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도전한 영화감독들 "다시 하면 잘할텐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1.05.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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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권칠인, 류승완, 이명세 감독 ⓒ사진=이기범 기자


'영화감독' 류승완 권칠인 이명세...이들이 '다큐멘터리'에 도전했다.

이명세, 류승완, 권칠인 감독이 30일 오후2시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0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창사 50주년 특별기획다큐시리즈 '타임'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처음 다큐에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차이점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한 번 지나가는 것을 못 찍었을 때, 그것을 다시 찍으려고 하면 티가 나더라. 한 번 흐르고 나면 다시 되돌리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촬영한 것을 가지고 모자이크, 콜라주 하듯이 조합하는 기법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영화작업과 비교했을 때 편집 작업에서 재미를 느꼈다"라고 소개를 덧붙였다.

권칠인 감독은 "주제가 항상 고민인데, 다큐멘터리는 그것이 심하다. 또 영화를 할 때 캐스팅이 힘들어서 애니메이션 감독을 부러워하기도 했는데 다큐멘터리도 섭외 과정이 더 힘들었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명세 감독은 "다큐의 경우 선택의 문제가 컸다. 중요한 이야기들이 담겼는데 그것을 찍었다고 해도 써야 할지가 항상 고민됐다. 사용하면 분명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지만, 그것을 선택할 것인가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 그런 결정이 어려운 것 같다. 영화야 이야기를 정해 놓고 하는 것인데, 다큐멘터리는 인간적인 고민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류승완 감독은 "다시 하면 잘 할 수 있을 텐데"라고 토로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다큐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하 시도에 부담은 없었는지 묻자, 이명세 감독은 "영화 흥행보다 시청률 압박이 컸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또 권칠인 감독은 "제가 다룬 게 교육과 대학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 완성을 하지 못했다.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하고 고민을 하고 있고, 지금도 계속 고민 중이다"라고 전했다.

'타임'은 '전화', '술', '여성', '소리', '비밀', '돈' 등 다양한 주제어를 통해 대한민국 근 현대사 5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다큐시리즈로, 오는 6월 2일 오후 11시 5분에 첫 방송 예정이다.

이명세(형사), 류승완(짝패, 부당거래), 권칠인(싱글즈), 김현석(시라노 연애조작단) 감독 등이 각각 소주제를 맡아 다큐를 제작하고 있으며, MBC 보도제작국 이성주 기자, 조승원 기자, 문화 평론가 임범 등도 연출에 참여하며 영화감독과 기자들의 방송다큐 참여라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명세 감독의 다큐 제목은 'M'으로 'Memory'와 'Meet', 'Movie'를 함축적으로 의미한다. 이에 이명세 감독은 'M'을 통해 다양한 연령대와 프로필을 갖춘 배우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타임이라는 큰 주제에 맞추려고 했다. 50년 인생을 살아왔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의 흐름을 통해 단지 영화감독으로서만이 아니라,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라고 주제 선정 이유를 밝혔다.

교육이라는 키워드로 '대학 말고 뭐 없을까?'라는 제목의 다큐를 제작 중인 권칠인 감독은 "주어진 주제였다. 사실 관적이고 편파적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그리하면 임팩트는 줄 수 있어도, 설득과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고민을 말했다.

이어 "실제 교육의 이면을 살펴보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타성에 젖어 수렁에 빠지고 있더라. 결론은 강한 질문으로 끝날 수밖에 없겠다. 아직 완성을 한 것이 아니라서 어떻게 끝낼지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차기작인 첩보영화의 모델로 삼을 실제 간첩 찾기에 나선 류승완 감독은 "최근 50년 동안 한국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이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에, 영화 취재 차원에서 자료조사로 시작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다큐가 처음인데 답을 제시하거나 메시지를 던지기 보다는 좋은 질문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큰 성과가 있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제가 한 얘기는 허술해 보이긴 하지만 민감한 소재라서 편집하는 과정에서 취재대상들이 삶이 다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부분이 영화랑은 달라서 많이 배웠다"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는 이번 작품들은 영화감독들의 개성만큼이나 새로운 시도가 엿보였다. 국내 방송 최초 페이크 다큐나, 간첩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메이킹 다큐, 영상과 소리의 새로운 조합 등이 눈길을 끌었다.

'타임' 첫 시리즈 '새드 무비를 아시나요'를 연출한 이우호 MBC 보도제작국장은 "단순히 멋을 부리기 위해 형식을 탈피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물론 다큐멘터리가 진화를 계속해 오고 있다. 다큐멘터리가 무슨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의도를 밝혔다.

이어 "방송 장르만 해도 이미 크로스오버가 돼 넘나들고 있다. 정해진 문법으로 가야한다는 것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감독님들 작품이 조금 낯설어서 어찌 보면 시청률에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반대로 피드백을 통해 느끼는 점도 있지 않을까. 어떤 반응이 있을지 기대도 된다. 이런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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