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영화 투자배급사인 CJ E&M이 올 여름 100억원을 투입한 영화 두 편을 2주 차이로 개봉한다.
한 투자배급사가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두 편을 이렇게 짧은 차이를 두고 개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자칫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CJ E&M은 올 여름 조범구 감독의 '퀵'을 7월21일에, 김지훈 감독의 '7광구'를 2주 뒤인 8월4일 개봉한다.
'퀵'은 퀵서비스맨이 헬멧을 벗어도, 오토바이 질주를 멈춰도 터지는 폭탄을 배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피드 액션영화. 이민기와 강예원을 비롯해 1000만 영화 '해운대' 제작진이 투입돼 CG와 아날로그 액션을 혼합한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7광구'는 바다에서 기름을 찾는 광구에서 괴생물체가 나타나면서 사람들이 벌이는 사투를 그린 SF액션영화. 하지원 등이 출연하며, '화려한 휴가' 김지훈 감독이 연출했다. 윤제균 감독을 비롯한 '해운대' 제작진이 대거 참여했다. 3D로 상영한다.
'퀵'과 '7광구' 모두 윤제균 감독의 JK픽쳐스와 CJ E&M이 손을 잡고 준비한 작품이다.
통상 100억원 이상 투입된 한국영화들은 극장 최대 성수기인 7,8월 혹은 12월에 투자배급사당 한 편씩 개봉하기 마련이다. 각 배급사들은 이 기간 블록버스터들의 스크린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두 편의 100억대 영화들이 2주 차이를 두고 개봉하면 아무래도 전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퀵'과 같은 날 또 다른 100억대 영화인 '고지전'이 개봉한다.
CJ E&M이 이 같은 승부수를 던진 데는 역시 CJ E&M이 배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3' 탓이 크다. CJ E&M은 6월29일 개봉하는 '트랜스포머3' 3D상영관을 유지하는 한편 '7광구'의 3D 상영관을 확보하기 위해 두 영화의 개봉 시점을 한 달 가량 차이를 뒀다.
그러다보니 또 다른 100억원 영화인 '퀵'의 개봉을 8월 이후로 미룰 수 없기에 '트랜스포머3'와 '7광구' 사이에 2주 차이를 두고 개봉일을 확정했다. 올 여름 '트랜스포머3' 뿐 아니라 '슈퍼8'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어벤져스' '그린랜턴' 등 다양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쏟아지는 것도 이 같은 결정을 하는 데 한몫했다.
CJ E&M으로선 5월 '쿵푸팬더2', 6월 '트랜스포머3', 7월 '퀵', 8월 '7광구'라는 환상의 라인업을 준비한다는 의미도 컸다.
CJ E&M 홍보팀 최민수 과장은 "100억 영화를 이렇게 개봉한 적은 처음"이라며 "내부적으로도 리스크가 있고 모험이란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두 영화가 각각 확실한 색깔을 갖고 있기에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2009년 '해운대'가 1000만명을 동원했을 때 일주일 뒤에 개봉한 '국가대표'는 800만명 이상을 동원해 시장을 키웠다. 2007년 '디 워'와 '화려한 휴가'도 일주일 차이로 개봉해 쌍끌이 흥행을 이뤘다.
다만 당시는 CJ E&M과 쇼박스가 치열한 경쟁 끝에 성과를 냈다면 올해 CJ E&M은 쇼박스와 경쟁을 하는 한편 자사 영화 두 편 역시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
과연 CJ E&M의 승부수가 보기 좋게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올 여름 극장가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