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론 "수천번 넘어지고 울어야 배우 되죠"(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1.04.2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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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새론 ⓒ사진=류승희 인턴기자


"배우를 하려면 수천 번 넘어지고 울어야 한다."

아역배우 김새론(11)의 미니홈피에 적힌 글귀다. 인터뷰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해 호기심에 방문해 본 그녀의 작은 공간. 이 짧은 문구는 강렬하게 다가 왔다.


마침 김새론이 인터뷰를 하기 위해 도착해 인사를 건네며 미니홈피에 대해 가볍게 말을 꺼냈다. 김새론은 웃으며 "아, 그거요? 음...그냥 연기가 그 정도로 열심히 해야 하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사람들이 너무 연기를 쉽게 봐요. 연기를 하는 사람들은 정말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슬프게 볼 수 있도록 열심히 하는데. 화면으로만 보고 '저런 건 나도 하겠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밤 10시까지도 낮 장면으로 치죠. 그 정도로 열심히 하고 힘들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쓴 거예요."

아, 정말 연기를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하기 힘든 발상이다. 아직 어린 소녀로만 생각했던 김새론의 이미지는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좋은 방향으로.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작고 귀여운 소녀는 '배우'다.


첫 등장부터 남달랐던 김새론은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의 비호를 받은 소녀 정소미로 눈도장을 찍은데 이어, MBC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는 씩씩한 봉우리로 안방극장까지 사로잡았다.

놀랍게도, 김새론은 출연작 모두 스스로 선택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비록 짧지만, 연기에 있어서 김새론의 존재감을 널리 알렸을 뿐 아니라 흥행 면에서도 성공했다. 어린나이에도 벌써 작품을 보는 눈만은 탁월하다.

"저는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고 작품의 내용만을 보고 골라요. 예쁘게 나오는 아니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시청자들이 진짜처럼 실감나고, 재미있고, 슬프고, 감동받는,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요. 불쌍한 연기라도, 못 생기게 나와도 사람들 마음속에 잘 전달이 된다면 어떤 역이든 할 거예요."

그런 점에서 김새론은 드라마에서 '바보아빠'로 출연했던 정보석의 연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정보석 선배님, 김여진 선배님. 윤여정 선생님 모두 잘 챙겨 주셨어요. 정보석 촬영장에선 평소대로 계시다가 촬영이 시작하면 바뀌어요. 그런 분들이 정말 연기자인 것 같아요. 설경구 선배님도 그렇고. 멋진 이미지를 버리고 그 역할에만 몰두하시는 분들 정말 멋져요. 전 아직 어려서 모든 선배님들이 존경스럽고 배울 점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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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새론 ⓒ사진=류승희 인턴기자


김새론이 선택한 영화 '아저씨', '나는 아빠다' 등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정작 본인은 자신의 작품을 보지 못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 작품을 선택하는 데 부담은 없었는지,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물어봤다. 그녀의 답을 들은 뒤 우문현답이었다는 생각이 스쳤다.

"처음부터 작품에 등급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완성된 다음에 결정돼요. 저는 그저 시나리오를 읽고 그 역할을 연기하면 어떨지를 생각해요. 어른들이 보는 영화라고해서 특별히 어렵다거나 더 힘들지는 않아요. 저는 제가 맡은 역할을 열심히 하면 되거든요."

원빈을 '딸바보'로 만든 인형 같은 소녀는 이후 연기를 통해 '김새론'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특히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엄마를 잃고 오열하는 연기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러나 김새론은 연기를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다.

"배우가 되기 위해 연기를 따로 배운 적은 없어요. 연기할 때 어떤 생각을 하냐면, 봉우리 역을 맡으면 작품이 끝날 때까지 봉우리가 돼요. 자기 자신을 버리고 역할에 집중하는 거예요. 아, 물론 학교에 있을 때나 집에 있을 때도 봉우리면 안 되잖아요? 촬영장에 있을 때 만이에요."

최근 성인 역인 황정음과 바통터치를 하면서 아역인 김새론은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처 드라마 촬영을 마친 소감을 묻자 "영화만 하다가 드라마를 하니까 색다른 느낌도 있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있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 같아서 좋아요."라고 의젓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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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새론 ⓒ사진=류승희 인턴기자


연기와 학교생활을 같이 하기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학교 가는 것이 너무 좋단다. 연기 때문에 피곤해도 학교는 꼬박꼬박 빠지지 않고 간다.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고 친구들이 있어 즐겁다고. 활발하고 친구 사귐을 즐기는 김새론은 체육을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라고 말했다. 연기자답게 연극부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급에서 체육부예요. 학급회의 시간에 부별로 나눠서 토의를 하거든요. 저는 친구들과 체육 활동에 관해서 토론을 해요. 특별활동으로 '책과 연극부'를 하고 있어요. 책을 읽고 주인공을 조금씩 다르게 바꾸는 거예요. 쪽지 속에 적힌 자신의 역할을 표현해서 친구들이 누군지 맞추기도 하고, 게임을 통해 자신이 아닌 다른 모습을 연기하기도 하죠."

학교에 가지 않고 연기를 하지 않을 때면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니 요리를 한다는 뜻밖의 대답. "요리 하는 걸 좋아해요. 집에서 케이크도 굽고요. 뜨개질도 좋아해서 제가 만든 목도리도 2개 있어요. 근데 요즘은 시간이 별로 없어서 잠을 자요. 잘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어쩔 땐 하루에 한 시간 정도밖에 못 잘 때도 있어요. 다크서클이 내려와서 줄넘기 할 정도예요."

"또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요. 폴라로이드, 스티커 사진, 휴대폰 셀카 뭐든지. 친구들이랑 찍는 것을 좋아해요. 사진 찍는 게 취미냐고요? 그건 아니고요. 친구들과 추억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거예요."

수면부족이 연예인들의 고충이긴 하지만, 어린 나이에 잠을 잘 자지 못한다니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아직 그렇게 힘든 것은 없어요. 좋아서 하면 힘들어도 잘 못 느끼는 것 같아요"라고 씩씩하게 웃는 김새론.

"성인 연기자가 되면 더 힘들겠죠? 근데 그때 힘들지 않으려고 어릴 때부터 열심히 한걸음 한 걸음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천천히 쌓아 가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도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재미있어서 하는 거고요."

요즘 가수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도 많은데 혹시 노래를 잘 하느냐 묻자 쑥스러워 하며 "노래는 못 불러요"한다. "하하. 가수요? 저는 쭉 연기할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혹시 또 모르죠. 꿈이 바뀔 수도 있는 거니까요. 뭐든 열심히 하고 멋지고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까 많이 응원해 주세요."

꿈은 바뀌는 법이고, 김새론은 아직 어리다.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녀는 계속 멋진 연기를 펼치고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앞으로 어떤 모습의 김새론을 보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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