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최고의 사랑'에 열광했나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1.06.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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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최고의 사랑'이 화제 속에 끝을 맺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최고의 사랑' 마지막회는 드디어 마의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21.0%를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비록 마지막회 이전에는 내내 10%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그 화제성과 파급력은 시청률 30%대 드라마에 못지 않았다. 지난 5월 4일 첫 방송 이후 총 16회가 방송되는 동안 내내 '최고의 사랑'은 최고의 화제를 모았다. '최고의 사랑'이 끝나면 무슨 재미로 TV를 보냐는 아우성이 이어질 정도다. 왜 우리는 '최고의 사랑'에 열광했을까.


◆ 연예계가 이런 거였어? 흥미 자극

'최고의 사랑'은 최근 쏟아져나온 각종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안하무인의 톱스타와 생계형 비호감 연예인을 대비시키면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끌어낸다는 흥미진진한 설정은 기획부터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특히 들끓는 인터넷 여론과 쏟아지는 연예기사 속에 살아가는 연예계 스타들의 실상이 더해지면서 재미는 배가됐다.

로맨틱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홍자매' 홍정은 홍미란 작가는 예능작가로서의 생생한 경험까지 녹여냈다. 덕분에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또 인기를 모아가는 과정, 그 사이에 방송을 위한 설정과 방송과는 상관없는 진심이 어우러졌다. 톱스타와의 계약 연애, 비호감 스타에 대한 여론 재판, 의상 협찬의 뒷이야기, 걸그룹 해체, 인터넷 루머 등등. 현실에 약간의 과장과 상상력을 더한 그럴듯한 사건들 덕분에 시청자들은 리얼한 연예계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드라마를 지켜봤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여론몰이의 폐해 등 현재 연예계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 또한 더해졌다. 물론 스타들의 시선에서 바라 본 연예계인 만큼 냉혹한 연예계에 대한 묘사는 이들의 위선을 폭로하기보다 숨겨진 고충을 표현하기 위해 대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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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쫀득쫀득한 캐릭터..생생한 호연

이 과정에서 가장 빛을 발한 것은 실제같은 연예계를 진짜처럼 노닌 캐릭터들이다. 특히 독고진 역의 차승원과 구애정 역의 공효진은 이름보다 극중 캐릭터가 더 회자될 정도로 극에 완전히 녹아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차승원은 대외적으로는 국민 훈남이지만 실제로는 안하무인에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못말리는 톱스타로 분했다. 그런 그가 '수치스럽게도' 생애 처음으로 더티 싼티 비호감 연예인 구애정에게 푹 빠지고 말았다는 게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핵심.

차승원은 독특한 말투와 다소 과장된 연기로 얄밉지만 귀여운, 만화같은 캐릭터를 매력 넘치게 그려냈다. 차승원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내가 이런 부끄러운 짓을, 해야겠지' 식의 반전 어법을 즐겨 구사하는 독고진 캐릭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덕분에 더욱 생생하게 살아난 "내가 너무 수치스러워",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사라질 뻔 했지만 극뽀~옥" 등 그의 대사 하나하나에 시청자들은 폭소했다.

걸그룹 출신의 더티 싼티 국민 비호감 연예인 구애정 역의 공효진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차승원의 만화적 캐릭터와 더욱 절묘하게 어울렸다. 비굴함과 당당함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성 캐릭터에 공효진만한 캐스팅은 없다.

10년의 연예계 생활 동안 남은 것은 각종 스캔들과 비호감 이미지밖에 없는 구애정은 우스꽝스러움을 감수하면서도 씩씩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생계형 연예인. 공효진의 생생한 연기는 다소 과장된 설정마저도 자연스러워 보이게 하는 묘한 마력을 발휘했다. 윤필주(윤계상 분)와의 첫만남에서 그를 은밀한 제의를 해온 연예계 스폰서로 오해한 구애정이 "내가 국보소녀다. 100억 내놔라"라며 울음을 쏟아내는 장면이 단적인 예다. 그녀의 '연기같지 않은 연기'는 차승원의 만화적 캐릭터와 어울려 더욱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완벽한 훈남 한의사로 분한 윤필주 역이 윤계상 또한 심심할 수 있었던 착하기만 한 캐릭터를 매렬적으로 그렸다. 미워할 수 없는 악녀 강세리 역의 유인나 또한 첫 주역을 안정되게 그렸다. 자연스레 녹아난 이들 짝사랑 캐릭터들 덕에 '최고의 사랑'은 더욱 돋보이는 로맨스 드라마가 됐다. 매니저 석이 역의 김지석, 제니 역의 이희진, 기획사 사장 역의 최화정, '띵똥' 양한열, 답답한 매니저 오빠 역의 정준하 등 탄탄한 조연들의 활약도 두말하면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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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미디의 힘..덕분에 실컷 웃었다

'최고의 사랑'은 진정 즐거운 드라마이기도 했다. '이젠 뭘 해도 되는' 캐릭터가 된 차승원 표 코미디 연기가 그 중에서도 크게 화제였던 건 그의 능청스런 연기 덕에 오랜만에 큰 웃음을 안겼기 때문이기도 했다. 덕분에 신나게 웃었다. '홍자매'의 글발, 배우등릐 연기발, 그리고 이미 '선덕여왕'과 '뉴하트'로 세심하고도 리드미컬한 연출력을 자랑해 온 박훙균 PD의 공력이 더해지면서 이토록 사랑스럽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는 탄생할 수 있었다.

아! 이제 '최고의 사랑' 없는 수요일 목요일 밤을 어떻게 견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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