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 윤제문 "연기? 재미있으니 한다"(인터뷰)

배선영 기자 / 입력 : 2011.04.2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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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제문ⓒ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우 윤제문이 스크린에 이어 브라운관까지 장악했다.

영화 '남극일기' '마더' '차우'와 '평양성' 등 다양한 작품에서 존재감을 뽐냈던 그가 SBS 드라마 '마이더스'로 폭발했다. 미친 존재감 반열에 들어선 것이다.


윤제문은 극중 재벌2세 성준 역을 맡았다. 말이 재벌2세이지, 달콤한 로맨틱코미디 속 재벌2세와는 완전히 다르다. 악랄하고 잔인하며 폭력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귀엽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것에 능하고, 시야를 방해하는 것 모두 주먹질하는 것이 당연한 성준은 잔인함의 극치를 달리는 인물이다. 인권은 오로지 자신에게 할당된 것. 타인을 위한 배려는 조금도 없는 인물이니 말이다.

그러나 강한 적수를 만나 긴장하고 씩씩대며, 적과의 싸움에서 승기를 휘어잡을 때 물개박수 치며 활짝 웃는 모습은 장난감을 얻어낸 5살 아이마냥 순진무구하게 보인다.


이 모든 것은 윤제문의 눈빛, 표정, 손짓, 말투로 표현이 가능했다. 이제 최고 전성기를 향해 가는 윤제문을 28일 오후 만났다.

작품 이야기부터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배우가 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 그리고 극단 생활을 하면서 만난 그의 은인 이야기까지 털어놓았다.

- '마이더스'가 꽤 각별하겠다.

▶ 그렇다. 아무래도. 간간히 듣고 있는데 좋게 봐주니 너무 좋다.

- 한 때는 조폭 전문배우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재벌2세 역이었다.

▶ 그런데 뭐 재벌2세도 조폭같아서. 돈이 조폭이지. 돈이 깡패고.

- 함께 '마이더스'에 출연했던 김희애가 극찬했다. 촬영 현장에서 직접 사인요청을 했다는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방송에 출연해서 '소름끼치는 배우'라고 칭찬한 것은 알고 있나?

▶ 어느 날 촬영하는데 갑자기 대본을 내밀더니 사인해달라고 하시더라. 난 농담하시지 말라고 장난하지 말라고 했지. 너무 예쁘게 봐주셔서 고맙다. 과찬하신 건 포털사이트 1위에도 올랐더라. 내가 저녁이라도 한 번 사드려야 하는데.

-함께 연기해본 김희애라는 배우는 어떻던가?

▶ 너무 좋다. 김희애 선배, 사람을 특히 후배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래서 내가 더 편하게 마음 놓고 (연기)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든다.

-실제로는 김희애가 3살 위이고 선배인데 극중에서는 오빠로 나왔다.

▶ 내가 워낙 얼굴이 늙어 보이니까. 20대 때 아버지 역도 하고 그랬다. '청춘예찬'에서 (박)해일이 아빠 역 했지. 그런 얼굴이라 크게 저거(?)하지는 않았다. 또 김희애 선배는 어려서부터 우상이었다. 우상과 같은 작품을, 그것도 내가 오빠라니 깜짝 놀랐고 기분 좋았다.

-연기를 늦게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군 제대 후 시작했다고.

▶ 군대 갔다 와서 이것저것 장사하다가 '연극 한번 해봐야지' 하고 1995년 산울림 소극장 스태프로 들어갔다. 포스터 붙이고 이것저것 조명 달고 그런 일 했지. 사실 학창시절에는 전혀 배우가 될 생각을 안했다. 관심도 없었고.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다. 돈 때문에 아무거나 하고 싶지는 않았던 거지. 그래서 장사를 하다가도 이것저것 대금도 배우러 다녀보고, 기타도 해보고 도 닦는다고 훌쩍 가보기도 하고. 그러다 군대에서 문성근, 강신일 선생님 나온 연극 '칠수와 만수'를 봤는데 그게 내가 본 첫 연극이다. '세상에 이런 것이 있구나' 싶었다. 그 뒤로 군 제대 후 서울로 와서 연극을 하게 됐다. 재미있더라.

-첫 작품은?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이라고 1996년도에 같은 기수들과 작품을 올렸다. 재밌더라. 또 내가 처음 무대에 설 때 이윤택 선생님이 연습하는 것을 보러 오셔서는 '저 새끼 봐라, 저 새끼 봐라' 하시더라. 의상도 새로 입혀보시고. 신이 났고 재미있었다. 그 뒤로 진짜 은인을 만났다. 연출자 박근형씨. 1998년도 11월에 뵀다. 그 때가 백수광부라는 극단에 있을 때다. 그 분을 만나면서 내가 대학로 연극판에서 배우로서 인정받게 됐다. 그분 덕에 배우가 된 거지. 진짜 천재고 최고다. 연기자로서 가져야할 즉흥성과 자세를 말로 해주시고. 그 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배우는 거니까.

-'마이더스' 하면서 '위험한 흥분'이라는 영화에 노개런티로 출연하게 됐다.

▶ 워낙 홍대에서 같이 술 마시던 형들이 한 거였으니까. 한다는데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더라. 제의가 왔고 '합시다' 해서 했지. 그런데 진짜 힘들더라.

-TV는 반응이 즉각적이라서 또 다른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 특히 물개박수 신, 반응이 너무 좋았다.

▶ 맞다. TV는 그런 게 있더라. 그리고 그 물개박수, 그거 칠 때 머리가 띵 했다. 막 웃으면서 쳐야하는데 뿅 하더라. 너무 몰입해서 치다보니 '이러다 죽는 건가' 했다. 정말.

-언젠가 진한 멜로물도 보고 싶다.

▶ 하고 싶지. 그런데 내가하면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되지 않겠나. 그래도 영화 '라스트 모히칸' 같은 그런 것은 해보고 싶다.

-사생활은 너무 알려져 있지 않다. 집에서는 어떤 남편, 어떤 아빠인가? (그는 1996년 연극판에서 만난 지금의 아내와 결혼,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다)

▶ 그저 게으른 아빠다.(웃음)

-차기작은?

▶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개인적으로 너무 기대된다. 백정 역을 맡았다.

-재벌2세에서 백정이라니, 갭이 너무 큰데?

▶ 아무렴 어떤가. 연기일 뿐인데.

-연기를 하면서 꼭 이뤄야겠다는 점, 혹시 없나?

▶ 없다.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거다. 다행이지 잘 한다고 해주니까. 만약 못한다고 했으면 어쩔 뻔 했어, 하지 말았어야지 관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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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제문ⓒ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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