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新흥행공식, 웃거나 울리거나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04.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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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 신 흥행공식이 탄생했다. 의외성 있는 영화들이 연이어 흥행하면서 영화계가 새로운 흥행공식에 주목하고 있다.

'쩨쩨한 로맨스'부터 '헬로우 고스트' '그대를 사랑합니다' '조선 명탐정', 최근작 '위험한 상견례'까지 예상 밖 영화들의 흥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지난해 12월1일 개봉한 '쩨쩨한 로맨스'는 로맨틱 코미디로 한 주 뒤 개봉하는 '김종욱 찾기'와 대결을 앞두고 있었다. 이선균 최강희가 주연한 '쩨쩨한 로맨스'는 공유와 임수정이 출연한 '김종욱 찾기'에 스타성과 인지도에 확연히 밀렸다.

'김종욱 찾기'는 유명 뮤지컬을 영화화했을 뿐더러 공유가 전역 후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시네마의 대결이란 점도 비교됐다. 대부분 영화 관계자들은 '김종욱 찾기'가 '쩨쩨한 로맨스'를 누르고 12월 로맨스 영화 선봉에 설 것이라 예상했다.

결과는 반대였다. '쩨쩨한 로맨스'는 208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 성적을 낸 반면 '김종욱 찾기'는 108만명에 그쳤다.


'헬로우 고스트' 흥행은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헬로우 고스트'는 지난해 12월 개봉 당시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 나홍진 감독의 '황해' 등 내로라하는 영화들과 맞붙었다. '헬로우 고스트'가 할리우드 스타 하비 케이틀을 내세운 '라스트 갓파더'와 '추격자' 3인방이 뭉친 '황해'를 제칠 것이라고 예상한 관계자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헬로우 고스트'는 304만명을 동원하며 256만명을 동원한 '라스트 갓파더', 227만명을 불러모은 '황해'를 눌렀다. 제작비 대비 수익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차이를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 연휴 극장가를 평정한 '조선 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같은 시기 1000만 감독 강우석의 '글러브'와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이 나란히 개봉했기 때문이다. 두 영화에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조선 명탐정'은 입소문에 힘입어 479만명으로 올 상반기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150만명을 넘어선 '그대를 사랑합니다' 흥행 몰이는 올 상반기 극장가 최고 이변으로 꼽힌다. 그동안 강풀영화 필패라는 징크스를 갖고 있는 강풀 만화를 원작으로 한데다 이순재 등 노년의 사랑을 그린 영화이기 때문이다. 제작비도 마케팅비도 극장수도 적었던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SNS를 통한 입소문으로 중년 관객 뿐 아니라 젊은 관객을 끊임없이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3월31일 개봉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위험한 상견례'는 송새벽 이시영이란 신인을 내세웠는데도 불구하고 148만명을 모았다.

이 같은 의외의 영화들 흥행에 영화계는 고심에 빠졌다. 관객들의 흥행코드가 완전히 바꿨다고 생각하는 것. 한 영화 제작자는 "예전에는 어느 정도 관객 성향을 알겠는데 요즘은 전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흥행작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코미디와 눈물샘을 자극하는 경향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경제 위기 이후 스릴러가 한동안 붐이 일다가 코미디로 대세가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하고 있다. 대중이 웃음과 감동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캐릭터 영화가 주목받고 있는 점도 꼽는다. '조선명탐정'이다. 그동안 기승전결 등 내러티브를 중요하게 여겼다면 리얼 버라이어티와 미드 등의 영향으로 눈에 띄는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끄는 영화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영화계는 최근 이런 흥행 경향에 더러는 동조하고 더러는 백안시하고 있다. '수상한 고객들'이나 '적과의 동침' 등 코미디가 아닌 영화를 코미디로 포장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코미디나 휴먼을 앞세우는 영화 제작이 느는 추세이기도 하다. 당장 5월4일 '과속스캔들'의 강형철 감독 신작 '써니'가 개봉한다.

이 같은 추세를 일부에선 완성도가 낮은 영화들이 흥행한다며 못마땅하게 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투자 관계사 대표는 "관객에 영합할 필요는 없지만 관객의 요구를 정확히 읽을 필요도 있다"며 "좋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관객이 안본다고 탓하는 건 좋은 후보를 냈는데 왜 당선이 안되냐고 항변하는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에 새로운 흥행공식으로 떠오른 웃거나 울리거나가 과연 얼마나 이어질지, 한가지 분명한 건 한국영화는 그동안 다양한 흥행공식이 변곡점을 이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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