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정 "마흔 넘으니 나를 책임지게 됐다"①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1.04.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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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정 ⓒ이명근 기자


배우 유호정(42)을 인터뷰 하러 가는 날, 기자는 '흑백사진' 한 장을 준비했다. 1994년 유호정이 SBS드라마 '작별'을 했을 때 기자가 직접 찍은 유호정 사진이었다. 17년이란 세월은 참으로 빨리 갔다.

"어머, 정말 어렸네요. 아, 너무 고맙습니다."


영화 '써니'(감독 강형철) 개봉을 앞둔 주연배우 유호정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20대, 30대, 40대 연기 이야기, 같은 맥락에서 여타 살아가는 이야기, 남편 이재룡 이야기, 그리고 80년대 추억들, 예를 들어 롤러장, 보니엠, 나미 등등. 사실, 이런 얘기들이 바로 영화 '써니'의 한 축이기도 했다.

5월4일 개봉하는 '써니'는 고등학교 친구 7명의 추억 찾기. 한 반 친구들로서 '써니'라는 모임 이름까지 가졌던 나미(유호정/심은경), 춘화(진희경/강소라), 장미(고수희/김민영), 금옥(이연경/남보라), 진희(홍진희/박진주), 복희(김선경/김보미), 수지(스포일러라 안밝힘/민효린) 등이 간만에 다시 만나 80년대 중반으로 떠나는 추억여행. 그러고 보면 이들의 추억 찾기란 삶에 찌든 중년들이 떠난 '자아 찾기 여행'에 다름 아니었다.

-극중 이름이 나미인데, 혹 가수 나미랑 얽힌 추억이 있나요?


▶(극중 배경인) 86년이면 제가 고3때였는데, 조용한 나미 노래는 기억나지만 '빙글빙글' 같은 빠른 노래는 잘 기억이 안나요. 제가 조용히 반 친구들 사이에 묻혀 있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은 기억이 나요. 보니엠의 '써니'도 좀 그렇고. 사실 롤러장이란 데도 딱 한 번 가봤어요. 너무 시끄러웠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친구들이 그래요. "유호정이 연예인 된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요.

-'써니'가 '취화선' 이후 2번째 영화죠?

▶어휴, 그건 그렇게 질문들을 많이 하시니까 기억난 것이지 평소에는 별 생각도 없 었어요. 그동안 일을 안 한 것도 아니니까. 그저 똑같은 연기를 했을 뿐이거든요. 물론 디테일은 많이 다르지만.

-출연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안 감독님('써니' 제작자인 안병기)이 먼저 저를 찾으셨어요. 예전에 서울예대 조교셨거든요. 제작자와 배우로 10여년만에 만난 건데, "나미 역할에 너를 꼭 하고 싶다"고 그러시는 거에요. 하지만 좀 망설였어요. 시나리오가 재미있기는 한데, 무슨 모험을 할 만한 역할도 아니고, 영화여서 부담도 있었고. 사실 감독이 직접 안 와서 '안 감독 말이 정말일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웃음).

-강형철 감독은 어떻든가요? 830만 '과속스캔들'의 감독인데.

▶처음엔 배우들이 다들 너무 연기를 잘해서 제 20년 연기경력에 회의가 들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에 강 감독에게 그랬어요. "돈 돌려줄 테니까, 더 이상 안 찍겠다"고. 촬영장에선 난리가 났었죠. 하지만 그때 기분은 정말로 저 때문에 작품에 민폐 끼칠 것 같았어요. 그러다 3회차 촬영 때, 믿음이 왔어요. "아, 이런 감독이라면 나를 풀어서 확 맡겨도 되겠구나" 하는. 그 다음부터는 연기가 무척 편했어요. 예전 '거짓말'(98년 배종옥 이성재와 공연했던 노희경 작품) 했을 때의 표민수 감독한테 받았던 그 느낌이랄까.

-개봉을 앞두고 무척 설레는 것 같습니다.

▶맞아요. 남편(이재룡)한테도 시사회 전까지 별 말을 안했어요. 그런 것 있잖아요? 말을 아끼고 싶은 영화. 우리 영화 '써니'가 꼭 그랬어요. 다행히 신랑이 그러더라구요. "다들 연기 잘했다. 나도 몇 번 울었다"고.

-막판 댄스 장면은 정말 눈물나게 짠~했습니다.

▶그게 그래도 두 달이나 연습한 거에요(웃음). 제가 완전 몸치거든요.(스포일러 우려 때문에 이하 생략)

-극중 친한 친구 춘화, 그리고 그 배역을 맡은 배우 진희경에 대해서도.

▶맞아요. 이번 인터뷰 하면 꼭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진희경'이에요. 이번 영화에 없었으면 큰 일 날 뻔했던 존재가 바로 진희경 언니니까요. 영화 현장에서도 하나하나 다 챙겨주고 배려해주고 알려주고.. 제 연기 모니터까지. "여기서 이렇게 연기했으면 어떨까" 조언도 해주고. 춘화 역할엔 정말 진희경이 잘 맞았어요. 더욱이 극중 나미가 가장 잘 소통할 수 있는 배역이 춘화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저랑 진희경 언니랑(그리고 오연수랑) 정말 친하거든요.

-나미의 고등학교 아역을 맡은 심은경은요?

▶강 감독이 그래요. "선배님, 두 나미가 정말 닮았다"고요. 저도 심은경의 보이시한 이미지만 떠올리다가 모니터 잡힌 모습을 보니까 저랑 정말 비슷하더라구요. 저보다 더 똑똑한 것 같아요. 아주 큰 인물이 될 것 같아요.

-퀴즈 한 번 내볼까요? 20대 유호정, 30대 유호정, 40대 유호정에게 연기란?

▶단답형인가요?(웃음) 음.. 20대 때는 학생 같은 느낌으로 연기했죠. 배운 대로 토해내는 그런 느낌? 30대 때는 나름 그래도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으니까 저를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었고. 40대 때 연기는 뭐랄까, 연기에 대한 책임감이랄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사실 심은경이 제 친한 고등학교 친구의 딸과 중학교 친구거든요. 일찍 결혼해서 일찍 아이를 낳았으면 아마 심은경 만한 딸을 뒀을 거에요.

-남편의 아내 자랑이 대단하던데요? "유호정은 내게 로또다" 뭐 이런.

▶하하. 이젠 그런 말에 익숙해졌어요. 신랑이 자주 그래요. "넌 내 인생의 로또다. 나는 머슴이다. 나는 몸종이다."(웃음) 저도 이제는 그냥 떠받드는 게 많이 익숙해졌어요(웃음). "오빠는 나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어?" 정말 잘 만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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