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류승희 인턴기자 grsh15@ |
남과 여의 만남, 그 속에서 커져가는 내밀한 감정. 사랑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 인류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재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때로는 사랑이라는 것에 소홀해진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길 갈망한다. 그렇다 보니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가요까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노래한다.
그리고 바로 이 사랑을 실험의 소재로 사용한 다큐멘터리가 탄생했다. 남자7명과 여자5명이 이름도 공개하지 않은 채 한 시골마을에 일주일간 격리된다. 몇몇 가지의 강령 속에 이들 열 두 남녀가 골몰하는 것은 짝짓기다.
SBS 다큐멘터리 '짝'의 콘셉트다.
사실, 지난 1월 신년특집으로 '짝'이 '애정촌'이라는 이름으로 방송됐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대다수는 "연예인 지망생이 거쳐 가는 프로그램"으로 인식하며 결국 변질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 열풍처럼 번진 연예인들의 짝짓기 예능 버라이어티의 모습을 떠올린 탓일 것이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호한 출연자들의 밀고 당기기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느꼈을 수 있다.
그러니 '짝'에 출연한 일반인 남녀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방송이 반복되니 여기저기서 "나도 한 번 출연해보고 싶다", "인생을 살면서 꼭 경험해보고 싶은 일이다"라는 말이 들린다.
누군가는 만난 지 2~3일된 상대에게 평생의 사랑을 속삭이고,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상대에게 때로는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또 속상한 마음에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그런데 카메라는 또 이들의 감정의 격변을 무심하게 스케치할 뿐이다.
저런 원초적 감정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부터, 그래서 애정촌 이후 그 감정이 그대로 이어졌을까라는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짝'에 출연했던 출연자 한 명을 직접 만났다.
상대는 바로 '짝' 2기로 지난 6일과 13일 방송에 출연했던 남자2호. 방송에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최우등 졸업, 자전거 여행가라는 기본적인 정보만 공개됐던 그의 이름은 이창수였다.
이창수는 19일 오후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애정촌에 들어가 살았던 일주일을 떠올렸다.
- 출연 계기는?
▶제작진에서 섭외 연락이 먼저 왔어요. 2기 촬영은 1기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진행됐고, 그러다보니 아직 지원자들이 그리 많지 않은 상태였나 봐요. 혹시 생각 없느냐는 질문에 응하게 됐죠.
- 방송 전후 가장 달라진 점은요?
▶애정에 대해 진지해진 것 같아요. 사실 그럴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소개팅을 해도 길어봤자 3시간인데 낯선 이성을 만나서 알고 지내는 시간이 일주일 무려 168시간이라니. 살면서 그런 기회가 별로 없어요. 다른 것 하나도 하지 않고 심지어 TV도 안보고 일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연애만 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었어요.
- 많이들 힘들어하던데, 어떤 점이 그렇게 힘들던가요?
▶사실 사랑이라는 것, 애정이라는 것이 되게 중요한 건데 우리는 대부분 적당히 소개로 만나 적당히 연애하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결혼을 하게 되죠. 애정촌에서는 적당한 마음으로 와도 3일 지나면 다들 힘들어져요. 저 같은 경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경쟁자가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이 힘들었어요. 일상에서는 마음에 들면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 옆에 내 경쟁자인 누군가가 나의 행동을 쳐다보고 있고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이 오고 가는 것이 다 보인다는 것 자체가 잔인했어요.
- 그래도 2기 끼리는 많이 친해진 게 눈에 보였어요. 방송 끝나도 자주 만난다면서요? 남녀 감정이 개입되면 그렇게 다들 친해지는 것이 어려울 것 같은데.
▶ 감정이라는 것, 감정의 스펙트럼의 끝에 사랑이 있을 뿐이지 애정도 잘게 나누다보면 여러 가지가 있다고 봐요. 남자들 같은 경우는 서로 볼 거 안 볼 거 다 봤어요. 사실 창피한 것 보여주는 거잖아요. 공개된 장소에서 고백하는 것, 또 일주일 동안 양은도시락 들고 다니면서 그런다는 것 자체가. 글쎄요. 뭔가 같이 쪽팔리는 짓을 한 느낌이었고 그러면서 친해졌어요.
그리고 사실 그 안에서 긴장이 엄청 되는 게 스케줄을 하나도 몰라요. 그냥 기다리다 보면, 갑자기 커플 선택의 날이 다가오고. 그런 과정을 거쳐 긴장이 풀리고 나니 더 친해진 것 같아요. 거기 있는 사람들 보면 사회에서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에요. 나와는 소위 말하는 노는 물이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런데 지금도 매일 연락하고 지내요. 카카오톡(무료 문자 어플리케이션)으로 채팅을 하다보면 400개씩 글이 올라와요. 정보교환도 많이 하고요. 예를 들어, 남자1호가 교통사고가 났는데 자동차 쪽에서 일하는 남자7호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고. 아픈 거 있으면 의사 형인 남자5호한테 물어보고 그런 식이에요.
