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코갓탤'의 송윤아, '키앤크'의 박해미 심사위원. |
박칼린의 독설도, 김태원의 따뜻한 위로도, 윤종신의 냉정한 판단도 이제는 가물가물해졌다. 눈물 많고 감동도 잘 받는 두 여성 심사위원, 송윤아와 박해미가 시청자를 울리고 있다.
지난 12일 방송된 SBS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 이날 주인공은 단연 처음으로 심사위원 4명으로부터 9점대 평가를 받은 김병만-이수경 팀이었다. 더욱이 김병만은 다리 부상으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던 데다, 경기 후 땀과 눈물이 번진 찰리 채플린 메이크업까지 더해져 시청자들이 느낀 감동은 배가됐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가슴을 더욱 후벼 판 것은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배우 박해미의 한마디 한마디였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발목이 아픈 데도 파트너에 기대지 않고 혼자 서있는 김병만에 "발이 너무 아프지 않냐. 왜 파트너에 기대지 않냐"고 물은 데 이어 "승부를 떠나 스케이팅을 즐기는 김병만씨 모습에 감동했다"며 솔직한 감동을 표현한 것.
이러한 박해미의 인간적인 모습은 그동안 뮤지컬 무대에서 주위 사람들이 피곤해할 정도로 프로다운 열정을 보여온 그였기에 더욱 부각됐다. 지난 3일 SBS '달콤한 고향 나들이, 달고나'에서는 박해미와 20여년을 함께 한 안무가 박승옥씨가 출연, 그녀의 완벽주의가 너무 힘들다며 "이젠 나를 놔달라"고 할 정도였다.
tvN '코리아 갓 탤런트'의 송윤아 역시 그녀의 우는 모습이 CNN 등 외신에 포착됐을 정도로 정 많고 감동 잘 받는 심사위원으로서 부각되고 있다. 지난 4일 첫방송에서 고아원에서 나와 껌팔이 등을 하며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낸 참가자 최성봉씨가 무대에서 '넬라 판타지아'를 멋지게 부르기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쏟기 시작한 것. 무대가 끝난 후에는 눈물을 글썽인 채로 "최성봉씨를 지금 너무 안아주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지난 11일 '코갓탤' 2회 방송분에서는 청국장 집을 운영하는 50대 참가자 성규징씨가 평범한 외모와는 달리 헨델의 '울게 하소서'를 멋지게 소화하자 "이런 선입견을 가지면 안되는데 청국장 집 주인이어서 더욱 감동이 배가된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 분야 전문가인 박칼린이 "아시아 지역에서는 극과 극의 음역대가 많지 않은데 소중한 것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는 다분히 다른 '인간적인 발언'이었다.
박해미와 송윤아가 이러한 인간적인 면모의 '심사위원'으로서 부각되는 공통점은, 두 사람 도무 해당 분야의 비전문가라는 것. 송윤아가 배우로서는 최정상의 프로이지만 성악 분야에서는 아무래도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고, 박해미 역시 뮤지컬배우로서는 최정상이지만 피겨스케이팅 분야는 생경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는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참여한 '슈스케'의 윤종신이나 '위대한 탄생'의 김태원과는 다른 지점이다.
더욱이 송윤아 박해미 이들 옆에는 각각 박칼린과 김연아라는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가 있는 만큼, '섣부른 아는 체'보다는 인간적인 감동과 호소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전략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