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프로듀서 테디, 이 남자가 사는 법①

박영웅 기자 / 입력 : 2011.05.0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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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테디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지극히 일반적인 명제지만 이를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어려운 작업이다. 때문에 세상과 소통하고 트렌드를 읽어내는 창작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바로 시대를 대변하는 프로듀서의 역할이다.

급변하는 최근 몇 년간의 가요계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미 한 옥타브에 존재하는 12개의 음 사이, 같은 멜로디가 쏟아지는 것이 현실이고, 늘 새로운 것을 좇아야 하는 것이 대중음악인의 사명이다.


여기 과거와 현재를 거슬러 미래의 음악 트렌드를 지휘하는 뮤지션이 있다. 지누션 세븐 빅뱅 2NE1의 음악을 만들어온 뮤직 프로듀서 테디의 얘기다.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YG엔터테인먼트 사옥 내 스튜디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검정 후드티에 챙이 빳빳한 야구 모자를 눌러 쓴 여전한 그만의 모습이 반갑다. 트렌드를 읽어내는 눈과 귀가 만들어낸 젊은 음악에 담긴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많은 가요팬들에게 테디는 힙합그룹 원타임의 래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그는 도발적인 무대 매너로 힙합음악을 섭취하는 젊은 세대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파격'을 음반으로 옮긴 프로듀서로서 그의 행보가 더욱 강렬하다.


원타임의 '원 러브'(One Love)가 '테디 신화'의 개막을 선포한 그의 데뷔작. 이후 영어와 한국어가 섞여 하나의 단어로 느껴지는 'Hot 뜨거', 힙합의 대중화를 이끈 국민 유행어인 원타임의 'A-Yo' 등 그의 외침이 단발성 블록버스터가 아니었음을 직감할 수 있는 히트작들은 빅뱅 2NE1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무대에 너무 서고 싶은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음악에 올인 할 수 있는 현재 프로듀서의 삶도 너무나도 행복해요.(웃음) 언젠가 제 이름이 적힌 솔로 음반도 내야겠죠? 이젠 나이 마흔에 랩 하는 것도 어색한 것만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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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테디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그간 테디는 다양한 그림으로 풍성하게 작품들을 쏟아냈다. 장르도 다양하다. 사랑하는 남자의 이기적인 면을 극적으로 표현한 태양의 '나만 바라봐'가 남성 특유의 거칠고 애절한 서정성을 노래했다면, 2NE1의 '아이 돈트 케어'(I Don't Care)는 여성들이 남자들에 이별을 고하는 유쾌·상쾌한 K.O펀치였다. 여기에 그만의 패션 감각이 음악과 레코딩 기술 위에 덧입혀졌다. 그렇게 빅뱅, 2NE1의 음악들이 탄생했다.

이런 과정에서 테디는 음악과 패션의 결합을 최우선으로 했다. 음악이란 테두리 안에서 프로듀서의 역할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것. 그는 패션이나 무대 등 시각적으로 보여 지는 모든 것들을 총괄하는 YG의 지휘관이다.

"음악과 패션은 절대 떼어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것들이 되어 버렸어요. 서로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는 음악과 패션을 동시에 이해하지 않고서는 시대를 읽을 수 없겠죠. 이제 음악은 곧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에요."

테디에게 음악과 패션이란 시각과 청각을 아우르며 하나의 문화 트렌드를 관통하는 힘이었다. 테디의 이런 역할을 '프로듀서'란 직업으로 한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 그 역시 "'컬쳐 디렉터'란 새로운 직업명이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면서 음악 프로듀서의 새로운 정의를 대며 활짝 웃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청량감 가득한 멜로디 라인과 젊은 세대의 공감대를 관통하는 솔직하면서도 세련된 노랫말, 여기에 누구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중독성 있는 리듬 섹션까지, 테디의 젊은 음악은 명랑하면서도 깊은 내공을 뿜어낸다. 실력을 떠나 감각이 돋보였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신선함이 낳은 창작의 결과였다. 테디에게 음악적 영감의 원천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의외의 대답이 터져 나왔다.

