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프로 고발 '트루맛쇼'..다큐 아닌 블랙코미디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1.06.0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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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맛집 프로그램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감독 김재환)가 2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지난 제 12회 전주국제영화제(JIFF)에서 첫 공개돼 화제를 모았던 '트루맛쇼'가 정식으로 취재진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MBC가 법원에 낸 상영금지가처분소송이 하루 전 기각되면서 이뤄진 이날 기자시사회와 영화 개봉이 이뤄질 수 있었다.

첫 공개된 '트루맛쇼'는 왜 지상파 방송국이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소송까지 해야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거침없는 고발이 가득했다.

그 과정은 상영 내내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질만큼 재기발랄하다. 그러나 뒷맛은 찜찜했다. 이것은 다큐가 아니라 블랙코미디다.


"나는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이 없는지 알고있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트루맛쇼'는 일주일에 177개, 1년이면 9229개 맛집이 나온다는 지상파 프로그램의 각종 맛집 프로그램들이 대개 조작이며, 이 과정에서 뒷돈이 오가고 있음을 파헤친다.

제작진은 실제로 일산 웨스턴돔에 '맛 taste'라는 가게를 차리고 방송대행사들과 접촉, 1000만원의 돈을 건넨 끝에 SBS '생방송 투데이'에 출연하기에 이른다. SBS 공식지정 사진업체라는 쪽에서 18만원에 인증 액자를 사는 것으로 이 흥미진진한 쇼는 마무리된다.

MBC 시사교양 PD 출신인 김재환 감독은 거대 지상파 방송사, 적은 돈으로 시청률을 올려야 하는 외주사, 한 주 방송을 마무리해야 되는 작가, 이를 돕고 돈을 받는 브로커, 절박한 식당 사장님들의 유착 관계를 쉽고 재미있게, 그러나 묵직하게 고발한다. 고교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삼아 미국 총기문제를 다짜고짜 따져 물은 '볼링 포 콜럼바인'이나 패스트푸드로 연명하는 감독 자신을 카메라에 담았던 '슈퍼사이즈 미' 등이 절로 떠오른다.

'트루맛쇼'는 방대한 자료 수집과 꼼꼼한 분석, 재기발랄한 편집을 통해 국내 맛집 프로그램의 실상을 여과없이 고발한다. 음식 주인이 브로커를 찾고, 브로커가 금액을 제시하고, 콘셉트에 따라 메뉴를 개조하고, 호들갑스러운 가짜 손님을 뽑아, 대본대로 찍어 방송까지 타는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이 과정에서 MBC '찾아라 맛있는TV' , '생방송 화제집중', KBS 'VJ 특공대' '무한지대 큐' '리빙쇼 당신의6시', SBS '생방송 세상의 아침'과 '생방송 투데이', OBS '오! 이맛이야' 등 현재 맛집 코너를 선보이고 있는 지상파 프로그램들이 고스란히 등장한다.

프랑스인 셰프가 신선함이 생명이라 얼음과 함께 조심히 내놓아야 한다는 캐비어를 이용한 방송용 메뉴 '캐비어 삼겹살 구이'를 난감하게 바라보는 대목에선 웃음을 참기가 쉽지 않다.

처음 가보는 식당을 단골 맛집으로 소개했던 경험을 반성하는 남희석의 기고글, 신지가 몸이 아파 대신 섭외했다는 천명훈이 이태리어로 '조작과 기만'이라는 뜻을 지닌 단골 식당(영화 제작진이 마련한 가짜 맛집이다!)에서 천연덕스럽게 메뉴를 소개하는 대목은 약과다.

MBC '불만제로'와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가 가짜한우, 더러운 주방 문제를 고발했던 음식점이 몇달만에 버젓이 '맛있는TV'와 '생방송 투데이', '화제집중'에 맛집으로 등장하는 장면을 목도할 쯤이면 더 이상 폭소가 나오지 않는다.

MBC가 상영금지가처분 소송을 내는 소동 끝에 개봉한 '트루맛쇼'가 일으킬 진짜 소동은 이제부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주제작사 및 브로커가 주로 나오지만, 프로그램 명이 고스란히 등장, 톡톡히 체면을 구긴 각 지상파 프로그램들이 어떤 변명을 내놓을지도 궁금하다.

지상파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는 쉽사리 다뤄지지 않을 '트루맛쇼'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극장행이 필수다. 상영하는 극장이 많지 않으니 서두를 것. 70분. 12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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