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 "배용준이 배우하지 말라고 한 이유는.."②

배우 이윤지 ⓒ유동일 기자 eddie@

<①에 이어서>

이윤지(27)는 이미 16살 때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결정했다. 이윤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고, 연기를 통해 가능하리라고 판단했다.


"연기라는 표현을 통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제가 가진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연기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산하죠. '드림하이'에서도 무용 교사 역할로 출연했잖아요. 춤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연기를 통해 무용가로서 꿈을 실현해 볼 수도 있고, 거기에 더해서 연기적인 면에서도 발전할 수 있죠. 연기를 통해 제가 지닌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학창시절 이미 이를 내다보고 자신의 진로를 택했다는 것이 똑 소리 나는 이윤지답다. 그러나 연기자의 꿈을 안고 만나게 된 선배 배용준은 그녀에게 배우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이윤지는 이 같은 사연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고백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게 본의 아니게 그렇게 알려졌네요. 진심으로 연기를 하지 말라고 하신 건 아녔어요. 방송에서는 그 부분이 자세히 안 나와서 오해를 샀죠. 교복 입은 어린 학생이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각오가 돼 있는지 물으셨던 것 같아요. '지금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여행을 많이 다녀라. 경험이 풍부해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해 주셨죠."


'드림하이'에서 배용준과 다시 재회하게 됐을 때, 이윤지는 자신을 알아보시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워낙 오래전이었고, 그저 수많은 연기 지망생 중 한 명 이었던 자신을 아직까지 기억하리라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 인사를 드렸더니 첫 마디가 '오랜만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그 때가 언제였지'라고 하셔서 10년 전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오래됐다'라고 하시더군요."

배우 이윤지 ⓒ유동일 기자 eddie@

10년 만에 같은 작품으로 만난 배용준을 비롯해 박진영, 이병준, 엄기준 등 이윤지는 이번 작품에서 개성강한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배용준 선배님은 상상했던 것과 달리 소탈하고 잘 웃으시는 분이예요. 연기하는 후배들을 따뜻하게 바라보시고 '오랜만에 작품해서 떨린다'라고 말씀하기도 하고요. 박진영 선배님도 가수에서 연기를 처음 선보이셨는데 장애물이나 피드백을 놓치지 않고 반응하시더라고요. 본능적으로 연기를 하시는 것 같았어요. 모든 일에 열정적이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기준씨와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나중엔 리허설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신뢰가 컸어요. 무대에 선 경험이 많아서인지 실전에 강하고 순발력이 기가 막히세요. 이병준 선배님은 워낙 재미있게 연기를 잘 하셔서 상대배우로 하여금 NG를 많이 내게 하셨죠."

이렇게 즐거운 촬영장 분위기에도 불구, 이윤지는 '드림하이'가 지금껏 해온 작품 중에 가장 웃음이 적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내정하고 현실적이었던 캐릭터를 연기했기 때문.

"시경진은 여태까지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서 가장 안 웃는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속으로는 오히려 편했던 거 같기도 해요. 제가 밝은 캐릭터를 주로 하다보니 늘 연기하면서 웃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죠. 시경진은 현실적이고 냉철한 캐릭터라 내 생각대로만 움직일 수 있어서 편했어요. 이번 역할을 통해 착한 이미지로부터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배우 이윤지 ⓒ유동일 기자 eddie@

사실 누구나 마음속에 다양한 감정이 있다. 그러나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연기자에게 그런 면모가 없다고 생각하게 쉽다. 이윤지 역시 그것을 알기에, 그녀만의 방법으로 천천히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갈 생각이다.

"제가 항상 밝은 캐릭터를 하다 보니, 시청자들이 저의 다른 모습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할까요. 그래서 어둡고 조금 거칠어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또 다른 영역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윤지는 "제가 필이 충만해서 한 번에 연기를 확 하는 타입은 아녜요. 띄엄띄엄해서는 연기를 잘 하지 못할 것 같아요. 끊이지 않고 활동을 계속하면서 얻어지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라며 앞으로도 쉬지 않고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대학원에서도 성실히 공부를 마치고 싶다고. 욕심 많은 그녀다운 각오다. 이런 욕심이 지금의 이윤지가 서 있는 발판이 됐다. 그녀를 보고 있으니 왠지, 모두 잘 해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