"YG프로듀서로 활동하던 페리 형 어깨너머로 음악을 배웠죠.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게 음악은 이론보다는 감(感)이 우선이죠. 전 종교는 없지만 하늘에 있는 신, 혹은 누군가가 내게 음악적 영감을 준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테디의 생각에 힘을 실어준 이는 바로 세계적인 프로듀서 퀸시존스였다. 그는 최근 한국 방문 당시 테디와 만나 음악적 공감을 나눴다. 퀸시존스 역시 이론 보다는 타고난 감각을 믿는 이였단다. 테디는 "그(퀸시존스)가 웃으면서 말했다. 자신이 쓴 곡이 맘에 안 들더라도 그건 자기 책임이 아니다"라고 했다며 웃었다.

일상 속에서 우연한 계기로 멜로디가 떠오르거나 리듬이 만들어진다. 때문에 히트곡들이 어떠한 발상에서 만들어졌는지도 기억할 수는 없다는 게 테디의 솔직한 답이다. 여기에 음악이 일로 느껴지는 순간은 없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테디는 "매일 그것을 두고 싸우는 게 이 직업의 숙명인 것 같다. 지금은 즐긴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는 변화의 길을 즐기고 있다. 록과 힙합의 마차를 갈아타며 대중의 예상을 빈번히 뛰어넘을 준비도 마쳤다. 그 시작은 빅뱅의 최근 신곡 '러브 송'(Love Song)이었다. 트렌드를 빠르게 읽는 그의 눈은 새로운 흐름 위에 또 하나의 가요계 질서를 잡고 있다. 제2의 빅뱅, 2NE1을 이끌며 가요계에 파급력을 떨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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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테디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작년에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작업했던 적이 있어요. 거기에서 윌리엄 올빗이라는 마돈나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사람을 만났죠. 그 분과 얘기르 나누고 그의 음악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기타 리스트들과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과정과 일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죠."

그간 많은 해외 아티스트들과 만나온 테디는 한국에 돌아와 라스베이거스에서 받았던 느낌을 고스란히 작업 과정에 도입했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빅뱅의 '러브 송'이란다. 일렉트로닉 장르의 젊은 느낌에 록 사운드가 더해져 거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곡의 상반된 매력이 탄생된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최근 테디는 장르와 장르가 섞이는 새로운 크로스오버 작업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2NE1의 새 앨범에 수록되는 신곡 '론리'(Lonely)에 대해서도 살짝 운을 뗐다. '론리'는 특이하게도 드럼 비트가 들리지 않지만 리듬감을 느끼게 하는 묘한 구성의 곡. 빠르게 전개되는 첫 멜로디에서 팽팽한 긴장과 이별의 서늘하면서도 우울한 감성이 잘 녹아져 있는 노래다.

변화와 모험을 즐기는 그지만 가수들에 곡을 줄 때는 고집하는 원칙이 있다. 'YG소속 가수 외에 다른 뮤지션과 작업도 하고 싶지 않나'는 질문에 그는 "물론 여러 뮤지션들과 함께 새로운 음악 작업을 하고 싶다. 하지만 곡을 줄 때는 엄격히 지키려 하는 것들이 있다. 오랜 기간 그 아티스트를 지켜보고 그 사람의 인생을 알아야 작곡가와 가수가 하나가 된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곡을 만드는 작곡자와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하나의 공통분모를 이룰 때 그 표현력은 극대화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지드래곤 태양, 그리고 2NE1의 데뷔 과정을 총괄한 테디의 히트곡들이 공감을 사는 분명한 이유였다.

테디는 인터뷰가 진행된 YG스튜디오에서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심지어는 18시간을 음악과 함께 보낼 때도 있다는 노력파다. 아니, 그에게 있어 음악은 진짜 삶이었다.

변함없는 음악 철학도 한결 같다. '좋은 음악은 분명히 세상과 통한다'는 것.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그의 음악들이 일상생활 속 감(感)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얘기에 이내 고개가 끄덕여 졌다. 무차별 변신으로 하루하루를 걷고 있는 테디, 이 남자는 진정한 트렌드의 순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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