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의 중심축이었던 이소라가 탈락했다. '바람이 분다'로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의 시작을 알렸던 그녀는 지난 12일 방송에서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을 떠났다. 늘 아티스트적인 감성으로 충만했던 그녀의 변신 내내 함께했던 짝이 있다. 바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승환(38)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소라와 함께했지만, 그의 존재감은 '나는 가수다' 내내 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분다'의 작곡가인 이승환은 그 처음부터 마지막 곡 '행복을 주는 사람'까지 이소라가 부른 대부분의 노래에서 편곡을 담당했다. 직접 무대에 올라 피아노 연주도 했다. 이소라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시청자의 마음을 흔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그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실제 이승환은 이소라를 비롯해 다수의 아티스트들과 작업해 온 대표적인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이며 피아니스트다. 한양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직접 '더 스토리'라는 앨범을 낸 뮤지션이며 '나는 가수다'의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이소라가 결국 '나는 가수다'를 떠나게 된 며칠 뒤 어렵사리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이승환은 이소라의 탈락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내심 시원한 기색이었다. '나는 가수다'가 뮤지션에게 안겼던 기쁨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지난 방송에서 결국 이소라가 탈락했다.
▶사실 편곡하는 입장에서 우려가 있었다. 더 자극적인 걸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니까. '나는 가수다' 끝나고 가수를 그만둘 게 아닌 상황에서 더 새로운 것, 또 더 새로운 것을 보여주다 보면 앞으로 앨범과 공연 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미지에서도 데미지를 입지 않을까 우려했던 점이 있다. 과한 모습을 덜 보여준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마친 그런 타이밍이었다. 아쉬우면서도 시원하달까. '나는 가수다' 입장에서는 이소라의 부재가 조금 더 아쉬울 것이다.
-'넘버원'의 재해석은 대단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소라의 '넘버원'을 대단한 파격으로 생각하더라. 이소라의 기존 음악 활동을 보면 그런 모습이 처음이 아니었는데도.
▶그런 걸 따지면 오히려 '넘버원'은 유한 편이다. 그런데 이미 대다수 시청자에게 이소라의 이미지는 슬픈 발라드나 보사노바를 부르는 가수인 거다. 그 전에 이소라는 고정 팬이나 마니아 안에서 주로 활동했으니까.
'넘버원' 때는 사실 더 강한 모습을 콘셉트로 잡았는데, 하우스밴드는 다소 한계가 있더라. 윤도현씨야 YB가 있으니까 더 강한 게 가능하지만 혼자 나와서 하우스 밴드랑 호흡을 맞출 땐 또 다를 수가 있으니까. 너무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하려고 했다. 통기타를 든 세션들과 죽 앉아서 함께하는 모습을 염두에 두고 편곡을 했다. 이글스의 공연 모습을 떠올렸다.
-당시 기타를 들고 함께했다. 원래 피아니스트가 아닌가.
▶나까지 이거 해야돼? 처음엔 그랬는데 이소라씨가 '꼭 해야지. 안하면 안 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했다.(웃음) 손가락이 다 보이니까 정말 긴장했는데 방송에서는 적절하게 편집해 주셨더라.(웃음)
-'나는 가수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계속 자극적인 모습. 매주 다른 모습을 매주 보여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김범수도 매주 뭔가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하는. 한 마디로 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더 자극적이고 '쇼' 적인 모습이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장이 된 거다.
그 우려가 이전에도 있었지만 얼마 전에 '나는 성대다'라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얼마 전 배철수 선배가 이야기했더라. '밥 딜런은 떨어지고 본 조비는 붙을 것'이라고. 시적으로 음유하는 가수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그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노래하는 스타일이 누구나 다르지 않나. 혹시 음정과 박자를 맞춰서 큰 쇼를 보여줘야 가수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돼 가고 있는 건 아닌지, 그게 가장 우려스럽다. TV에 보여지는 모습대로, '저래야 가수지'라는 인식이 박힐 수 있으니까.
'나는 가수다'에서 이소라와 함께 한 이승환 |
-이 와중에 마침 이소라가 탈락했다.
▶감성으로 노래를 하는, 필로 노래하는 가수들은 오래 살아남기 힘든 것이 되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들이 자문위원 회의에서도 나왔다. 그런데 그걸 걸러낼 장치들이 없다. 결국은 청중 평가단이 오래 이어져서 스스로 바뀌고 자정하고 하는 가운데서야 조금씩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바로 바뀌는 것은 아직 힘들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소라의 마지막 노래 '행복을 주는 사람'이 더 인상적이었다.
▶가수들이 그 안에서 선곡을 할 때, 자극적인 스타일 곡을 할까, 트로트 곡을 넣을까 하다가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소라씨에게도 '이런 스타일로 가면 어떨까'하고 제안했다. 일부러 마지막에 편곡을 할 때도 덜 자극적으로, 더 편안하게 했던 것 같다. 방송에서도 편안하게 들리지 않을까 싶다. 물론 청중평가단이 좋은 평가를 안 해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간평가 때는 김범수와 불렀는데, 일부러 다른 가수가 피처링하지 않은 것인지.
▶피처링도 할까 하다가 코러스 하는 친구와 호흡을 맞추기로 했다. 그게 우리가 하기로 한 것과 더 어울리는 것 같아서.
<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