황이 됐을 때 동참하자고 해서 했을 뿐이다. 지난 작품에 돈을 받고 못받고는, 돈을 떠나서 이렇게 내가 할 수 있고, 나와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것을 막는 게 돈보다 훨씬 크다고 본다. 부가적인 것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밸런타인데이 계획은.

▶'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 기자시사회를 하고 밤에 CF를 찍는다. 그 다음 날 베를린에 출국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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