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닷컴'을 보다 '타진요'를 떠올리다

[기자수첩]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1.05.3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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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도 그랬다. 타블로가 스탠퍼드 대학교의 졸업증명서까지 공개했지만 그들은 믿지 않았다.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며 증거를 대라고 했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일명 '타진요'는 그렇게 생겼다. 그리고 1년 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옥주현닷컴'이 올랐다.

핑클 출신의 가수 옥주현은 최근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다. 뒷말은 그녀의 '나는 가수다' 출연 소식이 나온 직후부터 터져 나왔다.


최고의 가수들이 경연을 펼치는 자리에 아이돌 가수가, 그것도 옥주현이 '감히' 출연했다고 댓글이 먼저 들끓었다. 심지어 대기실에서 '고성'이 들렸다더라는 이야기는 하루만에 옥주현 대 이소라의 험악한 싸움으로 발전했다.

그날 퇴근길에, 나는 버스 건너편 자리에 앉은 20대가 남자친구에게 당시 상황을 실감나게 설명하는 이야기를 길게 들어야 했다. "옥주현이 오케스트라를 불러달라고 해서 이소라가 화가 났대. 마침 순위도…."

연출자 신정수 PD가 옥주현과 같은 교회에 다녀서 발탁했다는 헛소문부터, 히트곡을 부르지 않은 경연 방식이 옥주현에 유리했다는 분석까지. 옥주현과 관련한 각종 뒷말이 차고 넘쳤다.


뉴스는 덩달아 들썩였다. 실제 옥주현은 전임 김영희 PD가 먼저 섭외한 가수였다. 뮤지컬은 물론 가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수로서 저평가됐다'고 꼽는 가수다.

자문위원들과 지인들이 실명으로 '옥주현이 언성을 높인 일은 없었다', '스포일러가 아니고 거짓말 소설이다'라고 설명했지만 소용없었다. 방송이 나가면 되겠지 했다.

옥주현은 '천일동안'을 불렀고, 그녀의 호소력 짙은 노래는 500명 청중평가단을 감동시켰다. 그래도 어떤 이들에게는 여전히 소용이 없다. 경연 1위를 했더니, 이번엔 편파고 조작이란다. (1위와 7위 어느 쪽 관객 반응이 좋았을지 따져 묻기에 앞서, 편집상의 실수는 제작진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비호감'이라는 애매모호한 바탕에서 시작한 옥주현 이야기는 그럴듯한 의혹과 말도 안 되는 거짓에, 확신에 가까운 의심이 더해지면서 쳇바퀴처럼 돌고 돈다. '팩트'마저 왜곡되는 이 소동 중에 변하지 않고 남는 것은 옥주현에 대한 반감 단 하나다.

하나 더 꼽자면 그녀가 받는 상처다. 30일 '나는 가수다' 녹화에 나선 옥주현은 지난 1주일간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다. 오죽하면 '나는 가수다'의 제작 관계자가 "옥주현씨를 보호하고 싶지만 아무리 해명을 해도 옥주현씨에게 화살이 돌아간다"며 인터뷰를 거절했을까.

모든 해명에도 그녀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한 이들이 모여 해명을 요구하고 욕설을 쏟아내는 '옥주현닷컴'은 규모와 조직이 다를 뿐 지금은 시들해진 '타진요'와 닮았다. 얼마 전 들어가 본 '타진요' 게시판에는 이달 초 타블로가 모교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두고, '학교에서 정식 초청한 게 아니다'는 수군거림이 여전했다.

벌써 십수년 전의 일이다. 대학 축제에 핑클이 왔다. 어둑해진 가운데 조명도 시원치 않은 야외무대에서 핑클이 발랄한 댄스곡 두 곡을 불렀다. 그들이 돌아가려는 찰나, 사회자가 막무가내로 노래 한 곡을 더 청했다. 준비된 MR이 없었던 것 같다. 잠시 머뭇거리던 옥주현이 마이크를 집어 들었는데, 수천 명이 일순 조용해졌다.

핑클의 히트곡 '루비'의 한 대목이었던 것 같다. 맑고 곱게, 그리고 크게 울려 퍼진 옥주현의 목소리에 다들 입을 떡 벌렸다. 노래를 마치고 그녀가 수줍게 고개를 숙였을 때 열광적인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참고로, 당시 여학생들은 넓은 의미의 핑클 안티나 다름없었다.

수년째 방송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그녀는 지난 27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에서 홀로 노래를 불렀다.

긴장 속에 무대에 올랐다가 후들거리는 다리로 사라졌던 그녀의 모습은 십 수 년 전의 대학 축제 무대를 떠올리게 했다. 약 4분간의 무대로, 그녀는 자신이 '나는 가수다'에 걸맞은 가수임을 증명했다.

직접 그 목소리를 들은 청중평가단 또한 인정했다. 모두가 그녀를 인정할 필요는 없다. 한 노래가 모두에게나 인정받을 수도 없다. 그러나 사실과 거짓의 문제는 다르다. 이제 그만, 수군거림을 멈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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