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 정엽 이소라 윤도현 박정현 백지영 김범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
빠르게 변하는 가요계 흐름에서 유독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명곡이 가진 힘이다. 장르를 초월한 국민가요는 시대를 넘어 세대의 벽도 넘는다. 최근에는 드라마에 삽입돼 뒤늦게 빛을 발하는 경우도 있고, 예능을 통해 감동을 주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명곡의 저력, 올해도 리메이크 바람이 가요계를 흔들고 있다.
현재 음원차트를 보면 낯익은 곡명들이 눈길을 끈다. MBC '나는 가수다'의 뜨거운 인기 덕분에 발라드 혹은 타 장르에 고른 대중의 관심은 차트에 그대로 반영됐다. 후크송과 댄스곡에 물든 가요계에 깊이 있는 변화를 준 요즘이다.
27일 방송된 '나는 가수다'에서는 가수 7명의 두 번째 경합이 펼쳐졌다. 출연진은 다른 가수들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해 청중 앞에 내놓았고, 결과는 대성공이였다.
김건모는 정엽의 '유 아 마이 레이디'를 팝 장르로, 이소라는 박정현의 데뷔곡 '나의 하루'를 자신의 개성을 살려 재즈 풍으로 리메이크 했다. 이어 정엽은 윤도현의 '잊을게'를 70년대 소울로, 김범수는 이소라의 '제발'을 더욱 애절하고 웅장한 발라드로 재해석했다. 여기에 박정현과 백지영도 각각 김건모의 '첫인상'과 김범수의 '약속'을 부여받았고, 윤도현은 백지영의 '대시'를 세련된 록 버전으로 바꿔 불렀다.
저마다 곡의 느낌은 원곡과 크게 달랐다. 멜로디가 가진 뼈대는 남아있었지만 리듬과 감정을 살려 자신의 목소리에 맞게 크게 모습을 바꿨다. 방송에서 드러났듯이 과정은 치열했지만, 프로 가수들이 전하는 명곡의 재해석은 신선하게 전해졌다.
대중음악평론가 성시권씨는 "리메이크는 사실 위험한 도전이다. 원곡의 느낌을 살리면서 변화를 줘야 하기 때문에 평가는 크게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잘 만들어진 새 옷을 입은 리메이크 곡은 원곡 이상의 평가와 더불어 세대를 초월한 시대의 감동을 준다. '나는 가수다'의 경우가 그랬다"라고 극찬했다.
가요계에서 리메이크는 유행을 타지 않는 흐름 중 하나다. 이미 90년대에 전문가들을 통해 "이제 더는 새로운 멜로디가 없다"는 의견과 함께 점차 비슷한 시류를 형성해 가고 있는 현 대중음악계에서 리메이크는 대중에 신선한 느낌을 전해주기에 꽤 적합한 시도로 통해 왔다. 반면 이런 대중의 심리를 잘 아는 듯 리메이크 곡은 이미 익숙한 멜로디로 대중을 유혹하며 인기를 보장해 주는 안전장치로 작용해 왔다.
특히 톱 가수들의 리메이크는 대중들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트로트 곡인 주현미의 '짝사랑'을 정엽이 R&B 버전으로, 윤도현이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을 록 버전으로 리메이크해 중장년 층 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의 마음까지 얻었다. 신세대들에겐 옛 노래가 가진 서정성과 신선함을, 중년층에겐 향수를 자극한 결과다.
다시 부는 리메이크는 가요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 반면, 우려도 낳고 있는 측면도 있다. 그동안 가요계에는 원곡에 대한 분석도 없이 음악은 그대로, 가수의 이름만 교체돼 '재탕'에 머무르는 곡들 또한 수없이 존재해 왔다. 음반 시장의 불황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상업적으로 접근한 리메이크는 더 이상 힘을 잃게 된 요즘, 리메이크는 인기를 보장해 주는 도구가 아닌 진정성이 담긴 작업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중은 수용자의 입장을 떠나 가수들의 앨범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루트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처럼 수준 높아진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리메이크는 '나는 가수다'로 인해 진화 과정을 겪고 있는 셈이다.
리메이크 곡은 전체적으로 상황이 어렵고 음악적 관심이 덜 한 현재 가요계에서 옛 것에 대한 향수와 함께 과거에 소통된 것들을 다시 끄집어내게 한다. 과거의 명곡에 대해 아련한 추억을 가진 팬들에게 이 같은 작업은 잊혀진 기억을 상기시켜주고, 신세대들에게는 신선함으로 자극되고 있다. 바로 흔들리지 않는 명곡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