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23년 만에 간판을 손질하고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간판은 수식어 없이 솔직담백한 '일밤'. 메뉴는 아나운서 공개 채용 프로그램 '신입사원'과 현업 가수들의 오디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뒤 '일밤'은 기대와 우려의 반응을 동시에 받고 있다. '신입사원'의 경우 일부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방송 출연과 관련한 초상권 및 개인정보 활용에 관한 조건으로 '노예계약'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도 오디션 풍조에 편승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비판과 아마추어가 아닌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평가하는 기준에 의문을 낳았다. 향후 프로그램이 출연자들에게 어떤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느냐하는 점도 미지수다.
이러한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지난 14일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비공개 녹화가 진행됐다. 녹화를 마친 김영희 PD는 "개인적으로 첫 녹화의 결과가 무척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방청객들이 감동했다는 의견을 밝혀 연출자로서도 기분이 좋았다"라고 전했다.
19일 마감되는 청중평가단 모집이 완료되지 않은 관계로, 이날 녹화는 음악 동아리에 소속된 학생들이나 합창단원 등 200명을 평가단으로 섭외해 진행했다. 그런데 일부 방청객이 녹화 후 방청후기를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스포일러 논란이 일었다.
이날 첫 녹화에서는 이소라, 정엽, 백지영, 김범수, 윤도현, 김건모, 박정현이 도전자로 참석한 가운데 가수들에 대한 선호도 조사가 이뤄졌다. 가수들은 본인의 대표곡을 불러 대중사이에서의 자신의 인기도를 냉정하게 평가받았다.
녹화 전 제작진이 주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음원이 유출되고 방송 내용이 공개되는 등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방청 후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면서 시청자들의 기대와 궁금증을 끌어냈다는 점은 일단 고무적이다.
한 방청객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녹화인데도 생방송처럼 쭉 이어서 한 번에 끝났다. 다들 CD를 틀어 놓은 줄 착각할 정도로 가창력이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혀 이를 접한 네티즌들의 기대를 자아냈다.
'신입사원' 역시 지난 14일 마감된 지원자 모집 결과 총 5509명의 지원자가 응시했다. 이는 아나운서 응시자의 정기모집 지원자수인 3000~4000여 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모집 초반 제기된 논란에도 불구, 많은 지원자들이 몰려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이다.
'신입사원'에서 제시한 지원서에는 "MBC가 나의 초상과 모든 자료들을 이용할 수 있으며,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계약할 수 있다", "MBC는 나의 사생활침해, 명예훼손, 신체적, 정신적 손상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해야할 의무가 없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제작진은 이와 관련 "수 천 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후 문제가 발생할 우려를 대비, 신중한 방송 출연을 위해 미리 이러한 사항을 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입사원' 오디션 모집에 응시한 지원자들은 이러한 사항을 감수하고 따르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계약조건과 관련한 방송가 안팎의 우려는 여전하다. 방송 후 이와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지, 불씨는 남아있다.
'일밤'은 그간 수많은 출연자 교체, 코너의 폐지와 신설을 반복하며 안방극장을 주름잡던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 애써왔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다르다. 이번에야 말로 부활에 성공할까.
'몰래 카메라', '양심 냉장고', '이경규가 간다',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등의 히트작을 통해 '일밤'을 주말 예능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게 한 주역, 김영희 PD가 직접 연출 전선에 나섰다. 그간의 연출 경력에서 얻은 노하우를 총동원하겠다는 각오다.
23년 세월을 지켜온 간판도 과감히 바꿨다. 그간의 망치질이 덧없는 행동이 아니었음을 입증할 것인가. 아니면 전야제만 요란한 축제로 끝날 것인가. 예능 포맷을 제시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일밤'이 환골탈태에 성공할 것인지. 3월 6일 드러날 새로운 '일밤'에 방송가의 뜨거운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