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 "아이돌과 연기, 제가 오히려 배웠죠"①(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1.03.1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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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윤지 ⓒ유동일 기자 eddie@


배우 이윤지(27)는 풋풋한 대학생으로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산장미팅-장미의 전쟁'에서 연기자를 꿈꾸는 당찬 여대생으로 첫 등장했던 모습은 여전히 눈에 선하다.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한 뒤 이윤지가 맡았던 역할도 그런 그녀와 꼭 닮은 캐릭터였다. 대부분 착하고 똑 부러지는 모범생 역이었다. 연예계에 처음 입문했던 그 때의 모습이 늘 모습을 연상케 했다. 그런 이윤지의 새로운 면을 본 것이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에서였다.


'차도녀' 무용교사 시경진 역으로 출연했던 그녀는 10대 학생들의 드라마라고 생각했던 '드림하이'에서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고, 깨닫고, 사랑을 하며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녹였다.

시경진 역은 그녀의 현실 상황과도 동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 속에서 이윤지가 더욱 빛나 보였던 것은 아닐까.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연극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녀 역시 멀지 않은 미래에 교단에 서는 것을 꿈꾸고 있다.

"드라마에서 교사 역할을 해 본 게 처음 이예요. 가르친다는 것은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라 피드백을 통해 서로가 배움을 얻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시경진도 처음부터 헌신적인 교사는 아니었지만, 아이들로 인해 바뀌어 가는 역할이었죠. 실제로도 아이들과 연기하면서 제가 배우는 것이 많았어요."


기회가 된다면 박사에 까지 도전하고 싶다는 이윤지. 연기자로서도 학업적인 면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 연기 선배이자 학교 선배, 또 스승이기도 한 배종옥은 그런 이윤지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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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윤지 ⓒ유동일 기자 eddie@


"학교에서 배종옥 교수님을 뵐 자리가 있었어요. 연기와 공부를 병행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힘들다고 죽진 않는다'고 담담히 조언해 주셨죠"라며 "활동도 활발히 하시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고 롤모델로 삼았어요. 저 역시 큰 용기를 얻게 됐어요."

이윤지는 연기 활동을 하면서도 대학에서 매 학기 평균 4.0~4.5점의 높은 학점을 유지했다. 하나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는 성미 때문에, 연기 활동이 학점에 영향을 미치자 바로 휴학을 하기도 했다. 다시 복학했을 때는 공부에만 집중하기로 다짐하면서. 결국 전 과목 A+를 받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장학금을 전액 기부해 두 번 놀라게 했다.

"늘 학점관리를 잘했던 것은 아녜요. 연기를 같이 하면서 어떤 학기엔 학사경고를 맞은 적도 있었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바로 휴학을 했어요. 일을 할 때는 일에 집중하고, 대신 활동을 조금 쉴 때는 공부에 몰입했죠. 어차피 등록금은 제가 냈어야 할 돈이잖아요. 장학금은 공으로 생긴 돈이라 여기고 사회에 돌려줬을 뿐이죠. 작은 돈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베풀 수 있다는 게 기뻤어요."

선생님으로 출연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촬영장에서 늘 막내였던 그녀에게 이번 작품만큼 선배 대접을 받은 드라마도 없었다고. 교사 역할인데다 제자로 출연하는 10대 아이돌이 많았기에, 유난히 깍듯한 촬영장 분위기가 적응하기 어려웠을 법 하다.

"솔직히 처음엔 굉장히 어색했어요. 극중 캐릭터가 교사이다 보니 촬영장에서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호칭하곤 했거든요. 그러다보니 더 부담이 되더라고요. 후배 연기자들 앞에서 연기하려니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출 때보다 오히려 긴장이 됐어요. 제가 본을 보여야 되는데 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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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윤지 ⓒ유동일 기자 eddie@


그래도 함께 오랜 시간 연기를 하면서 어느새 진짜 선생님 같은 마음으로 후배들을 지켜보게 됐다. "택연이는 싹싹하고, 우영이도 연기 경력이 없는데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고,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 기특했죠. 수지도 처음 주연을 맡아 고민이 많아 보였어요. 비중 있는 캐릭터라 주변의 요구도 많았죠. 혼란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라 저는 단지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연기를 하라'고 말해 주곤 했죠."

이처럼 실제에서도 스승과 제자처럼 진심을 다했던 연기자들 덕인지 드라마의 인기도 기대 이상이었다. 10대만을 위한 드라마, 혹은 아이돌만의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했던 우려와 달리 '드림하이'는 다양한 세대의 지지 속에 월화극 1위로 막을 내렸다.

"설문조사를 했는데 시청자 가운데 10대 40대 여성이 많이 봤다고 들었어요. '드림하이'는 그저 아이들의 사랑을 쫓는 유치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 편의 성장드라마였어요. 어른들도 '내가 그랬었지' 하고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어요. 또 청소년 시청자들에게는 화려한 퍼포먼스가 매력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기존 드라마에서 쉽사리 볼 수 없었던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들은 '드림하이'의 백미였다. 이를 위한 디렉터가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이윤지의 말에 깜짝 놀랐다. 배용준과 박진영이 연기를 하면서 퍼포먼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 가능했다.

박진영은 본인의 연기를 하다가도 중요한 퍼포먼스 장면에서 즉석으로 무대 연출을 맡아 하기도 했다. 배용준 역시 퍼포먼스에 대한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이윤지에게 색다른 모습이었다.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도 했다.

이번 작품으로 대면한 선배 연기자 배용준과는 학창시절에도 만났던 인연이 있다.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배용준은 아주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고. 알고 보니 두 사람에게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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