- 방송에서는 창수씨가 나쁜 남자가 됐어요. 여자 2명을 울리고도 아무도 선택하지 않고.
▶부모님도 이해를 못하세요. 정말 다 너 좋아하는 것 맞냐고 혹시 대본 있는 것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전 정말 거기서 평소에 하던 것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어요. 일상에서는 전혀 안 먹히던데. 확실히 외모 탓인 것 같아요. 볼수록 동정심이 드는 외모?(웃음)
- 두 여자분(여자1호와 여자5호)이 자신 때문에 운 건 알고 있었어요?
▶몰랐어요. 모르는 상태에서 방송을 같이 봤어요. 다 같이. 민망해 죽겠더라고요. 그런데 또 반응이 역시 남자는 능력이야.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여자한테 먹히네 하는데 그런 점은 안타까워요. 거기 가면 그런 점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저도 뭐 제 유식함을 뽐낸 것도 아니고 상상 외로 제가 멍청한 부분도 많은데요. 그리고 진짜 능력을 봤으면 의사형이나 삼성연구원이 훨씬 낫죠. 그 삼성연구원 형은 돈도 많아요. 저는 뭐.
- 여행을 많이 다니고 책도 내셨어요. '짝'에서도 같이 여행 다니고 싶은 여자를 찾고 싶다고 말했는데.
▶아시아 거의 다, 그리고 유럽 횡단 쿠바 횡단 미국횡단을 했죠. 그런데 자전거 여행가라고 해서 엄홍길 대장님처럼 산에 오르듯이 정복 도전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에요. 놀러가듯이 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봐주더라고요. 이제는 월급을 좀 받았으면 좋겠어요. 매일 인세와 강연수익, 이런 거로는 혼자 살면 버틸 수 있는데 결혼한다고 생각하면 힘들어요. 그리고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거였어요. 아침에 화장 2시간씩 하고, 걷는 것 싫어하고 샤워기에서 찬 물밖에 안 나온다고 못 견디는 사람보다는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예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 어떤 사랑을 꿈꾸나요?
▶기적 같은 사랑. 애정촌 촬영 내내 힘들었던 분이 남자1호였어요. 그 분은 처음부터 짐 가방을 들고 오는 5호를 보고 '저 저 여자요' 했어요. 중간에 힘들었던 것이 이 친구가 하는 것만큼 전 절대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게 되게 부럽기도 했어요. 나중에는 여자 때문에 화도 내던데 어떻게 여자 때문에 화가 날 수도 있지 했어요. 저도 그렇게 기적 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요.
- 스태프들 개입이 전혀 없었다고요? 서로 말도 별로 안했다던데.
▶처음에 그 점이 너무 화가 났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에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다 작전이었어요. 원래 남자7명 여자 5명 다 전략이 있었어요. 그런데 한 순간에 허물어지더라고요. 왜냐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예측 가능하다면 자기가 스케줄에 맞춰하면 되는데 스태프들이 아무 말도 안하고 밥 어떻게 해먹으라는 이야기조차 안 하다 보니 결국 하던 대로 나오게 됐어요. 이틀 전까지는 자기를 숨기고 있다가 3일 째 되면 다 나오죠. 저도 원래 말 안하고 가만히 있고 한 여자한테만 잘 하고 싶었는데.(웃음)
- 혼자 밥 먹을 때는 어떤 기분인가요?
▶방송에서는 편집됐는데 전 여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두 번 혼자 밥 먹었어요. 정말 내가 살아온 과정을 되돌아보게 돼요. 진작 잘생길 걸, 진작 좋은 직장 다닐 걸 이런 생각도 들고요. 다들 혼자 밥 먹고 나면 집에 가고 싶어해요. 혼자 밥 먹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잖아요. 일주일 남았는데 혼자 밥 먹는다고 생각하면. 어휴.
- 앞으로 계획은요?
▶이번에 느낀 게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처음으로 연애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생각해보게 됐어요. 사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연애하는 것을 못 보잖아요. 저쪽에서 소개팅을 하고 있어도 그건 다 본 게 아니죠. 또 어줍잖은 소개팅 프로그램에서처럼 좋은 곳에서 이벤트 하는 그런 구경거리가 아니라 한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이렇게 한다라는 것을 모두 봤으니까요.
앞으로 전 꾸준히 리스크를 즐길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해요. 사실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무런 재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애완견이랑 똑같은 거죠. 편안하게 밥 먹고 사랑받고 그런 것보다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어떤 일이 벌어져도 잘 대처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행하는 것도 사랑도 지금 내 옆에 누가 없다고 해도 자신감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늘 노력해야죠. 단순한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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